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의 감정이 보이는지
보고서에 헤드 메시지를 쓸 때 생각해봐야 할 것 중 하나는 형용사와 부사를 꼭 필요해서 사용하는지입니다. 회사에서 다루는 메시지에서 형용사와 부사를 남발하는 것을 스스로 모르는 직장인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정말’, ‘제대로’, ‘좋은’, ‘탁월한’, ‘우수한’, ‘매력적인’, ‘나쁜’ 등의 수식어는 함축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그게 덕지덕지 붙어 전문성이 부족하게 보이게 만듭니다.
지난 주말 클릭 수는 주중보다 45% 상승하여 아주 탁월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반면 구매로까지 이어진 비율은 더 나빠져 상품 구색에 대한 역량이 부정적으로 생각됩니다.
보고서에 쓰인 이 문장에는 감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클릭 수 상승에 대한 기쁨과 상품 조직에 대한 반감이죠. 기획 부서에서 보고서를 만들 때 평소 상품 조직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런 부류의 보고서 초안을 현장에서 종종 만나기도 합니다. 감정은 형용사와 부사 등으로 숫자와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진술을 더 극적으로 흔들려고 합니다.
지난 주말 클릭 수는 주중보다 45% 상승하였고 전주보다 주중/주말 대비 비중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구매까지 어이진 비율은 10pp 낮아졌습니다. 원인으로는….
비교 대상을 토대로 가볍게 얼마나 더 크고 작은 숫자로 성과가 나왔는지 다루어주면 됩니다. ‘나의 해석’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현상을 명료하게 기술하자는 것이죠. 팩트를 통해 논리를 만들어 보고서를 쓴 사람의 관점이 들어가는 것은 별개의 과정이며 사실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일하는 순간에 감정적이 될 때가 있습니다. 원래부터 쌓였던 것들이 늘 어떤 상태의 감정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그날 그 순간 스트레스 등으로 감정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보고서에 드러나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감정이 아닌 현상에 기반한 논리가 보이도록 쓰는 게 함께 일하는 사람들, 비즈니스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매너입니다.
때로는 근거가 없어서
사실 보고서가 팩트 중심의 논리로 전개되지 못하는 데에는 근거 부족이 한몫을 합니다.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아서 사례를 모아서 구분해서 적용하는 것이 부족해서 대충 얼버무리거나 누구나 의심하지 않을 만한 후광(Halo)을 하나 들어서 넘어가려고 합니다. 더 깊이 파서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니 표면을 넓게 만들어 시선을 분산시키는 식이죠.
전체적인 수익성이 지난 분기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글로벌 통화량 긴축의 영향이 줄어드는 3분기에는 보다 회복된 구매력으로 1분기 수준의 수익 구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첨부. 글로벌 3분기 경기 전망 연구소 자료)
처음 사례에 비해 이 문장에는 형용사나 부사가 없는 것 같아 전문적인 문장처럼 보이나 역시 막연한 수식어로 덮여 있습니다. 이 회사의 연구소 자료의 후광이 클수록 전망에 대한 조직의 고민과 피드백의 역량은 확보할 수 없습니다. 범용적인 누군가가 말한 게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라고 믿는 수준으로 내용은 끝납니다.
전체적인 수익성이 너무 나쁘지만 매크로가 살아나면 연구소 주장처럼 다 문제없을 거야.
이 말을 그럴듯하게 쓴 것에 불과합니다. 수익성 감소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에 회복의 근거 또한 찾을 수 없죠. 누가 이런 보고서를 회사에서 쓰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 보고서는 참 많습니다.
필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데이터를 정보로 바꾼 다음 정보들을 보면서 해석할 시간입니다. 다시 어떤 수준의 인사이트로 바꿀 여유나 수고가 없으므로 나열에 그치고 표면에서 끝나고 급박하게 수식어가 붙습니다. 형용사와 부사가 꼭 이 자리에 이렇게 쓰이는 게 필요한지 돌아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고서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문화라면 계속 보는 게 힘들어서 이럴 여유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