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에 기반한 뚜렷한 고객 가치 증가는 어떠해야 할까
IT 투자는 IT 기업이든 IT 기업이 아니든 부담스러운 주제입니다. 당장 효과를 측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큰 자금이 들어가는 일이 생기니까요.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이 아니라면 대부분 기획안을 만들다가 실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작년 8월 글로벌 데이터 기업인 ‘테라데이타(Teradata)’가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한 글로벌 기업의 80% 이상이 ’22년 이후 계획된 IT 투자 계획을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 때문에 다시 생각해 본다고 합니다. 그만큼 IT 투자는 꼭 해야 하지만 명확한 성과가 나지 않으면 계속 투자를 하기 어려운 항목입니다.
IT 투자 실패의 원인
IT 투자가 실패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처음부터 투자할 항목을 잘못 선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에 소개된 IT 투자 실패 케이스에서도 다루고 있는 내용인 ROI가 나오지 않는 IT 프로젝트는 리미니 스트리트(Rhimini Street)의 사장 세바스찬 그레이디의 표현처럼 누군가의 섣부른 호기심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섣부른 호기심. 우리는 이런 사례를 경험적으로 많이 보아왔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재벌이 본업인 제조업과 연관 없는 골프장을 대거 사들이다가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장면. 어느 날 문득 생각한 해외 진출 국가에 충분한 시장 조사 없이 매크로적인 접근만으로 들어가서 빠르게 철수한 장면. 이런 의사결정권자의 섣부른 호기심은 지금 IT 투자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투자는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시장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밸류체인을 강화해서 투자 금액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데 집행되어야 하죠. 현재 고객이 이 회사와 브랜드의 느끼는 좋은 점을 더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사업이라고 해도 기존 자본과 연결되는 고리가 있어야 효율적인 확장이 가능한 게 현대 전략의 금과옥조입니다.
전략은 IT라고 다른 방향일 수 없다
한 때 패스트패션으로 글로벌에서 큰 성장을 보였던 인디텍스 그룹은 공급망의 속도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예측하지 않고 반응한다는 경영 철학을 빠른 트렌드 상품 공급으로 실현시켰습니다. 그래서 IT 투자의 우선순위도 기획/디자인에서 생산으로 연결되는 단계의 속도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스페인 본사 주변 지역의 원부자재 업체/공장과의 빠른 연결 및 계약, 생산 진행은 조금 과장해서 금융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주식 거래가 이뤄지는 수준이었습니다. 아직도 구두 계약으로 생산 MD들이 동남아 생산 공장에 봉제 라인을 잡기 위해 메일과 전화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업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인디텍스는 효율적으로 원하는 것에만 투자를 해서 성과를 만든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인디텍스는 분명한 지향성을 두고 IT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매기 역할을 하는 아마존의 공격적인 성장에 IT 투자를 자신들의 강점인 속도에 두고 하고 있죠. 자라(ZARA)를 비롯한 인디텍스 그룹의 상품들이 빠른 주기의 신상품 출시와 높은 회전율, 적은 재고를 두고 움직이는 점을 감안해 다소 부족했던 부분인 매장 이후 단계에 속도를 강화하는 일관된 고객 경험을 주려고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초점이 없는 IT 투자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앞서 소개한 리미니 스트리트는 원래 벤더사를 좋아할 수 없는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입니다. SAP, ORACLE 등의 유지보수를 저렴한 가격에 대행하는 회사니까 기존에 운영 업무를 직접 하는 이 회사들을 좋게 말할 수는 없죠. 하지만 링크한 기사의 내용처럼 벤더사의 주도하에 움직이는 IT 계획이 ROI가 나오지 않는 투자로 인도하는 원인이 되는 것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벤더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벤더사의 우선순위는 벤더사의 매출과 이익입니다. 벤더사에 의존한 기업은 사실 벤더사만큼 효율적이고 정확한 투자를 할 분야를 알지 못합니다. 이미 의존을 오래 했으니까요. 벤더 사는 화려하고 팔리는 키워드들을 나열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프로젝트와 높은 단가의 서비스를 계약하기를 원합니다. 사실 벤더사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정 규모가 넘어가면 기업 집단에서 하나씩 갖고 있는 IT 계열사들도 그렇습니다. 풀필먼트 시스템부터 고객 경험 관리까지 모든 부분을 다 최신 사양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 가치를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있냐를 생각하는 것이죠.
고객 가치를 만드는 프로세스
우스개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제조사는 자신들이 만든 유통 채널에 치여서 살아갑니다. 유통 채널을 모시고 있죠. 넓은 매장에 새로운 상품들로 꽉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포비아(phobia)를 갖고 있습니다. 영향력 있는 유통 채널에 입점을 하든 자체적인 채널을 갖고 있든 그렇죠.
제조사의 제품을 사는 고객은 결정적으로는 제품을 구매 의사 결정의 가장 상위에 놓습니다. 아무리 제네시스(Genesis) 매장이 고급스럽게 자동차 구매 고객을 맞이한다고 해도 벤츠(Benz)와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의 제품 가치에서는 매장의 고급스러움이나 애플리케이션의 편리함은 1순위 고려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단지 있으면 더 좋은 것일 뿐이죠. 제조사는 고객이 고민하는 1순위를 위한 전략을 IT로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투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인디텍스를 부러워하는 패션 회사들은 어떨까요? 패션 회사의 많은 디자이너들은 매장의 크기에 눌려서 살고 있습니다. 특히 IT 투자가 부족한 기업의 디자이너들은 한 시즌에 만들어야 할 디자인 개수를 구현해서 다음 단계로 넘기기 위해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죠. 시간이 없습니다. 트렌드 확인부터 디자인 자체를 하는 것, 그리고 디자인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수량이나 단가에 대한 합의를 하기까지 IT 자원이 충분치 않다면 프로세스 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을 허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 가치와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것은 디자인 그 자체를 만드는 시간인데 거기 쏟는 시간과 에너지는 절대적으로는 얼마 안 되는 것이죠. 이런 회사에서 IT 투자 우선순위는 어디에 이뤄져야 맞을까요?
아직 회사가 작고 유통망이 작다면 콘텐츠를 만드는 개수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덩치는 커진 상태에서 여전히 고객 가치 본질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면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해 나가는 것만 하는데도 모두가 버거워질 것입니다. 여기서 IT 투자를 쇼핑몰의 리뷰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만든다, 다 그게 그거인 디자인의 옷을 고 추천 시스템을 만든다는 투자는 1순위가 될 수 없습니다.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자원이 얼마나 풍부한가는 만드는 프로세스의 여유로움에 있기 때문이죠.
근본적인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자체적으로 IT 투자를 기업 전략에 맞게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을 갖추는 것입니다. IT와 기업의 전략이 연결되는 사람은 정말 희소합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보다 내부의 이야기를 듣고 IT 투자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