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은 90년대 감성의 상징이죠. 몇 년 전부터 뉴트로 열풍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것도 당연해 보이긴 합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한동안 문 닫았던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이 최근 약속이나 한 듯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싸이월드는 여러 우여곡절과 함께 뉴스에 자주 나와 잘 아실 텐데, 아이러브스쿨의 재개장(?) 소식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시는 분이 더 많은 것 같더군요.
테스트 겸 저도 한번 앱을 깔아 봤았는데요. 공통점이라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기존의 PC 웹 중심에서 모바일 앱 중심이 변화되었다는 점과 커뮤니티(클럽)보다는 소셜 네트워크 기능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서비스의 실패 요인, 그리고 페북이나 인스타의 성공 요인을 그것으로 봤겠죠.)
싸이월드 : 우린 메타버스로 간다.
싸이월드 앱은 4월 2일에 오픈했는데, 기능적으로는 기존 싸이월드보다 많이 축소된 느낌입니다. 미니룸만 앱으로 옮겨 놓은 듯한데, 새로운 요소는 거의 없고.. 사실 저는 예전 사진이나 글들이 복구됐나 싶어 들어가 봤습니다만 웬일인지 일촌 목록만 몇 명 남아 있더군요. 그나마도 계정을 되살린 사람은 딱 1명 뿐이고.
2022년 버전 싸이월드의 핵심은 원래 4월에 함께 오픈하기로 했던 ‘싸이월드 한컴타운’인 것 같습니다. 해당 기사를 보면 대략의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데, 메타버스+NFT+가상화폐(좋은 건 다?) 등이 결합된 서비스인 것으로 보이네요.
아마도 3천 만에 달하는 기존 고객 DB와 추억의 사진, 취향 등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인 ‘한컴타운’과 결합하는 것이 목표인 듯합니다. 각자의 미니룸은 가상공간에서 나의 집이 되고,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타운으로 서로 연결되며, 이 공간 안에서 수다도 떨고 쇼핑도 하는 거죠.
‘놀면 뭐하니’ 같은 프로그램에서 싸이월드의 재오픈 즈음해서 도토페 같은 행사도 했고,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은 싸이월드와 연계해 신청곡도 받고 있는데요.
‘오픈빨(?)’이 있으니 어느 정도 이슈는 되겠지만, 이미 많은 SNS를 사용하고 있는 요즘 소비자들이 굳이 싸이월드에서 다시 활동을 할까? 하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또 메타버스가 메인이라면, 굳이 그 감성이 싸이월드여야 했을까? 하는 점도 의아합니다만..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감성이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일정 부분 이해가 가는 면도 있긴 합니다
과연 싸이월드는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요? 5월 한컴 타운의 오픈 후엔 어느 정도 그 운명을 점칠 수 있겠죠?
아이러브스쿨 : 이름만 같은 동창 찾기 커뮤니티.
우선 아이러브스쿨에 가입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우선 나의 학교 정보를 모두 입력해야 한다는 점,
2. 그리고 친구를 초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초대를 안 하면 가입해도 아무 정보도 볼 수가 없더군요. 그렇게 가입을 해서, 예전 친구들 소식이나 올렸던 글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하셨다면.. 안됐지만 이번에 오픈한 아이러브스쿨은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싸이월드처럼 복구 계획 같은 거? 없습니다. 그냥 이름만 가져온 거죠.
아마도 아이러브스쿨이라는 네임밸류와 첫사랑(?), 아니 동창을 다시 만나고 싶은 호기심을 결합해 서로 초대해서 서비스를 키워 나갈 계획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지향하는 수익 모델은 뭘까요?
아마도 학교와 졸업생(또는 장기적으로 재학생도), 동창 등을 서로 이어주는 서비스를 지향하는 듯합니다.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수업이 유지 강화된다면 학교 커뮤니티의 역할도 어느 정도 존재하겠죠. 성공만 한다면 교육 콘텐츠나, 학교와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겠죠.
예전 아이러브스쿨의 흥망성쇠를 다룬 기사에서도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기자들이 아이러브스쿨에 관한 질문을 하자 “비록 아이러브스쿨은 잊혔지만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강하다”면서 “동창회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교육용 전자 장비 쪽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아이러브스쿨을 살리는 것보다 전자장비 사업에 더 열중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다.
출처 : 스마트PC사랑(http://www.ilovepc.co.kr)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매력은 보이질 않습니다. 사실 ‘새로운’ 아이러브스쿨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죠. 서비스를 하는 주체인 ‘(주)파인드유’라는 회사 역시 소개 페이지 하나 존재하질 않습니다.
원조 아이러브스쿨의 창업 스토리를 보면 학교(KAIST) 친구가 옆에서 ‘싸이월드’를 만드는 것을 보고, 저런 건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 하며 친구들을 모아 150만 원으로 시작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 설마 싸이월드의 부활 소식을 듣고, 그럼 아이러브스쿨도 한번..? 하고 시작한 건.. 아니겠죠?
여튼, 아이러브스쿨이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요? 비즈니스 모델은 과연 무엇일까요?
두 서비스 모두에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과거의 일촌이나 동창들이 여전히 보고 싶어 할까? 그리고 1990년 대와 달리, 만나고 싶은 친구들은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의 도움 없이도 이미 서로 연락할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추억의 서비스들이 다시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과연 어찌 될지는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지켜봐야 할 듯싶군요.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