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마케터는 무엇이 다를까?
스타트업의 마케터는 일반 회사의 마케터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존 회사들과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보니 발생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빠른 성장을 위해서 조금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도전하는 등 무언가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특히나 가장 중요한 광고비도 단순히 이익 범위 내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성장을 위해서라면 적자가 나더라도 광고를 진행하면서 오직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마케터 채용 공고에 “스타트업 경험자 우대”라는 조건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이왕이면 비슷한 스타트업을 경험한 마케터를 채용하는 게 조금이나마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경력 마케터의 경우 일반 회사에 있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 후 너무 다른 환경 변화로 인해 적응이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일반적인 회사의 마케팅을 오랜 기간 하다가 처음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고 나서 적응이 매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다른 환경이다 보니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부분을 바꿔야 했습니다. 지금은 몇몇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나서 적응한 상황입니다. 이제는 반대로 일반 회사가 적응이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한번 다시금 일반 회사로 이직을 하였는데, 예전에는 너무나 당연하던 부분이 도리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면서 그 이후로는 계속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매우 많습니다. 그러므로 사전에 미리 이 부분을 미리 대비하거나 준비하지 않고, 그저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보고 신규 입사나 경력자의 경우 이직을 하게 되면 큰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과연 어떤 부분을 미리 준비해야 조금이나마 적응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타트업도 결국 회사다!
스타트업에 마케터로 신입으로 입사하거나 일반 회사에서 이직을 할 때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은 너무 자유롭고, 언제나 새로운 걸 시도하고, 매우 수평적이고,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환경 등 겉으로 드러난 좋은 부분만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스타트업도 회사입니다. 매출을 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고, 실적에 대한 압박, 성과가 안 좋으면 업무가 바뀔 수도 있고, 연봉이나 인상폭이 적을 수도 있고, 심지어 심한 경우 퇴사율이 50% 가 넘는 등 일반적인 회사에 비교해서 더 안 좋은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는 결국 월급을 받고 그만큼의 성과를 내야 하는 곳입니다. 아무리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아서 일반 회사보다 여유 있고 조금 더 유리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회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놓치고 너무 큰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은 업무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일반 회사에 비해서 스타트업은 업무 속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스타트업은 대부분 투자를 받아 운영이 되기 때문입니다. 투자 순서를 보면 처음에는 시드(SEED) 투자로 시작을 하고, 그다음 시리즈 A, B, C, D로 가는 게 가장 일반적입니다. 다음 투자를 빠르게 받기 위해서는 현재 받은 투자금을 최대한 잘 사용해서 실적을 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회사에 비해서 무모할 정도로 성장 속도를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입의 경우는 처음이다 보니 그저 이 속도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지만, 경력자의 경우는 이 빠른 속도를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회사라면 10~30% 성장을 하는데 분기 또는 년 단위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스타트업에서는 100% 이상의 성장을 한 달 만에 달성해버리는 경우도 있고, 년 단위로는 1,000% 이상 성장을 하는 로켓(rocket) 같은 곳들이 자주 보입니다.
이익을 남기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회사와 투자를 바탕으로 적자임에도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의 업무 속도는 너무나 다르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업무 체계를 갖추거나 인원의 충원 등도 없이 빠르게 성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은 빠른 업무 속도가 필요하다는 점이 거의 필수라는 점을 기억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은 업무 체계가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순서나 체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케터의 경우 보통은 광고를 진행하기 전이나 콘텐츠를 진행하기 전에 기획 후 검토, 광고 예산 설정, 관련 부서와 협의, 광고나 콘텐츠 소재 제작 등 미리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과정을 짧게 끝내고 바로 테스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실전 테스트를 하고 결과를 보면서 수정해나가는 경우도 있고, 결과가 좋다면 바로 광고 예산을 2~3배로 증가시키면서 빠르게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내려고 합니다.
체계가 없다는 점이 보통은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쓸데없는 협의 과정을 줄이고 실무자들이 조금 더 빠르게 무언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일반 회사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여러 부서와 협의 및 결정권자들의 허락을 받기 위해 몇 달이 걸릴 수 있는데, 오늘 결정한 사항을 바로 결정권자에게 보고하고, 다음날 바로 진행이 가능한 곳이 스타트업이 가진 큰 장점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입 마케터의 경우는 무언가 처음부터 업무를 제대로 배울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고, 경력 마케터의 경우는 기존에는 체계를 갖고 일하다가, 너무나 체계가 없는 환경에 당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업무 체계가 없다는 점은 매번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많은 혼란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마다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고, 이미 기존 회사들한테는 별거 아닌 기본 업무를 스타트업에서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업무 체계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너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같지 않은 스타트업도 많다!
스타트업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벤처기업, 혁신기업, 강소기업 등으로 불리던 신생기업들 중에서 신선한 아이디어와 IT 기술 기반의 회사들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한국에서도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를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스타트업의 정의는 이제는 많이 사라지고, 벤처 기업과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생 기업들이 스타트업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스타트업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 없이 그저 투자를 받기 위한 곳들도 종종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믿을만한 스타트업을 찾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꿈과 비전만 보기에는 현실은 냉정합니다. 매년 수많은 스타트업들 생기지만, 매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스타트업을 가기 전에 여러 가지 현실적인 부분을 비교하고 고민하고 준비하는 게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믿을만한 스타트업의 기준은 결국 투자일 것 같습니다. 투자를 받았다는 건 수많은 투자자들이 많은 고민을 한 후에 진행을 했다는 뜻이므로, 어느 정도는 신뢰가 가는 스타트업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투자금이 꼭 크다고만 좋은 게 아니라, 시드(Seed) 투자나 시리즈 A를 받은 곳이라도 투자를 한 곳이 어디인지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시장에서 수많은 성공을 주도한 액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털(VC) 들이 투자를 했다는 건, 충분히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ycombinator, 500 Startups 같은 곳에서 투자를 받기만 해도 바로 업계에 큰 주목을 받게 되고,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개의 유니콘 스타트업을 초반부터 같이 만들어 낸 액셀러레이터들이 많습니다. 이런 곳들의 투자는 금액과 상관없이 커다란 신뢰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투자를 받지 않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크게 성공한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의 기존 경력, 핵심 멤버들의 이력, 실제 매출 지표, 퇴사율, 퇴사자들의 평가 등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이 거의 유행처럼 번지게 되면서 엄청나게 생겨나고 있지만, 막상 입사 후 수많은 실망만을 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불신만 생긴 채 퇴사를 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꼭 어느 정도 신뢰 있는 스타트업을 찾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의 장점이 정말 많습니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말 재미있게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 빠른 회사의 성장 속에서 내가 같이 성장하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직장인에게 중요한 연봉이나 복지가 매우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그저 꿈과 열정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봉, 복지 등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워라벨까지 좋아지면서 수많은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스타트업들이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퇴사율이 50%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연봉 인상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고, 모든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장점과 단점을 냉정하게 비교해서 준비하지 않는다면, 신입의 경우는 너무 큰 실망을 할 것 같고, 경력자의 경우 이직을 크게 후회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스타트업의 마케터로 일을 한지 몇 년이 넘어가다 보니 이제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고 계속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케터로서 업무의 자유도와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새로운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은 그 어떤 조건보다도 저한테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스타트업 마케터로 일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적었지만, 워낙 회사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저 본인이 원하는 1순위가 무엇인지를 스스로한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연봉, 워라벨, 업무 자유도, 개인의 성장,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동료 등 중에서 1순위를 채울 수 있다면, 나머지를 조금 양보해야 합니다. 모든 걸 다 갖춘 스타트업을 찾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은 일을 할 때 누가 시키지도 않을 수 있고,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스스로 가지는 것“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 먼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할 때 만큼은, 스타트업은 어떤 누군가한테는 최고의 회사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스타트업 마케팅 팀장 K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