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축산 생태계를 꿈꾸는 스타트업, 뱅카우
축사가 불타버리다
“불이야, 불!”
인적이 드문 어느 시골, 젖소 농가를 운영하는 부모님과 살던 소년은 불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집 밖으로 나왔다. 불이 난 곳은 다름 아닌 젖소들을 키우는 축사였다. 하지만 이미 불이 크게 번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였다. 그 광경을 그저 힘없이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 자신의 지난 세월과 노력으로 이룬 축사와 젖소들이 불에 휩싸인 모습을 보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미세하게 떨리는 어머니의 어깨를 보고 알았다. 어머니가 자식 앞에서 약한 모습을 차마 보일 수 없어 울고 싶고 주저앉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소년은 대학 진학 계획을 미루고 어머니 옆을 지키며 다시 농가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어머니는 고민 끝에 착유가 필요 없어 관리가 조금 더 수월한 한우로 바꿔 농가 운영을 이어갔다. 어느덧 송아지들이 성장하여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군에 입대하였다. 어느새 청년이 된 그의 이름은 안재현으로 당시의 경험은 그가 훗날 송아지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시작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군대에서 유학을 결심하다
전투경찰로 병역의무를 하던 중 안재현 대표는 처음으로 해외 유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애초에 대학 진학에 관심이 없던 그에게 학업에 대한 불을 지핀 것은 바로 전투경찰 동기들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를 제외한 8명이 모두 해외대학 출신이었다. 그중에는 캐나다, 중국 심지어 스위스에서 학업 중인 동기들도 있었다. 시간만 나면 축구하고 떠들면서 어울리기 바빴던 동기들이 전역 시기가 가까워지자 각자 복학 준비를 하며 책과 보내는 시간이 점차 길어졌다. 시끌벅적했던 내무실에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자 그 역시도 마냥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순 없어 옆에서 같이 공부했다. 그런 생활이 길어질수록 해외대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급기야 해외 유학을 결심하였다. 주위에서는 제대 이후 국내 대학도 아닌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그를 보며 실속 없는 늦바람이 불었다고만 생각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였던 그는 제대와 함께 어학연수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여 결국 해외대학에 합격하였다. 그것도 미국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UC버클리 경제학과였다.
안재현 대표가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정성껏 키운 소를 팔아 그의 학비를 마련한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현아, 너는 공부만 해. 학비는 엄마가 소를 다 팔아서라도 마련할 테니.”
그렇게 어머니의 헌신과 지원 덕분에 농가에서 소를 키우던 소년은 어느새 미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하여 낯선 외국 문화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겸손이 미덕이라 여기며 자랐던 경기도 여주 토박이 청년은 지구 반대편에서 유학 생활이 낯설고 힘들었지만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버티고 적응해갔다.
드라마를 보고 진로를 결정하다
안재현 대표는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몰입할 수 있는지 생각해봤는데 답은 예상 외로 간단했다. 바로 트레이딩이었다. 이미 중고등학교 때부터 그는 중고 거래를 활발하게 하였다. 단순히 자신이 쓰던 제품을 헐값에 파는 것이 아닌 애초부터 차익을 목적으로 물건을 사들였다. 예로, 겨울에는 전자시계를 사들여 여름에 되팔았다. 전자시계의 경우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에 가려 착용을 잘하지 않게 돼 수요가 낮지만, 여름에는 전자시계에 대한 수요가 올라간다는 점을 착안하였다. 그렇게 시계로 시작해서 신발 그리고 오디오까지 카테고리를 점차 확장해가며 학창 시절 용돈벌이를 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이 직업이 된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던 찰나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바로 ‘미생’이라는 드라마였다. 극의 배경이 ‘원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였는데 실제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모티브로 하였다.
드라마 ‘미생‘에 큰 감명을 받은 안재현 대표는 무조건 종합상사에 입사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뒤 다양한 종합상사에 지원하였는데 최종 입사한 상사가 바로 한화 무역 종합상사였다. 이곳은 독특하게도 기업 내 팀들이 모두 하나의 독립된 중소기업처럼 운영되었다. 8명이 한 팀이 되어 상품 발굴부터 거래처 관리, 채권 관리 마지막으로 전표 정리까지 모두 팀 내에서 해결했다. 그러다 보니 팀마다 고유의 색과 개성이 있었다. 그렇게 높은 만족도로 몰입하여 일하다 보니 어느새 업무의 숙련도는 날로 높아졌고 성과로 내부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찾다
안재현 대표는 종합상사 식량자원팀에서 일하며 해외에서 다양한 식량 자원을 수입하였다. 그 과정에서 해외 축산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그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일찍이 축산업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축산 농가들이 투자를 유치하여 생산량을 늘리고 수출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사업을 키우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었다.
그중 덴마크의 ‘데니쉬 크라운’은 세계 최고급 축산물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전까지는 축산농가들은 개별적인 출하로 도축업자에게 쉽게 휘둘렸다. 협동조합 설립과 함께 조합 내 도축은 물론 가공·유통·수출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전문화하였다. 정부지원을 통해 생산단계의 품질 제고를 지원하는 양돈연구센터(VSP), 도축 자동화·식육위생 등을 엄격히 관리하는 돈육연구소(DMRI), 축산농가의 권익신장과 입지를 강화하는 덴마크 농식품 협의회(DAFC)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생산·도축·가공·유통·수출 등 전 분야를 전문화했다. 조합원 6천여명으로부터 조달한 돼지·소 등 연간 2000여만 마리를 도축해 85%를 전 세계 시장에 수출하며 매출액 11조원과 순이익 3000억원 이상을 올렸다.
그는 국내에서도 이러한 성공사례가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소를 키우는 과정을 보며 자랐고 어머니가 지금도 한우 농가를 운영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상품은 없었다. 그는 시장조사를 위해 업계 종사자인 어머니에게 한우 농가 운영 관련하여 질문 공세를 하였다.
“엄마, 1984년에 사업을 시작해서 250마리 소를 키울 수 있는 축사가 있는데 왜 110마리만 키운 거예요? 한우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더 키웠다면 충분히 수익을 늘릴 수 있었잖아요?”
“더 키우고 싶지. 그런데 키우려면 400만원 정도 주고 송아지를 사 와야 해. 그리고 송아지를 사 오더라도 팔려면 2년 정도 걸리는데 그동안 사료비며 드는 추가 비용이 400만원이야.”
“은행에서 대출받아서 송아지 사면 되잖아요?”
“우리 같은 축산 농가들은 주로 현금 거래를 하기 때문에 신용 등급을 높일 수 있는 은행 거래 실적이 낮아서 1금융권에서는 대출이 안 돼. 대부분 신용 등급 점수가 낮아 연 10%가 넘는 제2 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엄마, 그러면 내가 송아지 사 오면 엄마가 대신 키워주는 건 어때요?”
“그래. 소야 어차피 키우고 있으니 한두 마리 더 늘어난다고 해서 크게 어려울 것 없지. 내 새끼가 부탁하는데 충분히 해줄 수 있지.”
그는 그렇게 엄마 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아내와 상의하여 격월로 마리당 사백만 원 하는 송아지 한 마리를 사서 어머니가 운영하는 축사로 보냈다. 그렇게 꾸준히 송아지를 축사에 입식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었다. 처음 구매했던 송아지는 어느새 육성기를 지나 비육기에 접어들었고 곧 출하기가 도래하였다.
첫 수익이 발생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이후 출하가 될 때마다 그가 거둬들인 평균 수익률은 20%에 육박했다. 송아지를 키우는데 보통 18개월에서 24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연평균 수익률은 8~9%대였다. 거기다가 송아지를 키우는 과정에서 폐사하더라도 보험회사에서 보상도 해주기에 리스크는 적었다. 그는 이처럼 안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투자는 분명히 수요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국내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2010년에는 8.8㎏이었으나 2019년에는 13㎏까지 확대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호주 미국과 같은 주요 쇠고기 수출국의 생산 규모가 감소하였지만, 코로나19가 진정세에 돌입한 국가들에서는 소비가 증가하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여 국제 쇠고기 가격이 급등하였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한우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9년 농업관측본부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응답자의 84.1%가 한우가 ‘비싸다’라고 답했는데 이는 수입 쇠고기의 ‘비싸다'(35.2%)라는 의견 비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우 농가들이 자금 조달 문제로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서 한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해외의 경우, 농가들이 가축 선물과 옵션거래, 조합 지원, 대규모 기업 단위 투자 등으로 자금이 풍부하지만, 국내 농가들은 고금리 축협 대출과 비정기적인 정부의 투자 때문에 자금 면에서 불리했다.
그는 이후 퇴근 후 국내 소고기 생산과 유통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에만 330만 마리의 한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매를 통해 송아지와 큰소가 평균 650만원에 팔리는 22조원에 육박하는 무척 큰 시장이었다. 소고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생산과 유통이 따라가지 못해 외국 축산물의 수입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점차 한우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었다.
특히, 국내 농가는 송아지 구매 비용부터 사육까지 모든 금융 비용을 떠안는 구조로 부담이 커 쉽게 규모를 확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이에 따라 현재 축산 농가 수는 10년 전 16만 개에서 46% 줄어든 9만 개 수준으로 줄었다. 한우 농가가 고금리 대출 대신 소를 키우는 노동력과 기술력만 제공하고 소에 대한 소유권은 디지털화를 통해 투자자들이 공동소유를 한다면 농가는 물론 투자자도 만족할 것이 분명했다.
한우 농가를 운영하는 어머니를 설득하다
안재현 대표가 자신의 계획을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화를 내시며 극구 만류하였다.
“재현아, 왜 좋은 직장 나와서 굳이 이처럼 폐쇄적인 시장에서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해!”
어머니의 반대는 예상보다 거셌다. 본인처럼 힘든 일은 시키고 싶지 않아 키우던 소를 팔아 해외 유학까지 보낸 아들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나와 농가와 관련된 사업을 하겠다니 억장이 무너졌다. 안재현 대표는 다시 한번 자신이 생각하는 사업을 설명해 드렸다.
“엄마, 단순히 농장을 운영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한우 농가와 투자자들을 연결할 수 있다면 소를 키우시는 분들이 고금리 대출로 힘들어하지 않고 저처럼 안정적인 투자처를 사람들에게는 송아지가 좋은 투자처가 될 거예요.”
어머니는 농가를 더 키우고 싶다가도 높은 이자율 때문에 매번 좌절했던 일이 생각났다. 아들의 거듭된 설득에 어쩌면 한우 농가를 좋은 투자처로 생각하고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고질적인 한우 농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대견스러웠다.
‘아무리 힘들어도 소 팔아서 아들 대학에 보낸 보람이 있네.’
스탁키퍼의 시작
안재현 대표는 무작정 회사부터 그만두고 창업하기보다는 먼저 사업계획서에 대한 공감과 타당성을 인정받고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창업지원 심사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정부의 지원 규모가 컸지만, 지원자들 역시 많아 경쟁률이 높았다. 하지만 낙심할 겨를 없이 다음 해에도 계속 창업지원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결국, 제3회 핀테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상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안재현 대표에겐 대기업에서 만나 사내연애 후 결혼한 아내가 있었다. 퇴사를 결정하기에 앞서 아내의 동의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몇 년간 어머니가 운영하는 축사에 송아지를 사서 보내서 꽤 괜찮은 이익을 거뒀잖아.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해서 다른 분들도 송아지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물론 당신이 반대하면 나는 강행할 마음은 없어.”
아내는 매사에 똑 부러지는 성격이기에 이 사안에 대해서도 현명하게 판단해줄 거로 생각했다. 그의 퇴사 및 사업 선언 이후 정적이 흐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바로 즉답하였다.
“내가 보기엔 이미 결심이 선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말고 한번 해봐. 돈이야 내가 벌면 되니까.”
아내의 승낙과 격려 덕에 그는 지난 몇 년간 몸담았던 대기업을 퇴사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아내에게 당시 왜 그렇게 쉽게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지지해줬냐고 그가 물었더니 아내가 답했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일을 벌이는 사람은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그런데 의외로 일을 마무리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적어. 난 당신이 회사에서 맡은 일은 어떻게든 마무리하는 것을 봤어. 그런 당신이 오랜 기간 사업을 준비했으니 응원하고 싶었어.”
아내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그는 오랜 기간 준비하였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였다.
스탁키퍼는 두 가지 사업을 운영하였다. ‘뱅카우’를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부와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사업부였다. 고기를 온라인으로 파는 이커머스 사업부는 빠르게 궤도에 오르며 수익을 내었다. 하지만 정작 스탁키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송아지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는 개발자들을 영입하는 단계부터 험난한 과정이 이어졌다. 대부분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인지도 높고 안정적인 스타트업을 선호하였기에 이제 시작하는 그는 개발자 채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스탁키퍼의 비전을 얘기하고 업의 행태를 바꿀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보자고 설득하였다. 그렇게 초기 구성원들을 한명 한명 어렵게 영입하고 뱅카우 앱 기획과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기획하는 단계에서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현금이 아닌 고기로 환급하자는 것이었다. 고기로 환급을 하게 되면 상품의 소비자가를 높여 외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그건 투자라고 할 수 없었다. 안재현 대표는 애초에 한우 농가에 대한 펀드레이징(모금)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좋은 일을 하겠다는 선심성으로 고기를 구매하는 행위는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송아지 조각투자가 잠재적인 투자자들에게 객관적으로 수익성 있고 매력적인 투자방안으로 받아들여져야 선순환이 지속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한우 농가들에게 문전박대를 당하다
송아지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의 내부 기획안이 어느 정도 나오자 전국의 한우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섭외를 시작했다. 하지만 IT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조각투자라는 개념이 생소한 한우 농가들은 안재현 대표와 직원들의 제안을 믿지 못했다.
“이거 사기 아니야? 본적도 없는 도시 사람들이 뭘 믿고 송아지에 투자한다는 거야?”
그럴 때마다 한분 한분 논리적으로 설득하였지만 정작 가장 결정적인 무기는 따로 있었다.
“저희 어머니도 경기도 여주에서 한우 200마리 농가를 운영하고 있으세요.”
안재현 대표가 자신의 어머니 농가 사진을 보여주자 그때까지 적대감과 의심으로 일관하던 한우 농가들은 마음을 열고 스탁키퍼 직원들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 가능해? 우리야 그렇게만 되면 좋은데. 요즘 세상에 송아지에 투자하려는 도시 사람들이 있을까?”
“제가 직접 해봤는데 나름 수익성도 높고 안정성도 확보된 사업이어서 재테크에 관심 있는 도시 사람들은 분명 흥미를 보일 거예요.”
우여곡절 끝에 ‘뱅카우’ 론칭
그렇게 스톡키퍼 내 여러 구성원들의 열띤 토론을 거치고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은 결과 뱅카우 앱 론칭을 앞두게 되었다. 드디어 앱을 공개하는 당일이 되었는데 정작 핵심 구성원 중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의 여정을 응원하기 위한 축하 자리까지 마련하였는데 그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한참 후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는데 그는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시장의 반응에 대한 우려와 중압감으로 도저히 출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고 결국 이후 퇴사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뱅카우 앱을 공개하였는데 내부에서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유료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첫날에만 200여 명이 펀딩에 참여하였고 송아지 조각투자금 3천6백만원을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이후 1억원에 달하는 1차 펀딩이 12일 만에 매진되었다. 흥미롭게도 펀딩 참여자의 82.2%가 MZ세대였는데 20대가 33.3%였고, 30대 48.9%로 나타났다. 2차 펀딩을 시작한 2021년 7월 7일에는 첫날에만 1억원이 모였다. 뱅카우는 이후 꾸준히 송아지 펀딩을 흥행시키며 올해 두 자릿수 회차를 넘겼다.
뱅카우 회원 수는 출시 1년 만에 2만5000명을 넘었다. 현재 11개 농가에 600여 마리를 조각 투자하고 있는데, 누적 펀딩 금액이 40억원이다.
송아지 투자 진행 과정
뱅카우의 송아지 투자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가 바로 자산취득단계인데 스탁키퍼와 협약을 맺은 한우 농가는 사양관리 정보와 펀딩 대상인 한우 정보를 제출한다. 잠재적 투자자들은 송아지의 가격과 유전능력을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두 번째는 사육단계로 한우 농가가 전문적으로 송아지를 사육하며 주기적으로 사진과 성장정보를 제출한다. 소비자는 농가가 제출한 사진과 정보를 보고 송아지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은 매각단계인데 한우 농가는 사육이 완료되면 출하 경매를 신청하게 된다. 이후 뱅카우가 출하 경매를 진행하게 되고 이후 투자 손익을 분배한다. 이후 투자자와 한우 농가는 투자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수익을 수취하면 투자는 종료된다.
투자자들이 뱅카우를 선택하는 이유
축산업은 토지, 허가, 사육, 방역 등 다수의 물리적인 제약으로 투자가 어려웠다. 그런데 뱅카우를 통해 투자자산인 송아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농림부 축산물이력제 관리로 한우의 생산, 이동, 출하, 판정을 추적할 수 있고 국립축산과학원이 평가한 유전능력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그 여느 투자보다 투명성이 높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가축재해보험의 적용을 통해 질병, 화재, 풍수, 폭염을 보장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농림부의 ‘가축전염병 예방법’은 예방적 살처분과 도태에 대해서 보상한다. 구제역과 같은 1급 가축전염병은 국가에서 농장주에게 100% 보상을 해주고, 단순 부상이나 질병으로 폐사하더라도 가축재해보험(80%)과 농가(20%)에서 보전해준다.
마지막으로 환금성이 무척 우수한데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관리하는 전국 64개의 도축경매장에서 익일 현금정산 조건으로 상장 전량이 매일 거래된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으면 투자가 의도치 않게 장기화될 수 있지만 도축 경매는 인류가 육식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일 년 내내 진행되기에 흔히 말하는 물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없다. 이처럼 뱅카우를 통해 소비가 높아지는 한우의 사육단계부터 투자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기에 축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은 더욱 변동성이 적고 수익성이 양호한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의 뱅카우
스탁키퍼는 2021년 말 22.5억 규모의 프리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후 더욱더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혀가기 위해 인재들을 영입하였다. 뱅카우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홍보하고 개선해갈 수 있는 팀을 구성하였고 스탁키퍼와 협약을 맺은 직영 농가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전문인력들을 채용하고 있다.
스탁키퍼는 한우 자산 투자플랫폼 뱅카우 외 ‘고메프리미엄’이라고 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고기를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도 직접 운영하며 가치사슬의 양 끝에 관여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 모든 과정을 연결하여 단순하게 경매 단계에서만 투자자가 수익 실현을 하는 것이 아닌 유통 과정에서도 수익 실현을 할 수 있도록 투자의 유연성과 투자 범위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또한, 스탁키퍼는 농가와 함께 한우 산업의 발전은 물론 상품성을 높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요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근거 없는 목표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미국 일간 USA투데이가 우리나라의 한우를 10대 여행 최고 관심사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일본 와규보다 가격이 높고 미국산이나 호주산 쇠고기보다 2배나 비싸지만 ‘매우 매력적인 맛’이라면서 극찬했다. 다만, 한국인들의 높은 수요와 공급부족이 일어난 점 등을 꼽았다. 앞으로 한우 공급이 꾸준히 늘어난다면 소고기를 수출하고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어쩌면 농가의 아들 안재현 대표가 꿈꿨던 지속가능한 축산 생태계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지 모르겠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