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를 쓸 때 헤드 메시지를 쓰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디테일한 분석은 잘했는데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유할, 한눈에 제시할 결론을 쓰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낍니다. 어젠다에서 출발한 일이 방법론에 따라 디테일을 지나게 되고 이걸 다시 어젠다 수준으로 돌아와 한눈에 보이는 결론으로 만드는 과정은 요약과 나열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려움으로 느껴집니다. 어떤 내용을 추슬러 결론으로 주장해야 할까요?
문제로 돌아가 봅니다
헤드 메시지를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하면 작성하기 수월합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의식 앞에서 일을 출발시켰고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것이죠. 일을 해 나가면서 이 질문에 맞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틈틈이 생각해 보았다면 이런 과정이 추가로 더 필요할 일도 아니지만 과정에 매몰되면서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잊게 되는 일도 흔하기 때문에 보고서를 앞에 두고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022년 5월 실적은 매출액 1,400억 원으로 전년대비 14% 성장하였습니다. DAU는 같은 기준으로 9% 감소하였지만 객단가 상승으로 매출 성장이 있었습니다. 객단가 성장에 영향을 미친 주요 서비스로는….
이런 나열식 자료는 실적을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 개괄을 위해 필요하지만 이것 자체가 보고서의 결론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누구나 열어서 보면 알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인사이트 수준의 무언가를 던지기 위해서는 보다 다른 결론이 필요합니다. 지난 몇 주간 지속적으로 사용자 수 감소가 이번 투자 단계에서 계속 제기되는 어려움이라면 이 부분을 중심으로 보고 핵심 줄기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겠죠.
2022년 5월 매출액은 1,400억 원으로 전년대비 14% 성장하였지만 주요 지표로 보고 있는 DAU는 9% 감소하여 지난달에 이어 지속적으로 하락 중입니다. DAU 감소에 영향을 미친 부분을 서비스 단위로 나누어 보면……으로 해당 서비스 고객 수 감소가 가장 크며 이탈한 고객은 주로…… 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대안으로는…….
나열이 요약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나열된 결과를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업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나열에 그치는 일이 잦습니다. 만든 결과를 보면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점을 찔러야 하는지 해석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합니다. 특히 주니어라면 더 자신이 없죠. 도메인을 잘 모르니 지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스토리를 잡지 못합니다.
이번 주 상품평 평점은 평균 3.44점으로 전 주 3.80점에 비해 감소가 있었습니다. 상품평 내용에서 긍정적으로 분류된 문장은 74%로 지난주 79%에 비해 역시 하락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받아보는 사람은 무엇이 궁금할까요? 어디서 왜 하락했는지겠죠. 나눌 카테고리가 있다면 더 세부적으로 서비스와 상품을 나누어 봅니다. 아니면 외부 변수가 있었거나 자체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봅시다. 스토리 라인을 읽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더 분석할 내용이 나옵니다. 분석한 내용이 쌓일수록 나열은 뚜렷한 구심점을 잡고 요약으로 변해 갑니다. 너무 분석한 내용이 없다면 쓸 말이 아예 없어서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도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진행한 결과를 두고 생각할 시간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저 쳐내기에 급급한 시간과 동기 부여라면 더 나갈 수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열이 요약보다 쉬운 것은 보고하는 사람이 리스크를 더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점이겠죠. 요약을 하는 순간 현상의 조각들이 동등하지 않고 우선순위가 생기고 선택이 발생합니다. 보고하는 사람이 선택한 우선순위가 보고를 보는 사람의 의사와 다르거나 실제 실행 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그 리스크는 기업 문화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고한 사람의 몫으로 일부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아예 나열만 하는 게 스스로에게 더 낫다고 느끼면서 동물적 감각으로 나열만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나열된 내용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말이죠.
요약의 기준이 되는 문제, 과제가 사전에 있었던 수직적이고 연역적인 과제라면 요약할 줄기를 고민할 필요가 적지만 귀납적으로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석한 사람이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요약의 기준을 잡는 것이 난이도 있게 느껴집니다. 이때 생각할 질문이 ‘가장 중요한‘ 기준을 나름대로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기업의 목표에 나와 있습니다. 사용자 수 확보가 지상 과제, 수익성 강화가 올해 목표, 신규 서비스의 고객 반응 등 이 모든 것은 어떤 모습으로든 조직에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것도 없거나 아예 내가 정해야 할 때는 성장 단계에서 지금 중요한 숫자를 스스로 정하는 과정이 추가됩니다.
커머스 비즈니스 분석에서 많이 사용하는 RFM(Recency, Frequency, Monetary)의 지표도 그냥 써버리면 나열 이상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해 본 후 자주 방문하는 Frequency가 중요한 업태이자 현재 상황이라면 이 부분이 요약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재구매 주기가 8.6일에서 7.4일로 감소하였고 객단가가 24,000원에서 25,000원으로 상승했다는 나열식의 데이터보다는 현재 재구매 주기가 목표한 8일 미만으로 감소하면서 다른 지표들이 지난주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면서 전체적인 매출 증가가 예상 곡선으로 올라가는 것에 대해 과거 및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의 사례와 더불어 설명하는 게 훨씬 관점이 있는 보고가 되는 것이죠.
KPI가 트리 구조로 연결되면서 가장 중요한 레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건 평소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액션 가능한 요약 결과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미칠 것인지 가설을 세우기 위해 평소 숫자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실제 어떤 추세로 변해가고 있는지 수고스럽지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