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서울 한강, 하수구에 버려진 독극물을 먹은 물고기는 괴물로 변했다.

미군기지에서 무심코 흘려 보낸 포름알데히드가 물고기를 기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성장한 괴물은 원효대교 북단의 하수구에서 틈틈이 시민들을 노린다.

개봉한 지 벌써 10년이 넘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한국 사회에 괴물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대한민국의 중심인 한강, 한강의 기적의 중심지인 ‘한강’에 등장한 괴물은 신선했던 충격으로 기억된다.

 

 

한국에 상륙하기 시작한 특허 괴물

 

2022년 우리 사회에 새로운 괴물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다.

특허 제도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먹고 자라난 이들은 영화 속 괴물과 같이 한국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다. 

이제 신호탄을 날렸을 뿐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한국 상륙을 시작하며 평화로운 한강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 괴물’은 우리가 상상하는 한강 속 괴물과 달리 거대한 몸짓을 가지지 않고, 괴상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이들은 특허를 활용하는 기업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왜 ‘특허 괴물’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특허 괴물’은 기업의 존재 목적인 이윤을 극대화를 위해 특허를 활용한다. 괴물과 같은 왕성한 식욕을 가지고 이윤을 추구한다. 특허를 활용한 특허 소송이 이들의 주 수입원이다.

기업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과 효용에는 침묵한다. 고용을 창출하거나,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소송이 수익원이므로 ‘특허 괴물’이 열심히 활동할수록 사회에 법적 분쟁은 증가한다.

이들이 가진 특허의 힘은 파괴적이다. 수백억 소송에서 진 기업을 파산시키기도 한다. 

소송을 무기로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하기에 이들은 ‘특허 괴물’이라고 불린다.

 

 

특허 제도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특허 괴물’은 특허 제도가 제공하는 먹이를 먹고 자란다. 특허 제도는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 각국이 반독점 규제를 통해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을 견제하는 것과 달리, 특허를 통해 시장 독점을 장려한다. 

세상을 바꾸는 스마트폰 기술을 개발하였더라도 경쟁사는 금방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10년을 공들인 연구시간, 수백억을 들인 개발비용, 수천명의 연구인력의 노력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라면, 그 누가 기술을 개발할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한다. 하지만, 창조의 동기가 없으면 아무도 창조하지 않는다. 손쉬운 모방의 길을 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대가로 특허라는 강력한 힘을 제공한다. 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특허라는 독점권을 허용한다. 기업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20년간 보호받으면서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합법적인 독점 권한은 시장에서 수익을 차지하는 원동력이자, 연구개발을 위한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국가는 기업에게 ‘특허’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기술의 창조를 독려한다.

 

 

 

 

■ ‘특허 괴물 찾아낸 보금자리

 

특허 제도는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으며, 나이와 국적을 묻지 않고 동일한 기회를 제공한다. 권리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특허를 활용할지 질문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기술을 개발한 대가로 특허를 인정할 뿐이다. 특허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묻지 않는다. 

기업은 스마트폰 특허를 획득해서 자신의 제품을 보호하고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 특허에 가치를 부여해서 기업의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다. 급전이 필요하면 특허를 팔 수도 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당사자의 합의만 있으면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특허 괴물’은 기회를 찾았다. ‘특허’의 속성을 간파했다.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도, 특허를 구매해서 소송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특허를 구매해서 삼성, 애플, 소니, 화웨이에 내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하면 된다. 소송에 이겨서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작년 인텔은 2조가 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만약, 삼성과 애플이 싸운다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끝내지 않는다. 서로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합의로 끝낸다. 하지만, ‘특허 괴물’은 잃을 것이 없다.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연구개발하지 않는다. 특허라는 문서 하나를 가지고 소송하고, 지면 소송 비용만 내고 끝나면 된다. 특허 괴물을 상대로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고, 기업들은 시작부터 불리한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특허 괴물이 가지는 긍정적 요소도 많다. 비싼 비용으로 연구개발의 대가를 기꺼이 지불한다. 100억 소송을 위해서 특허를 10억에 구매하기도 하고,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1년 전 무선충전 사업에서 철수하는 LG이노텍은 보유하던 특허를 판매하며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했고, 연구기관들도 특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어 후속 연구를 계속한다.

한국 특허를 사들인 ‘특허 괴물’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한국기업을 대상을 매력적인 공격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삼성전자 전 임원이 ‘특허 괴물’로 돌아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도 고의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들어와 손해배상액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특허 괴물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제반 조건이 마련되었다.

영화 <괴물>과 같이 남주의 양궁 실력에 의존할 수 없다. 글로벌 특허 괴물의 상륙이 시작되기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