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고는 매월 연재 중인 KT엔터프라이즈 ‘DX스토리‘ 5월호에 실린 원고의 원본 버전입니다. 좋은 제안을 주신 KT엔터프라이즈와 플랜웍스에 감사드립니다.
‘웹 3.0’이 화제다. ‘탈중앙화’를 대변하는 웹 3.0은 일찍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최신 기술이자 개인 맞춤형 차세대 인터넷 환경으로 불리며,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 세계 IT업계가 주목하는 가장 핫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렇다 보니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 자율조직), 암호화폐, 비트코인, NFT(대체불가능토큰), De-Fi(탈중앙화금융), DApp(탈중앙화앱), DEX(탈중앙화 거래소) 등 낯선 용어들도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2021년 이후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와 ‘NFT’도 웹 3.0 환경에 적합한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일부 웹 3.0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도 존재하나, 웹 3.0이 차세대 인터넷이라는 것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에 따라 본 고에서는 다가올 웹 3.0 시대를 맞아, 웹 3.0의 개념과 특징을 살펴보고 진정한 웹 3.0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웹 3.0이란?
웹 3.0은 ‘시맨틱 웹(Semantic Web)’으로도 불린다. 시맨틱 웹은 컴퓨터가 웹페이지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웹 기술로 일종의 ‘인공지능(AI) 웹’이다. 인공지능이 적용된 웹 3.0은 이용자가 원하는 맞춤형 정보도 선별하거나, 또는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재생산할 수 있다. 즉, ‘웹 3.0′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초개인화된(Hyper-personalized)’ 인터넷 환경을 뜻한다. 웹 3.0에서는 새로운 데이터 규칙을 저장하는 ‘프로토콜’이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는데, ‘프로토콜’은 웹 3.0의 핵심 경제 주체로 웹 2.0의 ‘플랫폼’과 비교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웹 3.0의 프로토콜은 컴퓨팅부터 저장소, ID, 호스팅, ID 및 기타 웹서비스 등 기존 웹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탈중앙형’의 새로운 ‘공간웹 생태계’를 창출한다. 따라서 웹 2.0에서는 ‘인터넷 브라우저’가 단순히 플랫폼 방문 및 데이터 저장을 위한 관문에 불과했다면, 웹 3.0 시대에서는 블록체인, AI 등 최신 IT 기술들이 결합되면서 ‘초개인화된 웹 생태계’를 형성하는 필수 요인이 된다. 이러한 웹 브라우저의 고도화는 웹 3.0 시대로의 전이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웹 1.0과 웹 2.0
웹 3.0은 미래형 인터넷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구현된 사례는 많지 않다. 여전히 지금도 다수의 환경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웹 2.0이다. 웹 2.0은 웹 1.0의 인터넷이 정보제공의 공간’이었던 것과 달리, ‘일상 공간 그 자체’로 진화·발전했다.
일반적으로 1990년∼2000년을 ‘웹 1.0 시대’, 2000년부터 2020년을 ‘웹 2.0’ 시대로 구분한다.
‘웹 1.0’은 ‘닷컴열풍 시절의 인터넷’으로, HTTP 기술이 등장하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초창기 형태다. 이 시기의 웹은 콘텐츠 제공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형태였다. 웹 1.0은 데이터가 사용자들의 개별 PC에 쌓이는 개방형 구조를 띠었는데, 텍스트형의 콘텐츠만 일방적으로 통용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정보의 양과 종류도 제한적이었고 이용자들에게 허용된 행동은 ‘읽기’가 대부분이었다. 웹 1.0 시대를 선도했고 또 가장 수혜를 입은 기업은 MS다. 이 당시 MS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도 많지만, 결과적으로 IE 브라우저에 윈도우 운영체제를 무료 탑재하는 MS의 전략은 전 세계에 ‘인터넷’ 세상을 열면서 인류가 ‘정보획득’에 대한 혁신을 경험하는 데 거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웹 2.0’(2000∼2020년)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체계로, ‘쌍방향성(Interaction)’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시기는 사용자 측면에서 웹 2.0은 인터랙션이 강화되면서 콘텐츠 생산과 공유, 소통 등 적극적인 참여가 일어나는 등 본격적으로 웹 생태계가 발전한 시기였다. 웹 2.0 환경에서는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이들은 모두 ‘개인’으로써 활발히 교류했으며, 지속적 공유와 재생산을 통한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성장·변화시켰다. 덕분에 이전에는 다분이 정적이었던 인터넷 환경은 웹 2.0 시대가 되면서 매우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그런가하면 웹 2.0 시대는 시스템 측면에서 보았을 때 플랫폼이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하여 광고 또는 수수료 수익 등의 비즈니스가 탄생하면서 소위 ‘디지털 플랫폼 중심 생태계’가 형성되던 시기였다. 표준 웹브라우저도 바뀌었다. 2010년 이전까지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던 IE 대신, 보안과 호환성을 앞세운 크롬이 1순위 브라우저가 되면서 3자 쿠키 데이터 수집이 일반화되었다. 여기에 네트워크 효과와 기술력을 갖춘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데이터를 독점하면서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그 영향으로 브라우저와 플랫폼들의 ‘데이터 수집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었다.
그러나 웹 2.0은 1.0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음에도, 정작 데이터 제공자인 ‘개인’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웹 2.0 환경에서는 플랫폼이 수집한 이용자 데이터는 해당 플랫폼이 독점하는 구조다. 모든 이익은 데이터를 독점하는 ‘플랫폼’에 귀속되는 웹 2.0 생태계는 플랫폼들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며, 각 플랫폼마다 각자의 데이터를 보유하는 환경은 수많은 플랫폼들을 ‘폐쇄형’ 구조로 만들었다. 물론 이는 데이터가 기업의 자산이 되는 시장 상황도 원인이 되었겠지만, 네트워크 효과를 앞세운 거대 플랫폼들 중심의 독과점 생태계가 일반화된 웹 2.0 환경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 크다. 결과적으로 웹 2.0은 비즈니스 자산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한 ‘개인’이 오히려 ‘플랫폼’ 영향력에 종속되는, ‘플랫폼 절대주의’가 공고해진 시대였다.
웹 3.0의 특징_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와 ‘메타버스’
웹 3.0은 개방형 커뮤니티 주도의 웹 1.0과 상호작용이 강조되었던 웹 2.0의 장점을 결합한 ‘탈중앙화’와 이용자 간 ‘상호작용’으로 설명된다. 탈중앙화 시스템이 가능해지는 것은 웹 3.0이 가상자산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기술적 특성상, 거래를 보증하는 ‘중앙기관(중개 플랫폼)’이 없더라도 거래 데이터가 거래에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동시에 저장됨으로써 모두가 해당 데이터를 함께 검증할 수 있는 ‘투명성’을 보장한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공동으로 저장/관리하는 공간이므로, 어떠한 데이터라도 블록체인에 일단 기록되고 나면 이후부터는 해당 구성원들의 동의와 검증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임의적 변경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개인 간 거래에서 확보한 데이터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블록체인 위에 기록된 데이터는 설령 플랫폼이 사라진다 해도 해당 데이터를 생성한 참여자의 소유가 되기 때문에, 데이터에 대한 ‘개인’의 주권도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웹3.0에서 이용자들은 콘텐츠 창작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활용한 프로토콜 자체 생태계의 구축과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웹상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플랫폼이 아닌, 이용자가 직접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위에 암호화 기술이 담긴 NFT (대체불가토큰)이 적용된 가상자산의 거래를 생각해보자. 이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NFT가 더해지면, 개인들은 중간관리자 없이도 가상 자산에 대한 ‘소유권’ 확보가 가능하다.
작년부터 열풍이 불고 있는 ‘메타버스’는 웹 3.0 기술이 융합된 개념이다. 정확한 개념이 아직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탈중앙화’를 꿈꾸는 웹3.0 시대에 부합하는 혁신적이고 미래적인 인터넷 생태계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공간적 개념에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확장된 공간’이며, 산업적 개념에서는 디지털 자산과 가상화폐가 결합되어 온–오프라인에서 호환되는 과정에서 실제적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차세대 경제 생태계를 의미한다(유진희, 2021).
이러한 메타버스는 실감기술, 아바타, 5G, 클라우드 등 다양한 최신 기술들이 융합되어 나타나지만, 무엇보다도 ‘블록체인’에 기반할 때 비로소 구현된다. 블록체인이 핵심이 된다는 것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탈중앙화된’ 공간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는 첫째로 플랫폼이 아닌 크리에이터들이 중심이 되어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메타버스가 현실을 ‘확장’ 또는 ‘반영’한 공간답게 다양한 가상공간들이 지닌 개별 서비스가 서로 호환성을 지녀야 하는 당위성 때문이다.
이처럼 참여자들이 현실처럼 자유롭게 플랫폼을 넘나들면서 상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의 완성은 결국 메타버스의 완성이자 본격적인 웹3.0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블록스와 제페토를 비롯한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아직 제대로 메타버스를 구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많은 플랫폼들에게서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진짜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웹 3.0의 경제 시스템_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탈중앙화한 웹 생태계인 웹 3.0은 ‘개인’의 영향력이 강화된 만큼, 개인 각자가 ‘경제 주체’로서 활동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웹 3.0 환경에서 개인들은 아바타, 가상 아이템, 재화, 콘텐츠 등 각종 디지털 자산 등을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창작-발행-거래-보관-소유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이처럼 이용자(개인)가 직접 디지털 자산을 제작하여 가상환경에 배포하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현상으로, 웹 3.0 경제 시스템의 핵심이 된다. 탈중앙화의 웹 3.0 비즈니스와 플랫폼 주도의 광고 및 수수료 모델이 핵심이었던 웹 2.0 비즈니스가 구분되는 부분은 바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있다.
일례로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가 2022년 7월 출시예정인 블록체인 MMOPRG 게임 ‘아키월드’는 NFT를 적용해서, 이용자들이 해당 아이템을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직접 기획안도 수정/제안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지향한다.
따라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작동하는 웹 3.0은 ‘확장성’이 나타난다. 실제적인 거래는 수익을 발생시킴으로써 더 많은 이용자들을 웹 3.0 시스템 안으로 ‘참여’시키는 동력이 되며 궁극적으로 C2E (Create-to-Earn)의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한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현재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여러 플랫폼에서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이다. 메타버스에서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언급되는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이용자들이 자신들이 창작한 게임이나 아바타를 마켓플레이스에서 직접 판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용자들에 따라 NFT 기반, 비트코인 등 제공방식에서도 자율권이 보장된다.
문제는 각 메타버스 플랫폼 간의 서비스 연결 또는 상호 호환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웹 3.0의 경제시스템니 제대로 구현되려면 제페토에서 구매한 아이템 그대로 로블록스로 이동할 수 있거나, 구매했던 플랫폼이 사라지더라도 그곳에서 일어났던 이용자들의 거래 내역들이 그대로 유효한 상태의 환경 구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환경이 구축되면, 메타버스 생태계로 유입되는 ‘개인들’은 빠르게 증가한다. 규모나 종류와 상관없이, 특정 플랫폼에서 거래한 가상자산이 메타버스 전체, 나아가 현실 생태계에서까지 통용되는 진짜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웹 3.0 구현을 위한 3가지 ‘선결 조건’ : 신뢰 구축, 데이터 주권, 보상 정책의 마련
웹 3.0 환경은 개인의 ‘평등한 데이터 활용 권리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현한다. 웹 3.0을 표현하는 ‘탈중앙화’에는 웹 2.0 시대에 거대 플랫폼에 집중되었던 막강한 데이터 권한을 원래의 소유자인 개인(유저)에게 돌려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웹 3.0은 온라인에서 발생한 자신의 모든 데이터를 자신이 직접 관리할 수 있으므로 ‘데이터 주권’을 실현시키는 고마운 환경이다.
하지만 웹 3.0의 ‘탈중앙화’는 통일성 있는 인터넷 규칙의 부재로 인한 웹 생태계의 혼란이라는 본질적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웹 2.0을 구성했던 플랫폼들이 거대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에서 운영된 일관된 서비스 시스템이 작용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이용자 편의성과 편리성이 극대화된 이유가 컸다.
따라서 웹 3.0을 기반으로 탄생하는 새로운 프로토콜들이 이용자들에게 웹 2.0에 버금가는 편의성과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으려면,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시스템 호환도 가능한 개방형 구조여야 한다. 중앙통제기관(플랫폼)이 없더라도 서로 다른 시스템끼리 원활하게 교환될 수 있는 오픈 구조는 웹 3.0의 필수조건이며, 이와 동시에 개인 간 데이터 거래에 대한 정당한 보상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
개방형 구조의 필수성은 웹 3.0의 ‘탈중앙화’ 구현이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신뢰’ 기반 위에서 가능함을 뜻한다. 이는 이용자-이용자, 그리고 이용자-웹 전체 환경, 3.0 웹-3.0 웹 등 3.0 생태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포함한다. 중개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서도 (각종 콘텐츠, 데이터, 서비스의) 개인 간 공유와 거래는 인터넷 구성원들의 신뢰가 바탕이 될 때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3.0 환경에 맞는 ‘데이터’ 소유권과 ‘프라이버시’ 정책 수립도 중요하다. 웹 3.0은 중앙 집중화인 웹 2.0과 달리 분산·개인이 중심인 생태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랫동안 웹 생태계를 지배해온 웹 2.0 플랫폼 환경은 인터넷 비즈니스 자산인 ‘데이터’의 소유권을 플랫폼에 귀속시키는 구조를 확립시켰다. 따라서 웹 3.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개인에게로의 데이터 주권 이전이 선결되어야 하며, 그에 따른 ‘보안 체계’도 명확하게 수립되어야 한다.
웹3.0 생태계 패권 경쟁, 앞으로의 전망은?
웹 3.0은 가상자산과 NFT, P2E(Play to Earn·돈버는 게임), 메타버스를 관통하는 차세대 인터넷이자,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강력한 혁신 동력이다. 게다가 ‘비대면’ 생활권이 일상화되면서 시공간 제약이 없는 ‘연결’과 ‘소통’의 가치가 한층 높아진 시대적 상황도 웹 3.0의 중요성을 더욱 증대시킨다.
현재 웹 3.0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 2021년 웹 3.0 관련한 글로벌 투자액은 18억불 (약 2조 1천 3백억 원)을 돌파했다. 재미있는 점은 웹 2.0을 특징 지었던 대형 빅테크 플랫폼들도 3차원 공간웹인 3.0 플랫폼을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엔비디아, MS, 구글, 네이버, 카카오, 메타 등 국내외 플랫폼 구분없이 나타난다.
네이버의 ‘아크버스’는 로봇과 클라우드 기술을 사용하여 현실을 똑같이 복사한 가상세계를 선보였고, 메타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서비스 관련 상표를 무더기로 출원한데 이어 2021년 10월 사명마저 바꿀 정도로 웹 3.0 시대 준비에 진심이다. 구글 또한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대퍼랩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이미 웹 2.0 환경에서 강력한 중앙집권형의 플랫폼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광고상품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이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3차원 공간웹 구축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웹 2.0만으로는 데이터 침해 및 조작의 위험성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이들 기업에게 웹 3.0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데이터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대형 플랫폼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적 행보일 수 있다.
우리는 웹 2.0에서 ‘이용자 개인’으로서 플랫폼에 들어가 콘텐츠를 ‘직접 창작하고’, ‘공유’함으로써 웹 환경을 유기적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인터넷 유저로서 우리 자신이 창출했던 각종 데이터들이 플랫폼에 귀속되면서, ‘데이터 생산자’로서의 혜택을 받진 못했다. 마치 영향력은 커졌지만, 권리는 1.0시대 수준에 머문 느낌이다.
탈중앙화가 특징인 웹 3.0은 데이터 주권의 실현과 함께 ‘개인’의 권리를 되찾게 해준다. 웹 1.0에서 콘텐츠를 ‘읽기’만 했던 개인들은 웹 2.0에서 ‘창작과 확산’을 주도했으며, 웹 3.0에서는 ‘소유권’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각자의 기준과 개성을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인 시스템은 안정화되는 구조가 웹 3.0이며,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개인들’은 각자의 필요에 맞는 정보를 최적의 방법으로 제공받아 그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가상자산 거래를 진행시킬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강조했던 웹 2.0 환경과 달리, 웹 3.0은 철저히 개인인 ‘내’가 중심이다. 웹 2.0에서 나타났던 ‘의사소통의 쌍방향성’은 웹 3.0 환경에서 “개인들 간의 ‘신뢰’에 기반을 둔 자유로운 상호 거래”로 바뀌었다. 거래 과정에서 개인들은 서로를 인식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취사선택하기 때문에, 웹 3.0 환경에서는 ‘개인화’가 보다 고도화될 것이며, 이는 시맨틱 웹(인공지능 웹)으로서의 웹 3.0을 규정하는 특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웹 3.0이 미래형 혁신 인터넷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여러 기술적 요인들의 결합도 있지만, 바로 이 ‘개인’의 영향력 부분에 있다.
아직 ‘탈중앙화’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개인들은 3.0 시대에도 최적의 방법론을 찾아낼 것이다. 웹 1.0, 웹 2.0 시대를 이끈 것은 궁극적으로 ‘개인들’이었다. 머지않아 웹 3.0 네이티브 기업과 웹 2.0에서 변화한 기업, 웹 2.0 형태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충돌하지 않고 웹 3.0 환경에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데이터 주권의 회복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개인들 간의 거래, 그리고 소유권에 대한 인식 등 웹 3.0에 맞는 인식의 패러다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참고자료>
- 유진희(2022.2). <메타노믹스(Metanomics) 시대의 세 가지 과제, DX Insight 2월호, KT엔터프라이즈
- 유진희(2021.6). <메타버스, 비즈니스 ‘확장’과 ‘혁신’을 여는 공간>, 문화관광 6월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유진희(피아비키)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