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후드: 퍼즐 디펜스’ 개발 중인 엔돌핀커넥트… 이렇게 만들었다
Q. 디스이즈게임: 엔돌핀커넥트에는 몇 명이 일하고 있나요?
# 엔돌핀커넥트가 2주에 게임 하나씩 내는 방법
Q. 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인데, 요즘 캐주얼게임이 돈이 되나요? 앱 추적 금지 정책 때문에 광고 수입이 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들었는데요.
# 매치-3 + 타워디펜스 + 수집형 RPG = <어글리후드: 퍼즐 디펜스>
Q. 인기 웹툰 <어글리후드>를 원작으로 한 게임을 개발 중입니다.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요?
A.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가 2020년이에요. 그때 ‘매치 3 퍼즐과 타워 디펜스의 조합’, 캐릭터 수집 같은 뼈대는 잡혀있었죠. 그러던 중, 네이버웹툰 측에서 IP 공모전을 개최했고 후보작 중에 <어글리후드>가 우리 게임과 잘 맞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반 판타지를 선호하기도 하고, 수집형 RPG가 되기 위해서는 캐릭터도 많이 등장해야만 했어요. 지금 IP와 게임의 시너지가 잘 나고 있어요.
Q. 왜 게임의 베타 테스트를 원스토어에서 80일이나 진행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A. 내부에서 반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만들고 있는 것을 빠르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게임 시장이 변화했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일 단위로 유저 피드백을 수렴하면서 게임을 만들어야만 했다 보니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완성도를 많이 끌어 올린 상태입니다. 초기엔 100스테이지밖에 없었는데 이제 200스테이지까지 만들었습니다.
베타 테스트를 통해서 ‘이 게임이 재밌는 게 맞나?’를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매치-3에 타워 디펜스를 더한 게 재미있는지 궁금했고, 다행히 게임성이 어느 정도는 검증이 된 듯합니다. 80일 동안 게임을 해보고 정식 론칭 때 와주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없진 않았지만, 우리만 결과물을 잘 만들면 그 분들도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유저 대응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문의 사항에 제 명의로 열심히 댓글을 달고 네이버 게임라운지도 운영 중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스토어에서 가장 빠르게 게임을 낼 수 있더군요. 80일의 CBT를 하기로 했는데, 구글이나 애플 쪽은 즉각적인 반영이 (원스토어보다) 어려운 편이에요. 마침 원스토어 측에서 저희를 화이트리스트로 등록해주셔서 신속한 라이브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이폰 유저분들이 ‘나는 언제 할 수 있냐’ 물어보시는데, 게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셨음 좋겠습니다.
Q. <어글리후드>의 출시 일정을 듣고 싶습니다.
A. 5월 4일까지 원스토어에서 베타 테스트를 합니다. 바로 같은 달 3대 마켓에 모두 정식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현재 막판 일러스트 작업 중이에요. 이런 기동성이야말로 작은 회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퍼블리셔와 같이 가면, 제가 원하는 출시 일자조차도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Q. <어글리후드: 퍼즐 디펜스>는 IP 게임인데, 게임에는 스토리가 빠져있습니다. 추가하실 계획이 없나요?
A. 게임에 스토리가 있으면 항상 좋다고 생각합니다. 웹툰 IP를 선택했으니 스토리를 빼면 말이 안 될 수도 있죠. 그런데 예전에는 프로젝트를 오래 준비했다가 출시를 못하거나 유행이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금력 있는 회사라면 대응이 되겠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잖아요?
지금은 빠른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스테이지 구성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어요. 빠르게 론칭을 하고 싶었고, 이후에는 어느 정도 성과가 날 거라고 기대해요. 그렇다면 그때 비용으로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넣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테스트 중에는 게임을 해보고 웹툰을 보러 가는 분들도 많았어요. 게임 안에 웹툰으로 가는 링크를 넣어두었거든요.
Q. CBT 중에 게임의 튜토리얼이 없어서 불친절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A. 유저들을 ‘이렇게 하라’고 강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매치-3 유저라면 퍼즐 맞춰본 경험이 있을 테고, 강제적으로 왼쪽으로 가보세요, 오른쪽으로 가보세요 하지 않았습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룰 자체는 쉽다고 봐서 팝-업 스타일로 필요할 때 메시지가 나오고, 다시 보기를 지원해서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매치-3 퍼즐에 타워 디펜스를 합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A. 저도 매치-3 퍼즐 게임을 좋아하지만, 끝까지 해보진 못했어요. 뒤로 갈수록 기믹이 심해지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남아있는 유저들은 새로운 요소를 원하는데 룰에는 한계가 분명하니까, 얼려버리고 섞어버리는 것들이 많아지게 된 거죠. 계속 이어가게 하기 위해서 어렵게 만들어놓고 클리어 자체를 파는 모델도 있었고요.
그래서 타워 디펜스를 넣었습니다. 매치-3의 랜덤성은 재미 요소지만 반복의 피로가 분명해요. 다 운에 맡기면 재미가 없기 마련이죠. 그래서 타워 디펜스에 고유 스킬을 가진 캐릭터 수집, 성장을 넣어본 거에요. 스테이지가 어려워질수록 하드코어 유저들의 연구와 공략이 굴러갈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Q. <퍼즐앤드래곤>처럼?
A. 그러면서 게임에 덱 짜는 재미가 있기를 원합니다. 캐릭터들에게 스킬 범위가 한정되어있어요. 이 캐릭터 스킬에서는 일렬만 딱 때린다거나 그런 설정이 들어있는데, 어떤 스테이지에서는 좌측열에 적이 집중적으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지나치게 반복이 되면 재미가 없으니까 다른 스테이지에서는 중간, 다른 스테이지에서는 (상대 기물의) 원거리 공격 같은 것들이 계속 추가돼요. 그게 타워 디펜스의 재미죠.
개인적으로 수집형 RPG를 재밌게 하는데 단점은 하드코어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픽업이든 어떤 식으로든 갖고 싶어서 뽑았지만 버려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획득도 쉬운 모델을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쉽게 뽑아서 다양한 캐릭터를 써보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면 매출이 줄겠지만, 롱런하려면 그게 맞다는 생각이에요.
Q. 새 게임에 기대하는 성과는 무엇인가요?
A. 지금 회사 직원이 13명이고, 11명이 <어글리후드>에 뛰어들었습니다. 2020년에 퇴사하고 창업을 했고, 작년 7월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으니 빨리 만들었어요. 저는 늘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나쁘지 않은 속도입니다. 북미나 유럽, 동남아 같은 해외에서 오래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외국에 한국 문화 콘텐츠를 알리는 일을 하는 셈이죠.
# ‘플러스 원 게임’ 추구하는 엔돌핀커넥트
Q. 주4일제 근무에 재택근무까지 시행 중입니다. 점점 완화 조치가 되고 있는데 직원들을 출근 시키실 계획은 없나요?
A. 저는 직원들이 코로나19 상황이라서 재택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점점 사무실을 줄여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바람도 쐬고 쉬어야 좋은 문화 콘텐츠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올해 말부터는 워케이션(Work+Vacation)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에요. 본사 유지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다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면 또 다른 효과가 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저는 재택 예찬론자입니다. 사무실에서 2시간 거리에 사는 분이 있는데, 그때 낭비되는 에너지가 굉장히 커요. 그 시간에 집도 좋고 어디라도 좋으니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데 써달라는 거죠. 코로나19가 끝나도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다면 출근 시킬 생각은 없어요. 이제 어느덧 재택근무 노하우도 쌓여서 작년에 비하면 많이 괜찮아졌어요.
Q. PC MMORPG <아키에이지>의 론칭 멤버였고, 또 PD를 역임했습니다. 주4일제로 큰 볼륨의 게임도 만들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A. 집중해서 동시에 뭔가 해야만 하는 시기가 분명 있습니다. 근데 그렇지 않은 시간들도 분명 있었거든요. 제가 문제라고 보는 건 스테이지 밸런스에 문제가 생겨서 사람들이 다 모여서 일해야 하는데, 일러스트 그리는 분이 같이 남아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거에요. 같이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면 그때는 근무일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꼭 밤 늦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의문이 있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게임보다 더 볼륨이 큰 게임이라고 해도, 주4일제를 해볼 만해요. 월요일에 대응할 일이 생기면 월요일에 나갈 사람이 나가고, 그 개발자는 금요일에 쉬면 되는 일이에요. 오히려 근무하는 날짜가 달라서 자기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겠죠. 주4일제를 해도 3일은 같이 일하게 되는 셈이잖아요.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의 문제입니다.
Q. 회사의 개발 철학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플러스 원 게임’을 많이 이야기해요. 다른 게임을 완전히 카피하지는 말고 거기에 ‘플러스 원’을 하자는 거에요. <어글리후드>도 똑같아요. 퍼즐 RPG가 많이 나왔지만, 그런 게임을 온전히 답습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넣기 시작한 게 퍼즐 디펜스에요. 이제 더는 새로울 게 없는 세상이라면, 어떻게 변형하느냐를 고민해야죠.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만들 때도 탑10에 있는 게임들을 참고를 하지만, 어떻게 다르게 적용할까를 주제로 늘 고민해요. 그게 우리 개발 철학이었으면 좋겠어요.
Q.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전해주세요.
A. 단기간으로는 <어글리후드>가 잘 되는 게 가장 커요. 이게 잘 되든 안 되는 게임을 계속 만들어서 스타트업으로서 살아 남는 게 궁극적인 목표죠. 직원분들 대부분이 주주이시니 같이 대박이 나길 원해요. 이 분들이 계속 회사에 남아서 일할 환경을 만들어드려야죠. 기껏 노하우를 만들었더니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제는 노하우가 체득됐으니, 다음 단계를 위해 노력해야죠. 그러면 저도 대외적으로 신경쓸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