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이 있는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사장은 직원의 채용부터 승진, 조직개편 등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소규모 회사 특성상 사장이 모든 과정을 관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마다 사장의 사람 보는 눈은 얼마나 정확할까요? 사장은 자신이 내리는 판단을 확신할 수 있을까요?
필자도 예전에는 ‘사람을 잘 본다.’라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채용했던 직원이 능력에 못 미치거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가 가끔 있었죠. 그럴 때마다 ‘사람을 정확히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사람을 판단하여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사장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람 보는 눈‘ 즉 ‘안목’은 사장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탁월한 사장(리더)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라고도 하죠.
사업 경험이 오래되지 않은 사장은 안목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연륜이 있는 사장은 사람을 상대한 경험이 많아 사람을 잘 본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경험이 많다고 꼭 사람을 잘 보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편견과 선입견, 독선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직원 채용과 배치, 영업이나 자금 유치 활동 등 모든 면에서 사장의 안목이 중요합니다.
이 중 직원 채용이 중요한데, 이때 사장의 ‘사람 보는 눈‘이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면접 시간은 길어야 3~40분입니다. 직원 채용은 회사와 직원 간 결혼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동반자를 찾기에는 판단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결국 결정권이 있는 사장과 면접관의 안목과 직관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지요. 이때 사람 보는 것에 자신이 없는 사장은 채용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기도 합니다. 반면 독선적인 사장은 자신의 기호, 취향, 지원자의 스펙만을 고집합니다. 이럴 때면 사장의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운 것입니다.
승진이나 조직개편 때도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체계적인 인사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사장의 권한으로 사장 눈에 ‘예쁘고 성실한’ 직원들을 승진시키게 됩니다. 사장은 특정 누군가에게 치우쳐진 인사가 회사의 규모가 커졌을 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합니다. 인사제도가 있더라도 인사권자인 사장의 입김은 절대적입니다. 능력도 안 되고 직원들에게도 신뢰가 없는 사람을 승진시키려 합니다.
조직개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능력도 없는데 측근이라는 이유로 중요한 직책을 주어 여러 조직을 통솔하게 하기도 하죠. 이런 사람은 ‘입 안의 혀’처럼 사장에게 달콤한 말들을 많이 합니다. 아무리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이것은 ‘적재적소‘라는 인사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제대로 쓰는 용인술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사장은 ‘용인술‘ 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쓸 때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고 쓰는 것이 용인술의 기본입니다.
용인술 하면 삼국지의 ‘조조’도 유명하나, 초한지의 ‘유방’이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잘것없던 유방은 당시 가장 강력한 영웅이었던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통일을 이뤘습니다. 유방은 후에 항우를 이긴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전쟁에 이기는 계략을 세우는 데는 장량만 못하고,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소하만 못하며,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우는 데는 한신만 못하다. 다만 나는 이들 뛰어난 인재들을 잘 쓸 줄 알 뿐이다. 나는 장량, 소하, 한신이라는 걸출한 인재를 두었지만, 항우는 범증이라는 인재가 있었음에도 그를 쓰지 못해 결국 패했다.”
다른 예로 L회사에 베트남 지사가 있었는데 계속 실적이 저조한 상태였습니다. 이상한 점은 책임자인 지사장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리를 지켰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지사장이 영어도 베트남어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어가 안되다 보니 영업은 두 언어를 할 수 있는 현지 직원 1명에게 맡겨 놓고 있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지사에 파견할 당시 사장에게는 이 지사장이 능력은 조금 부족하나 ‘가장 믿을 만한 사람’ 즉 측근이었던 것이죠. 몇 년 후 베트남 지사는 그 현지 직원의 장난질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폐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측근이라는 이유로 능력도 없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배치하면 회사로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가 있습니다.
인재를 대우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용인술은 안목과 함께 사장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없고 인재가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됩니다. 사람이 전부인 회사에서 이건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좋은 인재는 회사를 떠날 것이고 사장에게 아첨하는 사람만 남게 됩니다.
사장은 꾸준히 ‘사람 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이 ‘사람 보는 눈‘이라는 것이 배우고 쉽게 길러지는 것은 아니나 꾸준히 경험과 지식을 쌓는 노력을 하면 점차 좋아질 것입니다. 그 밑바탕에는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우선은 사람을 잘못 파악해 오류를 범하는 일을 피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