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나 직원들의 역할이 불명확한 회사들은 한시라도 빨리 업무 분장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의 시스템화를 위해 조직이나 직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해야 하는 것이죠. 업무분장을 할 때 단순히 역할 구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고려하고 이해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특히 팀장의 역할과 업무 간 상호 견제, 팀 간 협업 등에 관해서는 반드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팀장의 실무를 줄이고 업무를 백업하라
일단 사장이 각 팀장들에게 적절한 업무 배분과 권한 위임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사장이 모든 것을 관여하려 하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장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의심병이 있을 수도 있죠. 회사의 임직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권한을 움켜 잡고 있으면 시스템화의 첫걸음을 뗄 수 없습니다.
둘째는 팀장의 실무를 줄이고 팀 업무의 백업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팀장이 실무를 하지 않고 관리만 해야 한다는 예전의 관념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관료주의의 폐해가 심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에서 팀장의 실무를 줄여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무 비중이 너무 높으면 팀장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 팀장은 실무와 관리를 동시에 하게 되는데 실무 비중이 더 높습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실무가 70, 관리가 30 정도 될 것입니다. 이 같은 경우 팀장이 중요한 업무는 다 맡고 팀원들에게는 허드렛일만 주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 성과급이라도 걸려 있으면 더더욱 심하게 되죠. 팀장의 중요한 역할인 팀원들의 능력을 발휘케 하고 어떻게 관리하고 키울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게 됩니다.
또 하나는 팀 업무의 연속성과 팀장에게 업무를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 업무의 백업 구조가 필요합니다. 팀장을 포함해서 모든 팀원이 실무를 하게 되면 팀원 퇴사 시 그 업무를 백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업무의 연속성이 사라지게 되는 거죠. 정말 안타깝지만 몇 년을 투자한 직원 이 퇴사하면 그 업무 노하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팀장이 퇴사하면 더 큰 일입니다. 중요한 업무 비중이 높은 팀장이 퇴사할 경우 회사는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만약 영업팀장이 주요 거래처(Key Account)를 50%를 맡고 있다면 회사로서는 이 사람이 나갈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겠습니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장의 실무를 줄이고 팀원들이 팀장의 업무를 배분받아 각 직무의 담당이 되어야 합니다. 팀장은 그 담당들을 백업하고 관리하는 구조를 가져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누가 퇴사하더라도 회사의 업무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습니다.
업무의 상호 견제 시스템과 팀 간 협업의 중요성
세 번째는 상호 견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돈이나 숫자를 다루는 팀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규모나 인원이 적은 회사에서는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으나 사장은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회계에는 내부통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돈을 만지거나 집행하는 팀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담당 직원의 잠재적인 이해 상충이나 실수, 부적절한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죠. 이에 대한 상호 견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계팀 내에 매입과 매출을 분리하든지, 자금과 회계로 업무를 분리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매출(영업)과 매입(구매) 업무를 하는 팀의 전표처리를 회계팀에서 승인하는 것도 일종의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 회계팀 자료를 기획팀에서 확인한 후 실적보고를 하는 것도 상호 견제 중 하나입니다.
네 번째는 팀 간의 협업 문제입니다. 많은 문제가 팀 역할과 업무 범위에 대한 이해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서로가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양보하는 순간 업무와 책임이 다 넘어오게 되니까요. 이 업무 범위를 정하는 데 사장의 조정 역할이 중요합니다. 팀장들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맡겨서는 조정이 어렵습니다.
업무 프로세스 분석을 통해 각 팀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우리 팀이 어떤 팀과 업무가 밀접하고 주고받아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이에 대한 내용을 ‘업무분장표’에도 넣어줘야 합니다. 회사는 각 팀이 원활히 협업할 수 있도록 협업도구들도 많이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존(Gray Zone)이라는 모호한 업무영역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업무분장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이 부분은 서로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인간관계가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업무분장을 하기 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살펴봤습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직무분석하고 직무기술서 작성하고 업무분장 규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팀장의 역할과 업무 간 상호 견제, 팀 간 협업 등에 대한 문제 인식과 이해를 한 후 업무분장을 해야 합니다. 형식적으로만 작성된 업무분장 규정은 실제로 읽지 않고 책장에만 꽂혀 있는 두꺼운 철학 책처럼 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