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브랜드 내면 망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뷰티가 어려운 이유, 정확히는 화장품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1) 지속가능성이 적다.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이 나온다. 트렌디하다. 충성도가 적다. 오늘의 매출이 내일의 매출은 아니다.
(2) 광고법 제약이 많다. 미디어 커머스가 불가능하다. 경쟁사의 식약처 신고가 잦다.
뷰티업계에 10년간 몸담으며 정말 자주 들은 질문이 있다. “네가 마케팅을 그렇게 잘하면 직접 브랜드 내면 되는 거 아냐?”라고. 물론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한 분야를 경험한 난 브랜드를 리드하기보다 조력자 역할이 더 알맞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애초에 나 혼자 잘한 게 아닌, 브랜드 본사와 뷰스컴퍼니 직원들의 노고 덕분에 시너지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을 잘 안다.
자세한 내막은 이곳에 나와 있지만, 오늘은 주관적 경험담이 아닌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통상적인 이유를 대보겠다. 마케터, 페이스북 1세대, 미디어 커머스 1세대 출신으로서 약간의 어그로성 제목에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
그래서 왜 브랜드를 내면 안 된다는 걸까?
돈 벌 구조가 나오기 쉽지 않다. 올리브영, 벤더, 브랜드 본사까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올리브영의 수수료는 카테고리나 브랜드별로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35%를 사입 조건으로 가져간다. 물류, 배송, 유지비 등 여타 수수료를 따져보면 65%에 달한다. 브랜드는 35% 안에서 마케팅 비용도 충당해야 하는데, 원가에 인건비까지 빠지면 돈이 남을 수가 없다. 애초에 마진 구조를 잘 짜는 게 중요한데, 이때 오류를 범하면 많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발생하곤 한다.
과연 이 시장에서 돈을 벌어가는 주체는 누구일까? 이걸 알려면 유통채널 그리고 뷰티 에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좋은 제품으로 승부 볼 수 있는 상황은 지나간 지 오래다. K뷰티가 급성장하며 많은 제조사가 너도나도 수준 높은 제품을 내고 있는데 제품력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젠 소비자의 필요로 인해 뷰티 제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 필요 이상의 제품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 즉 뷰티 에코 시스템에 먼저 자리 잡은 브랜드들이 매출을 전부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뷰티는 굉장히 트렌디하다. 주위에서 브랜드 사업에 실패해 업계 자체를 떠나는 사람을 많이 봤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잘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있게 그 자리를 지켜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2017년 사드 사태가 일어나기 전, 많은 브랜드가 중국에서의 한 방을 기대하며 화장품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대박 매출을 기대하며 제품 생산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국제 문제가 발발하며 수출길이 꽉 막혔고, 그 많은 제품은 순식간에 감당 불가능한 재고가 됐다. 몇백억, 몇십억 빚을 내고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는데 곧장 쓴맛을 보게 된 것이다. 지금이야 시장이 다시 좋아지고 있지만, 황금기였던 이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줄어드는 것도 한몫한다. 브랜딩의 다른 말은 재구매다. 지속가능성 있는 회사로 가려면 팬덤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마케팅의 기본법칙인 파레토법칙을 기억하면 쉽다.
당연히 충성도로만 구매를 일으킬 순 없다. 현시점에서의 구매 포인트는 플랫폼이다. 뷰티업계에서 가장 큰 플랫폼인 올리브영의 월 네이버 검색량은 약 200만 건에 달하며, 구매 데이터는 월 800~900만 건으로 예상된다. 올리브영이 기준을 만들고, 소비자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구매에 나서는 것이다. 이렇듯 영향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올리브영의 지배구조와 PB 브랜드 경쟁 등 신경 쓸 게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올리브영 PB 브랜드에 시장을 빼앗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광고법 제한 또한 심해지고 있다. 미디어 커머스 강세기업들이 주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이 각광 받던 시절, 3초 안에 소비자를 잡아야 하는 알고리즘 탓에 자극적인 ‘Before & After’ 콘텐츠가 유행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유튜브 모두 광고 심의가 까다로워지고 있어 예전의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 아이폰 iOS 이슈가 겹치며 노출 빈도 및 ROAS 효율도 좋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뷰스컴퍼니는 미디어에 너무 올인하기보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효율 다각화를 실천하고 있다. 우리의 공식 파트너사인 카카오가 많은 서포팅을 해줘 다행히 세부적인 타겟팅이 가능한 상황이다. 새로운 매체발굴 및 파트너사 모색도 멈추지 않고 있다.
레드오션의 숙명일까. 경쟁사의 신고도 잦은 편이다. 일단 신고를 받은 식약처는 진위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뷰스의 작년 클라이언트였던 브랜드 모다모다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기존에 없던 법까지 만들며 제재를 가했을 정도. 결국은 일이 잘 풀리긴 했지만, 마케팅을 진행한 우리 또한 피해당한 걸 보면 이 시장 자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만약 광고 정지 처분을 받으면 제품 판매는 가능하지만, 상세페이지조차 쓸 수 없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무슨 말이냐고? 올리브영에서 판매는 할 수 있어도 상세페이지는 빼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당연히 엄청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K뷰티는 이제 근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뷰스컴퍼니에서는 매달 뷰티와 관련된 정보를 기록하고 방향성을 고민한다. 단순히 K콘텐츠에 힘입어 잘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K뷰티의 정체성을 확립할 차례다. 무조건 화장품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오늘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결국 이 숙제를 푸는 자만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박진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