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전 영역을 컨트롤하여 비용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삽니다!
롯데도 가고, 헬로네이처도 가고…
지난 4월 15일 롯데온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하였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새벽배송의 시대를 연 ‘새벽배송 스타트업 3사’ 중 하나였던 헬로네이처는 아예 영업을 정지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는데요. 이렇게 새벽배송 업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것은, 늘어나는 비용 부담 대비 성과가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새벽배송은 적어도 주간 배송 대비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선, 압도적인 차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둔화되는 시점에, 여전히 성장 여력이 많이 남은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너무나 매력적인데요. 뻔히 예상되는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티몬이나 G마켓, 옥션 등이 새벽배송 시장에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경제적 해자가 너무 깊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진출하는 이들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데요. 이미 새벽배송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마켓컬리와 쿠팡의 경쟁 우위가 너무나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들 선두 업체와 후발 주자들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마켓컬리와 쿠팡은 자체 배송인력을 보유하여, 물류 전 과정을 컨트롤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초창기 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합니다. 컬리와 쿠팡이 여전히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적어도 컬리와 쿠팡은 이 덕분에 주문이 늘어나면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동량이 늘어나, 배송 기사의 효율이 극대화되면, 건당 배송비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컬리는 주문 한 건당 공헌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지 오래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들과 달리, 외주 대행을 통해 새벽 배송을 처리하던 롯데나 헬로네이처는, 건당 배송비가 사실상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참으로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는 이들이 결국 끝까지 버티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고요.
반면 시장 점유율은 컬리와 쿠팡 대비 떨어지지만, 그나마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SSG나 오아시스는 반대로 물류센터의 효율을 극대화시킨 케이스라 볼 수 있습니다. SSG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의 엄청난 인프라를 통해 물류비를 절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고요.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하여, 폐기율을 사실상 제로로 만든 오아시스는 아예 흑자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이 둘조차도 거래액 규모 측면에서는 선두 그룹과 너무 큰 격차가 벌어진 상황입니다. 그만큼 컬리와 쿠팡이 만든 경제적 해자가 넓고도 깊었던 겁니다.
즉시배송도 본질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곳이 바로 퀵커머스 시장입니다. 새벽배송이라는 패러다임 변화는 놓쳤지만, 그다음 트렌드는 꼭 잡고 말겠다는 건데요. 이마트는 쓱고우를 , SPC는 해피크루를 론칭하였고, 오아시스는 곧 브이마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올리브영도 오늘드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요.
하지만 퀵커머스 시장도, 단지 도심형 풀필먼트 센터의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자리 잡기 어려울 겁니다. 즉시배송은 그 특성상, 새벽배송보다도 규모의 경제 실현이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이미 국내보다 앞서 시장이 형성된 미국과 유럽에선 퀵커머스 업체들의 파산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결국 즉시배송 시장에서도, 물류센터의 운영 효율 극대화와 배송비 최적화를 모두 할 수 있는 업체가 흑자 전환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열고, 경제적 해자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를 위해선 초기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자본과 장기간 버틸 수 있는 현금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과연 이러한 악조건들을 이겨내고, 누가 즉시배송 시장의 왕좌를 가장 먼저 차지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네요.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