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디를 가나 나에게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래서 이것에 대한 내 생각을 간단한 글로 정리해보았다. 이것은 정답이라기보단 이것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임을 먼저 밝힌다. 

마케팅은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를 말한다.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보는 제품 광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 제품이 왜 좋은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혹은 타사 대비 얼마나 가격이 저렴한지를 직접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혹은 잠재고객에게 보여주어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게 어떻게 다른지를 보자.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누군가 침대 하나를 구매하려 한다. 그래서 백화점에 갔다고 치자. 다양한 침대 브랜드의 매장들이 있다. 그중 어떤 침대를 골라야 할까? 마침 한 침대 브랜드에서 오늘 하루만 파격가로 세일을 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것에 관심이 우선 가게 되어 그 매장에 방문했다. (이렇게 고객을 자사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했다). 침대를 둘러보는데 점원이 나와 이 침대가 얼마나 좋은 소재를 썼고 얼마나 과학적인지 설명한다. 호기심이 간다. 왠지 지금 안사면 다시는 이 가격에 못 살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고민이 되어 매장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직원이 본인 재량으로 특별히 나에게만 추가 5% 할인을 제시한다. 그렇게 그 사람은 침대를 구매했다. 이게 일반적인 마케팅의 방식이다.(다소 클래식하기도 하지만 사실 형태만 다를 뿐 많은 곳에서 보이는 온라인 광고도 같은 프로세스를 밟는다) 이 사람이 다음에 침대를 구매할 때도 이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할까? 모를 일이다. 제품을 써보니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경험을 받았다면 그럴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침대를 구매할 경우에는 구매의 순간 특가 세일을 하는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  

또 다른 침대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가 청담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그런데 가보니 예상 외로 그곳엔 침대가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모습의 다양한 제품들을 진열했다. 개성이 넘치고 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 길게 줄을 선다. 그리고 이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 브랜드의 이런 모습을 담아 그들의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소문은 금세 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팝업 스토어에 방문해 이 브랜드의 취향과 개성을 느끼고 돌아갔다. 얼마 전 열린 시몬스의 팝업 스토어 얘기다. 침대가 없는 팝업 스토어. 이들은 여기서 침대를 파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아니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철저히 이것을 배제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단 그 브랜드가 가지고 싶어 하는 모습을,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면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개성과 스타일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방문한 사람들은 그들이 파는 굿즈를 마구 사갔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시몬스 팝업스토어의 느낌을 기억한다. 그리고 또 다른 시몬스 팝업스토어가 열리면 다시 이곳을 방문한다. (실제로 시몬스는 두 개의 다른 컨셉의 팝업 스토어를 순차적으로 열었다.)

 

 

사진. 시몬스

 

 

이 매장에서 즐거운 경험을 한 사람이 침대가 필요해서 백화점에 방문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매장은 무엇일까? 물론 모른다. 하지만 시몬스는 그들의 머릿속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통해서 그들은 시몬스를 샀을까? 이 역시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몬스의 전국 매장을 대폭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더 공격적으로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의 TV광고를 보라. 역시 침대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에 대한 하나의 단편적인 예시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 정답은 없다. 안목과 투자 그리고 밸런스와 시너지가 중요할 뿐. 

 

 

전우성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