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알겠는데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경험 상 다양한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그중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나의 경우 일단 브랜딩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먼저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가 누구인지를 고민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는 누구고 무엇으로 불리기를 원하며 과연 나다운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이는 브랜드다운 모습을 정의하는 일이며 그중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이 바로 ‘핵심 경험‘이다.
핵심 경험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통해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말로는 핵심 가치라고도 한다. (가치라는 단어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경험이라는 단어로 생각하는 게 더 쉽다) 이것은 브랜드에 따라서 기능적인 경험과 감성적인 경험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기능적 경험
이것은 이 브랜드가 남들과 다른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이며 이 브랜드의 존재의 이유를 말하기도 한다. 브랜드를 사람으로 생각해본다면 그 사람만의 강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핵심 경험은 어떻게 도출할 수 있을까? 나는 몇 가지 질문들을 통해 그것을 도출하곤 한다.
첫째는 이 브랜드의 탄생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그 브랜드만의 탄생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탄생의 이유라는 것은 경쟁 시장에서 어떤 것을 강점으로 우리를 어필할 것인지에 대한 이유이다. 이런 브랜드의 탄생의 배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명 이 브랜드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고 사업의 우선순위가 바뀌다 보면 어느새 이 브랜드를 왜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희석된다. 그러면서 점점 그 브랜드만의 개성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브랜딩을 시작해야 한다면 반드시 이 브랜드의 탄생 배경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이 브랜드를 사람들이 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이 브랜드는 존재의 이유조차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우리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reason to why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핵심 경험을 도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이다.
또 하나는 이 브랜드가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 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는 두 번째 질문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리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불편해 할까. 이것을 고민해보는 것 역시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알아야 하는, 조금 더 정확하게 얘기해서 우리 브랜드의 어떤 점이 우리만의 강점이 될 수 있으며 우리가 세상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한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서 브랜드가 반드시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들,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통해 반드시 경험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정의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과거 직접 브랜딩을 진행했던 온라인 편집숍 29CM와 현재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는 아이웨어 커머스 플랫폼인 라운즈(ROUNZ)의 예를 들어 이것을 설명해 보겠다.
29CM라는 서비스는 국내외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들을 잘 소개하는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탄생했다. 이는 오직 제품과 할인에만 치중하던 다른 커머스와 확실히 결을 달리 하고 있었다. 29CM는 할인에 치중하지 않아도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이라는 방식으로 잘 전달한다면 사람들의 구매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 이는 자연스럽게 29CM라는 브랜드의 존재의 이유로 이어졌다. 즉 사람들이 29CM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29CM가 없다면 국내외 좋은 브랜드들을 사람들에게 잘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소비자가 만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니까. 그래서 29CM은 다른 커머스에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콘텐츠,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면 스토리텔링이라는 영역에 집중했고 이것은 남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만들 수 있었다. 29CM를 통해서 마치 매거진을 읽는 듯한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조금씩 그 팬층을 쌓아 가기 시작했다. 이 핵심 경험은 그 당시는 물론이고 29CM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라운즈의 경우는 이전에 발행한 글에서 라운즈만의 핵심 경험 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어 해당 링크로 설명을 대체하기로 하겠다.
감성적 경험
그렇다면 감성적 경험은 무엇일까. 이는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접할 때 반드시 느낄 수 있는 정성적인 감정이다. 조금 더 쉽게 얘기하면 이 브랜드만의 이미지와 개성을 얘기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기능적 측면에서는 그 브랜드만의 핵심 경험을 뽑을 수 없는 브랜드들도 있을 것이다. 이는 자신과 경쟁자의 품질의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브랜드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그 외 기능적으로 경쟁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서비스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 경우라면 핵심 경험은 그 브랜드가 지향하고자 하는 이 감성적 경험을 설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볼 수 있다. (물론 기능적 경험과 감성적 경험을 동시에 함께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감성적 경험을 설정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우리 브랜드만의 개성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는 시각적 경험과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등이 포함된다. 이를 사람으로 치면 그 사람만의 외모와 스타일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 사람만의 또렷한 개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예시는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의 경우다. 배달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큰 기능적인 차별화 경험을 줄 수 없는 서비스다. 그리고 배달의 속도 역시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배민은 그들의 기능적 경험에서의 차별화보다는 감성적 경험에서의 차별화를 택했다. 그것이 바로 배민 하면 떠오르는 B급 코드의 경험이다. 이는 그들의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들만의 재미있는 굿즈 그리고 배민 신춘문예와 치믈리에까지 이어졌다. 이를 통해 배민은 다른 곳과는 확실한 선을 긋는 감성적 경험을 만들어 냈다.
현대카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카드사의 혜택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현대카드는 남들과 다른 감성적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바로 다양한 그러나 통일감 있는 카드 디자인과 슈퍼콘서트, 그리고 오프라인 라이브러리 시리즈다. 이것으로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와는 확실히 선을 긋는 감성적 경험을 만들어 냈다.
젠틀몬스터 역시 이러한 감성적 경험을 중심으로 브랜딩을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감성적 경험에는 젠틀몬스터만의 컨셥추얼하고 실험적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을 것이다. 젠틀몬스터의 이 감성적 경험은 그들이 새로 오픈한 디저트 샵인 누데이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렇게 핵심 경험을 설계하는 방법은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스타일과 개성은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규정하는 것이며 브랜드다운 모습을 설계하는 가장 기초가 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브랜드의 핵심 경험은 브랜딩을 시작함에 있어 먼저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 작업이 절대 쉽지 않은 작업임은 맞지만 (이 외에도 브랜드 미션의 설정, 비주얼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것을 먼저 고민해 보지 않는다면 우리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정하지 않고 브랜딩을 시작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브랜드를 경험하는 소비자에게도 일관된 모습을 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우성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