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트업 붐이라 하죠. 생긴 지 불과 몇년도 안 된 기업이 상장해 수십년 된 기업의 시총을 앞질렀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투자금에 목을 매던 스타트업들이 이젠 벤처캐피털(VC)을 골라가며 투자 유치를 받는다고 합니다. 가히 스타트업 전성시대입니다.
그러나 성장세에 비해 마땅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정을 중시하는 대기업 선호는 여전한 편이고 스타트업은 인재에 늘 목말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직무를 파행적으로 맡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서비스 기획자가 영업이나 홍보를 담당하기도 하고, 개발자가 디자인까지 배우기도 하죠. 혹자는 “체계가 없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나름 차별화된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스타트업 커리어만의 미덕(?)이 존재하기 힘든 직무가 있습니다. 바로 마케팅입니다. 현직 프로페셔널들의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나누는 리멤버 커뮤니티에선 스타트업의 마케터 구인난은 다른 직무의 구인난과는 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마케팅 역시 MD(상품기획자)나 영업 담당자가 동시에 맡는 경우가 많은데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더 심각한 건 스타트업에서 마케터가 잘 성장하기도 힘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의 마케터 구인난,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마케터 구인난을 겪고 있는 대표님께 드리고 싶은 말
대표 설득에 힘 빼다 쉬운 길만 찾는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마케터는 여느 직무처럼 콘텐츠 제작부터 광고 대행사 선정, 예산 분배 등 다양한 업무를 직접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의성 있는 콘텐츠 센스를 발휘해야 하는 건 물론, 합리적 비용으로 최적의 효율성을 낼 수 있는 ‘결과’까지 담보해야 하는 것이죠.
잘 되면 ‘슈퍼 인재’가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마케팅은 돈을 벌어 들이는 다른 직무들과 달리, (장기적 더 큰 수익을 위해) 단기적으로 돈을 크게 써야 하는 직무라는 데서 어려움이 비롯됩니다. 마케터들은 매일 대표들의 이런 질문에 노출됩니다: “그 정도 지출하면 우리는 얼마나 잘 될 수 있는 겁니까?” 이 같은 질문에 100% 성과를 장담하며 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마케터는 거의 없다는 게 글쓴이인 전자상거래 업체 라온제나 대표 이효정님의 의견입니다.
원래 마케터는 큰 틀에서 마케팅의 방향성이 정해지면 각 채널에 맞는 알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표와의 의사 소통 과정에서 번번이 일의 진행이 막히게 되다 보면, 참신하고 더 효과적인 마케팅 액션을 찾기보단 어느새 대표를 설득하기 쉬운 논리 구조를 갖춘 고만고만한 마케팅 방식만 고민하게 된다는 겁니다.
경력직은 오지 않고 신입은 와도 할 게 없다
경험이 많은 유능한 선배 마케터가 여러 노하우라도 전수해주면 나으련만, 마케터 구인난을 주제로 한 글에서 “좋은 마케터를 뽑으라”는 동어반복적인 대안을 제시할 순 없겠죠.
그렇다면 신입 마케터라도 잘 뽑아야 할 텐데 마케터 구인난의 어려움은 여기서 더 배가 됩니다. 신입 마케터를 뽑아도 다른 직무에 비해 가성비가 안 나오거든요. 물론 그 신입 직원의 역량이 향후 어떻게 만개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당장 본인 연봉보다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 액션을 대표에게 설득해내야만 하는 직무 구조상 신입 마케터는 경력직에 비해 더더욱 입지가 좁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표가 수석 마케터가 돼야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이 마케터 구인난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효정님이 제시한 해결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대표 스스로 수석 마케터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직무에 있어선 대표는 직원들에게 적절히 권한과 임무를 부여하는 최종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대표가 세밀한 전문성을 기를 필요도 없고 오히려 적절한 거리두기로 재량을 보장해주는 게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마케팅은 실무 끝단에서부터 최종 의사 결정까지 방향성이 완벽히 일치해야만 예산이 집행되고 실무가 최종 진행됩니다. 이때 핵심 결정권을 쥔 대표가 최종 의사 결정에만 참여한다면 다음과 같은 2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마케팅 분야 전문성이 없기에 전적으로 실무자의 판단만 따르거나 2)전문성도 없으면서 자신의 감만 좇아 실무진들이 진척시킨 것들을 한번에 뒤집는다.
이 2가지 문제를 방지하고 최적의 성과를 내려면 결정권을 쥔 대표가 어느 정도 마케팅의 전문성을 쌓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주관적인 감이 아니라 마케팅 분야 로직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선의 마케팅 성과를 위한 자기만의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효정님의 의견입니다.
마케팅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대표는 자사 마케터 중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강점이 있는 마케터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 스스로가 자사 마케팅 프로세스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큰 틀의 방향성까지 제시할 수 있다면, 주니어 마케터들도 더이상 대표를 설득시킬 쉬운 방법만 찾는 대신 최적의 마케팅을 위해 주력하게 될 겁니다. 실제 유망한 여타 스타트업들에선 대표들이 마케팅 업무에 준전문가로서 깊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으로 이효정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입 마케터에게 가장 좋은 사수는 대표가 돼야”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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