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마냥 미덕일 수는 없다
질문은 토론과 함께 수평적 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미덕(Virtue)이 되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주입식 교육의 반대 개념으로 왜 우리나라 교실, 강의실은 질문이 없는지 오랜 기간 이야기가 나왔었죠. 회사에서도 수직적 문화를 벗어나기 위해 질문과 토론은 장려되는 문화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설득시켜야 일이 진행되는 문화에서 질문은 서로의 생각 차이를 이해하는 수단이 됩니다.
하지만 모든 질문이 미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일하면서 어떤 질문이 좋고 어떤 질문이 별로인지 질문을 받을 때는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바보 같은 질문은 없다고 말하는 아마존의 기업 문화 이야기는 들었을 때는 고개를 당장 끄덕이게 만들지만 막상 그런 질문을 받을 때는 정말 그런 걸까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듭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확인한다거나 기획 프레임을 나누거나 시장을 바라보는 큰 틀에 대한 이해를 위해 질문을 하는 상대적으로 좋은 질문도 있습니다. 질문을 통해 기존 관념을 부수고 허를 찌르는 거죠.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질문을 통해 유도되기도 합니다. 내가 질문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대답에 대한 혜택을 볼 수 있는 좋은 질문도 있습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 질문할 주제를 충분히 고민해보고 질문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런 질문은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시간과 노력을 앗아가는 질문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미 공유한 내용을 다시 물어보는 질문, 노력해서 찾으면 찾아지는 내용을 물어보는 질문, 과정보다는 결과만 바라는 질문은 일을 정말 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어떠한 고민의 흔적도 노력의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질문은 결국 열심히 달리고 있는 상대방의 에너지만 소모하게 만듭니다.
보이지 않는 질문의 수준이 조직에 영향을 미칩니다. 보이지 않는 지식과 에너지는 사실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좋은 질문과 좋지 않은 질문을 통해 지식과 에너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무 질문도 없고 적막한 조직이 이상적일 수는 없습니다. 상상하기도 싫죠. 그렇지만 말하기 전에 생각했냐는 이야기는 여기에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어느 기업에서는 면접에 들어온 면접관의 수준을 면접 질문으로 회사에서 평가한다고 합니다. 면접관의 질문이 모두 기록이 되고 그걸 검토하는 시간이 있는 것이죠. 무서운 이야기죠.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면접장에서 드러나는 것을 이 기회를 통해 알아보겠다는 거니까요. 이 정도로 질문에 강박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내가 하는 질문의 양이 너무 적은 지, 혹은 질문의 수준이 나의 노력으로 될 일이었는지, 마이크로 매니징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 질문은 마이크로 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니까요.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