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홍수의 시대다. 많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괜찮은 유료 멤버십도 여럿 생겨났다. 하지만 이름 있는 곳에서 발행하는 콘텐츠를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1위의 성공 스토리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우리는 1위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하지만 정작 배운 것 중에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때가 있다. 1위가 괜히 1위랴. 머리로는 이해해도 1위의 이야기와 나 사이에는 괴리감이 존재한다. 반면에 2위의 이야기로부터 배울 점이 많을 때가 종종 있다. 1위보다는 2위가 나에겐 가깝다. 업계에서 2위, 3위 회사도 성공한 회사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들의 성공 스토리에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나의 가설을 검증해보고 싶다.
남자인데 여자 선수를 보고 배워라?!
종종 테니스를 친다. 코트에 가지 않는 날이면 유튜브에서 레슨 영상을 즐겨 보는 편이다. 영상을 통해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배운 것을 코트에서 적용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남자 프로 선수들의 영상은 아무리 많이 봐도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자 프로 선수들과 평범한 테니스 동호인인 내 신체적 조건이 너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몸의 상태가 그들과 크게 다른데 흉내를 내더라도 결과는 처참할 뿐이다. 그래서 좌절하고 평소처럼 경기하다 돌아오는 일의 반복이다. 이처럼 내 테니스 구력이나 실력이 크게 부족하지 않음에도 남자 선수들의 기술 하나도 제대로 따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자 테니스 선수들의 영상을 보는 것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여자 선수들 역시 신체적 조건이 뛰어나지만 그래도 남자 선수들보다는 격차가 크지 않다. 특히 파워 면에서는 비슷하기 때문에 직접 따라 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폼이 안정되고 파워가 있는 여자 선수들로부터 많은 것을 흡수하고 있다. 물론 아무리 동호인이라고 해도 여자 선수들 역시 나와는 차원이 다른 레벨이다.
사람도 기업도 1위만 바라보지 말자
페이스북 등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분들을 팔로우한다. 그들이 남긴 글에는 인사이트와 철학이 담겨 있다. 배울 점이 있고 깨달음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휘발성이 강하다. 즉, 읽을 때는 느끼는 바가 많은데, 돌아서면 빨리 지워진다.
반면에 페이스북 친구 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스타트업 CEO 분들이 있다. 나는 오히려 이 분들의 포스팅에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다는 편이다. 그들이 겪은 일들이 내 경험과 오버랩이 되기도 하면서 내가 배울 점이 명확하게 있고, 가끔은 내 경험을 그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많은 콘텐츠들이 1위 브랜드, 1위 기업을 주목하고 취재하고 분석해서 1위의 이야기를 전한다. 물론 콘텐츠가 소위 말해 먹히기 위해서는 1위 이야기만 한 것이 없다. 사람들 역시 1위 브랜드의 비결을 궁금해 한다. 그들은 2위, 3위 하고는 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1위를 했는지, 자신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확실히 1위는 다르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선택을 하거나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루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2위 기업과 비교해도 큰 격차를 보이며 1위 자리에 오른다.
그런데 직장인에게 때론 1위의 이야기가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물론 1위 이야기에서 바로 본인의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취사선택해야 하겠지만, 자신이 속한 회사나 팀이 배워보기엔 몇 단계 더 앞서 있다고 느껴지면 열등감 비슷한 것이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1위 옆에 있는 2위가 서러워
1위 위주의 콘텐츠에서 1위 옆에 있는 2위로 소개된 회사나 브랜드는 영문도 모르게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비칠 때가 있다. 사실 2위도 정말 잘한 것인데 1위에게는 있는 놀라운 비결이 2위에는 없는 것처럼 전달된다. 다른 회사에 대한 설명 없이 1위의 성공 비결만 말하면 나머지 입장은 난처하다.
첫 회사의 주력 사업 중 하나가 식품사업이었다. 설탕, 밀가루, 믹스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했고 업계에서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늘 부동의 1위인 C사만 언급했다. 그들이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이나 해외 진출 노력에 대해 조명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하는 그 비결들은 사실 2위인 우리도 모두 갖고 있는 것이었다. 오히려 1위를 따라잡기 위한 새로운 시도는 오히려 더 신선했다. 하지만 대중은 1위의 비결만 듣게 되고 그것을 성공 방정식처럼 여긴다.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경쟁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예체능에서 자주 봐왔다. 검색창에 ‘우승비결’이라고 치면 이와 같은 결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승전에서 만난 두 팀 가운데 이겨서 1위를 차지한 선수나 팀은 모든 미디어로부터 조망을 받는다. 해당 분야에서 실력을 쌓으려면 마치 1위가 말한 우승 비결을 따라 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마다 온갖 해석을 갖다 붙이는 걸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에 2위는 전략과 전술이 부족해서 ‘겨우’ 2위를 차지한 것처럼 비춰지며 철저히 외면 받는다. 예체능이 물론 승자독식의 구조인 탓도 있지만 2위를 차지한 개인이나 팀 역시 때로는 자책하는 투의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2위에게서도 배울 점은 넘쳐난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상황인 것은 인간의 본능, 아니면 미디어의 습성 일지 모른다. 하지만 1위에게선 배울 점을, 2위에게선 고칠 점을 찾는 것은 본인 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평범한 우리에겐 1위가 아니라 2위, 10위, 100위의 비결에서도 귀담아들을 내용들이 넘쳐난다. 어쩌면 보다 현실적인 솔루션을 그들로부터 얻을지도 모른다.
순위보다 추세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방법
그렇다고 무작정 시야를 넓히는 것도 무리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순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추세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즉, 성장세에 있는 사람이나 기업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최근 롱블랙LongBlack에서 다뤘던 버거킹 노트가 이에 해당한다.
롱블랙은 해당 노트에서 경영 전략의 기본인 4P(Product, Promotion, Place, Price)를 개선하는 전략을 통해 버거킹이 맥도날드를 추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위 기업이지만 매출 성장폭이 예사롭지 않고, 수익성 측면에선 1위 기업을 넘어섰기에 확실한 인사이트가 있었다. 그렇다고 1위 기업인 맥도날드가 억울할 일은 별로 없다. 이미 다른 미디어에서 맥도날드의 1위 비결에 대해 자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1위 기업을 다룬 미디어를 깎아 내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 강자들에게서는 배울 점이 확실하게 있다. 다만 너무 많이 조명되다 보니 사실 중복해서 보도되는 것이 사실이기에 좀 더 다양하고 현실적인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선 1위 이외의 기업들에게도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다. 실제로 위 사례에서 버거킹뿐 아니라 맘스터치나 KFC에 대해서 다뤘어도 충분히 인사이트가 있는 노트가 되었을 수 있다.
모두의 노력을 간과하지 말자
대부분의 회사는 배울 점이 많다. 대부분의 회사 구성원들이 상당히 애를 써서 좋은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스타트업 역시 배울 점이 넘쳐난다. 리더십 멤버인 나 역시 회사의 시스템과 구성원들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이 당장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러한 장점을 같은 회사 구성원들끼리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스타트업이나 회사들에게 전파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은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전통적인 회사와 다르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소스가 많다. 얼마 전에도 스타트업에서 팀장으로 있는 분이 초보 팀장에 관한 콘텐츠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는데, 책 내용 가운데 내가 쓴 글을 인용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나는 책 흐름에 맞게 편하게 인용하도록 말씀드렸다. 나는 믿는다. 초보 팀장에게는 유명 인사의 이야기보다 무명의 스타트업 팀장의 콘텐츠가 100배 더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모두의 노력은 거의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그 노력을 잘 정리해서 콘텐츠로 만드는 것 역시 리더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1위가 아닌 2위에 주목하는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1위가 아닌 2위의 자리에 있는 기업이나 인물에게서 배울 점이 더 많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그전에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경험한 직장 생활 관련한 노하우를 콘텐츠로 생산하는 문화가 좀 더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Mark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