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이전에 세상이 있다
데이터 분석가의 가장 큰 역할은 서비스를 추상적으로 해체하고, 수치적으로 측정하여, 유의미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이보다 더 중요한 것 하나가 생긴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수치를 해석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많은 데이터 분석가들이 수치를 서비스 분석에 있어서 가장 확고한 그 무언가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수치들을 이리저리 뒤틀고 생산하며 서비스의 면면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분석이 턱턱 막히는 지점이 온다. 흥미로운 수치는 존재하지만 그 수치가 과연 유의미한지 명확히 말할 수 없게 되는 시점 말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유저 1주 리텐션이 30% 라고 해보자. 이 수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리텐션 이라는 단어와 30% 라는 수치는 알아냈지만 그래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래서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1주 리텐션이 올라가고 있다면 좋은 뜻이지만, 정말로 좋을까? 과연 지금 수준의 리텐션과 리텐션 상승률이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커가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위급한 상황이기에 서비스 피봇을 해야 할까?
그 누구도 모르는 시점이 언젠가 오게 된다. 그리고 이런 순간은 특히나 데이터 분석가에게 빠르게 다가온다. 그럴 때 분석가는 일종의 현타를 세게 겪게 된다. 바로 자신의 분석이 서비스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서비스와 고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에 어떠한 의견도 낼 수 없다는 현타이다.
사실 왜 이런 현타가 오는지 이유를 말해보자면 간단하다. 데이터 분석가가 고객과 서비스, 산업, 그리고 그와 연관된 것들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지는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고 또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지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으레 그렇듯 목적지 없는 노력은 성과 없는 방황이 되어버린다.
어떤 서비스든 누군가를 위해 세상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태어난다. 그 목적과 대상 자체가 어찌 보면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서비스의 목적과 대상을 모른다면 조사한 수치는 서비스가 과연 목표로 한 장소로 굴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가고 있는지 알려줄 수 없다. 보이는 것은 단지 서비스가 굴러가고 있다는 근시안적인 상황뿐.
따라서 데이터 분석가는 시시때때로 수치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고객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알맞은지 확인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관찰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데이터 분석과 상관없는 부서는 어떤 목적과 논리로 돌아가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즉, 데이터로 측정되지 않는 것들을 보고 구조화하여 이해해야 한다.
여름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