조금 더 가까워진 우주..비용과 안전이 관건
오는 2025년 세계 최초의 우주 호텔이 오픈 예정입니다. CNN, ABC7 등은 우주 개발 기업 오비털 어셈블리(Orbital Assembly)가 만들고 있는 우주 호텔, 파이오니어 스테이션(Pioneer Station)을 보도했는데요,
파이오니어 스테이션은 28명이 숙박할 수 있는 우주 호텔입니다. 이 기업의 목표는 단순 우주여행이 아닌(물론 우주 여행이 단순한 건 아니지만), 사무실과 관광객을 위한 공간인 “비즈니스 파크”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앞서 오비털 어셈블리는 지난해 보이저 스테이션(Voyager Station) 우주 호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부터 구상된 우주 호텔은 지구 궤도를 도는 회전 바퀴로 이루어진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일부 모듈로 구성됐습니다.
호텔을 겸비한 우주정거장의 이름은 ‘보이저 스테이션’. 지구 500~550km 상공의 저궤도에 세워진 호텔 안에는 식당, 영화관, 콘서트 홀 등이 갖춰져 있으며, 라운지에서 우주 풍경을 만끽하고 달 중력을 느끼며 농구나 암벽 등반 등을 즐길 수 있다. 또한 90분마다 지구를 공전하면서 고요하게 지구를 면면을 관찰하는 시간과 정거장 밖으로 나가 우주 산책하는 시간도 갖게 될 것이다. 예상 경비는 3박 4일에 약 5000만 달러(약 560여 억 원)이다. |
호텔 인테리어는 지구의 고급 호텔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대신 창문 너머 우주 공간을 볼 수 있다는 게 다릅니다. 호텔 중간 영역에서 아래로 향할수록 중력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샤워, 식사 등 일상 활동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인위적인 중력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보이저 스테이션은 최대 수용 인원은 400명이며 오는 2027년에 가동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단계 진화한 ‘파이오니어 스테이션’ 계획을 알리며 우주 호텔 오픈을 2년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 두 개의 우주 스테이션은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 목적만이 아닌 사무실과 연구 시설 임대 용도로도 사용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주에서도 원격 근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오비탈 어셈블리 최고 운영책임자(COO) 팀 알토어(Tim Alatorre)는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 블루 오리진(Blue Origin), 스페이스 X(SpaceX) 등이 민간 우주 관광 산업 경쟁이 활발하게 펼쳐지면서도 정작 여행 목적지를 간과한다는 점에 주목해, 우주 호텔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 우주 호텔 프로젝트에 대해 “파이오니어 스테이션이 인류가 광범위한 영역에서 더 빠른 속도로 우주 관광 경험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공장에 가거나 연구 기관에 가는 느낌이 아니라 ‘공상과학(SF) 꿈’에 다녀온 것과 같은 느낌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우주 호텔은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사실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는 우주 관광객을 수용할 숙박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알토어는 “ISS가 주로 작업 및 연구 목적으로 활용된다”고 언급하며, 우주 관광 산업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우주 호텔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는 “인간의 환경은 단순히 지구뿐만이 아닌 태양계 전체”라면서 “우주 호텔과 같이 우주 자원 활용 기회를 확장하면서 지구 생활과 생활 표준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파이오니어 스테이션을 우주 관광객 숙박 공간 겸 우주 연구 공간 임대용으로 함께 운영한다면 관광 산업 자금 지원과 우주 연구 등에 상호 이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주여행 가격은? 과연 안전한가?
그러나 당분간 우주여행은 억만장자들만의 전유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용과 안전이 핵심 키워드죠. 우선 우주 체류 시간이 몇 분에 불과해 맛보기 수준인 ‘준궤도’ 여행만 해도 최소 수십 만 달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믿을 수 없는 가격 때문에 우주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실제로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공식적인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이저 스테이션은 3박에 500만 달러(약 63억 3750만 원)입니다. 파이오니어 스테이션의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알토어 COO는 우주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격 장벽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재사용 가능한 스페이스 X의 팰컨9 로켓을 이용하거나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유인우주선 ‘스타십’을 이용하면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돼 더 많은 사람이 우주호텔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그는 CNN 트래블과의 인터뷰를 통해 “목표는 항상 더 많은 사람들이 우주에서 살고, 일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부유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우주 여행에 대한 비용 부담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한 크게 와 닿지가 않는데요, 지난해만 봐도 우주를 다녀온 사람들은 대부분 머스크나 베조스와 같은 억만장자들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우주선 발사에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현재의 우주 기술 수준으로는 위성 발사를 위해 우주선을 1회 발사하는 비용이 최소 1000억 원대 안팎입니다. 1kg을 우주로 보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약 2000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NASA와 스페이스X가 2019년 6월 국제우주정거장(ISS) 민간인 공개 계획을 공개하면서 제시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보면 짐작이 됩니다. NASA는 왕복 교통비로 688억 원(5800만 달러), 숙박비로 1박에 4220만 원(3만 5000달러)을 받겠다고 공지한 바 있죠.
이에 따라 ‘대체재’를 구상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미국의 우주 업체 오리온 스펜은 2018년 너무 비싼 ISS를 대신해 장기간 우주에 체류할 수 있도록 길이 13.3m, 폭 4.3m의 우주 호텔을 띄우는 ‘오로라 스테이션’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승무원 2명과 승객 4명이 약 320km 궤도에서 12일 동안 우주를 체험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비용은 950만 달러(약 110억 원)나 돼 ‘대체재’로는 좀 약한 편이죠. 또 독일의 피씨 에어로(PC-Aero)는 24km 고도의 성층권을 15분 정도 여행하는 태양광 비행기(솔라 스트라토스)를 개발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민간 우주개발 업체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로켓과 캡슐을 재활용하고 청정 무공해 저비용 연료를 사용하는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3년 뒤 우주 관광이 시작된다고 가격 장벽이 낮아지게 될까요? 아직까지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우주여행 관련 기업들은 기술 발전뿐 아니라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안전’도 우주 여행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 관건입니다. 버진 갤럭틱이 2004년부터 우주여행 상업화를 추진했지만 이제야 첫 비행에 성공한 것도 2007년, 2014년 각각 발생했던 사고로 인명이 희생되는 등 안전 문제를 극복하기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도 화성 여행을 위해 개발 중인 스페이스십이 계속된 폭발사고로 난항을 겪고 있죠. 블루 오리진도 안전 문제로 새로운 로켓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버진 갤럭틱, 스페이스X와 벌인 우주 삼국지에서 한 발 뒤지게 됐습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NASA도 잦은 폭발 사고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아예 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주여행을 비롯한 우주 개발은 차세대 산업혁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일반 여행객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만약의 안전사고에 대비한 시험은 우주선 개발의 가장 중요한 관문입니다. 안전과 비용 문제만 해결된다면 지구에서처럼 관광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호텔을 방문하게 될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주 개발은 국가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비탈 어셈블리를 비롯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러틱 등 세계의 갑부들이 하나둘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좀처럼 실현되지 않을 것 같은 우주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지면서 우리 곁으로 한발 더 다가왔습니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우주여행은 현실화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참고 기사)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