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직업도, 직장도 다르지만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연례 행사가 있죠. 바로 ‘인사 평가’입니다. 자기 성적표를 들여다보는 일이 달갑기만 한 일이겠습니까만은,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 받는 건 업무 효율성 제고나 차후 실적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데는 모두가 수긍하실 겁니다.
그러나 ‘인사 평가, 이게 최선일까?’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많이들 해보셨을 겁니다. 평가 받는 입장에선 이 평가만으로는 온전히 자신의 기여를 측정 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고, 구태여 동료들을 경쟁자로 만드는 줄세우기 때문에 사기도 저하되곤 합니다. 평가자 역시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직원들의 수많은 기여를 각종 수치와 데이터만으로 평가하는 게 어려울 뿐더러 평가 한번 잘못했다간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급기야 퇴사자까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직 프로페셔널들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나누는 리멤버 커뮤니티에선 기업들의 이러한 평가 방식을 확 바꿔보자는 제안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마리아의료재단의 인사기획팀 리더를 맡고 계신 박지만님의 글인데요. 박지만님의 주장을 따라, 지금의 기업 인사 평가는 왜 문제고 어떤 대안이 가능할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평가, 꼭 해야하나요?
경쟁 유도? 줄세우기로 사기 저하!
현재 대다수 기업들은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라 불리는 인사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용어가 좀 어려운데 요점은 간단합니다 : 구성원들이 낸 성과를 수치화하고 서열화해서 보상을 차등해 지급하는 인사 평가
이 방식의 핵심 키워드는 ‘수치화’와 ‘서열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직원들의 기여를 객관화해서 비교하겠다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직원들 간 경쟁을 유도해서 차후 성과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입니다.
분명 효과는 있습니다. 인간에게 경쟁심이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곤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문제점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지만님에 따르면 크게 3가지입니다.
1. 보상이나 승진을 미리 설정한 뒤 고과를 역으로 결정한다.
2. 업무 수행 결과 대한 명확한 피드백이 미흡하다.
3. 직원의 단점에 집중하며, 업무 역량 향상보다 줄세우기가 목적이 된다.
풀어서 말하자면, 사실 현재 인사 평가는 이미 정해진 파이의 보상을 누군가에게 얼만큼 쪼개줄 것이냐가 핵심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보상이나 승진 결과를 정해놓고 고과를 역으로 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피드백도 만족스럽지 않게 됩니다. 업무 수행 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하기보단 보상과 승진의 이유를 듣는 수준에 그치죠. 수혜 인원보다 누락 인원이 많기 때문에 인사 평가는 통상 직원의 장점이 아닌 단점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과는 <소수의 만족 + 서열화에 따른 다수의 사기 저하나 퇴사>로 이어지기 십상이죠.
‘보상 나눠주기’가 아닌 ‘직원들의 성장’이 목표가 돼야
그렇다고 평가를 폐지할 수는 없죠. 혹자는 평가 폐지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자기 성과를 타인이 객관적으로 평가해주고 돌아보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할 겁니다. 다만 그 방식을 획기적으로 달리 해보자는 게 박지만님의 주장입니다. 그 실례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2013년 고안해 도입한 ‘체크인(The Check-In) 인사 평가 방식이 있습니다.
이 방식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정해진 형식 없이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전달
2. 직원은 이 피드백을 다음 업무에 참고
3. 동료와의 비교나 단점 언급 대신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논의와 직원의 경력 개발에 집중
4. ‘얼마나 오랜 시간 일했는가’ 등 정량적 접근 대신 ‘얼마나 가치 있게 일했는가’에 초점
5. ‘성과가 얼마나 잘 나왔느냐’보다 ‘일을 얼마나 진전시켰느냐’에 집중
기존 평가는 각 직원의 성과(KPI)를 만족시키느냐가 보상과 승진의 기준이 됐습니다. 언뜻 보면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업황 등 본인의 기여와 무관한 요인의 영향에 크게 좌우된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객관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죠.
반면 체크인 방식은 직원 개개인의 직무 목표와 그에 따른 진전을 평가하기에 맞춤형 평가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실제적인 직원의 기여와 노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직원의 성장을 유도하는 촘촘한 피드백 시스템인 것이죠. 결국 인사 평가의 초점을 ‘보상, 승진 나눠주기’가 아닌 ‘직원들의 성장’에 맞추자는 겁니다. 어도비는 실적보다 직원들의 성장에 집중했고 그 결과 더 나은 성장은 물론 조직원들의 높은 충성도도 얻게 됐다네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평가의 명암은 분명히 존재하고 완벽한 평가 방식은 없을 겁니다. 회사마다 경영 환경이나 기업 문화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다만 박지만님이 주장하신 기존 인사 평가의 ‘서열화’ ‘단점 집중’ ‘줄세우기’ 등은 어느 기업이나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함은 틀림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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