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선택한다고?
고객에게 선택 받기만을 기다리는 기업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듯,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고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억지로 상대하면서 얼마나 오래 비즈니스가 지속될 수 있을까? 내 비즈니스에 맞는 고객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다.
대로변에서 전단지를 뿌리듯이 아무에게나 광고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1편에서 말했던 ‘쓸모 없는 90%의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부터 기업이 고객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고객을 모으는 것은 AARRR에서 고객 유치(Acquistion) 단계에 해당한다. (AARRR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이전 글을 읽고 오기를 추천한다) 잠재 고객을 찾아 우리 서비스로 데려오기 위한 모든 활동이 고객 유치이다. 아무에게나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도 고객 유치 단계에 들어가는 활동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건 ‘마케팅적인’ 혹은 ‘그로스 해킹적인’ 고객 유치라고 볼 수 없다.
그로스 해킹에서 고객 유치의 핵심은 기여한 채널의 성과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매체를 통해 가장 많은 고객이 들어왔는지, 가장 오래 활동하는 고객들은 어떤 캠페인을 통해 들어왔는지, 구매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은 고객들의 유치는 어디서 기여했는지 등을 바탕으로 채널의 가치를 판단한다.
표적 시장을 선정하기
여전히 많은 기업이 시장을 제한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팔고 싶기 때문이겠지만, 타깃 대상을 ‘모두’로 설정한다고 해서 모두가 당신의 제품에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가 찾는 제품은 아니네.”하고 잠재 고객들이 떠나갈 가능성만 커진다.
중소기업 마케팅의 목표는 잠재 고객들이 우리의 광고를 보고 “딱 내가 찾던 제품이네!”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객 획득 비용에 대한 예산도 줄이고,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비율도 늘어난다. 표적 시장을 선정하는 것이 먼저 고객을 선택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럼 표적 시장은 어떻게 선정하면 좋을까? 아무도 찾지 못한 획기적인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럴 때는 PVP 지표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PVP는 각각 개인 성취(Personal Fulfillment), 시장 가치(Value to the Marketplace), 수익성(Profitability)에 점수를 매겨 공략 가능한 표적 시장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개인성취는 이 시장을 상대하는 게 당신에게 얼마나 즐거운지, 시장가치는 이 시장이 당신의 상품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수익성은 이 시장에서 당신의 수익성이 얼마나 큰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파스타 가게를 한다고 가정해보자.[1] 당신은 표적 시장 후보로 패밀리 레스토랑, 데이트를 위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가성비 좋은 캐주얼 식당 등을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후보에 PVP 지표에 따라 점수를 매겨보자.
- 패밀리 레스토랑 : 개인성취=3 | 시장가치=3 | 수익성=8 | 총점 : 14점
- 데이트 레스토랑 : 개인성취=7 | 시장가치=7 | 수익성=7 | 총점 : 21점
- 캐주얼 식당 : 개인성취=5 | 시장가치=4 | 수익성=6 | 총점 : 15점
이 경우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고객은 b가 된다. 그렇다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마케팅의 비용과 노력을 집중하는 시장이 데이트 레스토랑이 될 뿐이다. 데이트 시장에서 성과를 충분히 거두고 나면 패밀리 시장으로 대상을 확장할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표적 시장을 만드는 것은 다른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 유치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표들
표적 시장을 설정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고객 획득 비용(CAC)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CAC는 사용자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지출하는 평균 비용을 의미한다. 당연히 목표하는 시장이 크면 클수록 이 비용도 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표적 시장을 설정해서 잠재 고객의 규모를 정확히 하는 것이 CAC를 줄이고 더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로스 해킹에서 CAC를 다루는 방법은 단순히 마케팅 비용을 가입한 유저 수로 나누는 것과 다르다. 채널별, 캠페인별, 광고별, 날짜별 데이터를 쪼개서 의미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며, 각 경로 별로 얼마의 예산을 집행했고, 각 경로를 통한 유입이 정확히 어떠한지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2] 유입 경로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으로는 UTM 파라미터와 모바일 앱 어트리뷰션 툴 활용이 있다.
– UTM 파라미터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그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URL을 삽입하여 데이터를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유입된 트래픽이 어느 경로를 통해 들어왔는지 출처를 확인할 수 있다. 매체마다 서로 다른 링크를 적용해 마케팅 활동을 하면 어떤 채널이나 캠페인이 효과적인지 판단할 수 있다.
– 모바일 앱 어트리뷰션 툴
모바일 어트리뷰션 툴은 모바일 앱에서 유입 기여도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이다.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기 까지 다양한 매체와 채널을 거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정말로 어느 매체가 기여했는지 성과를 찾는다.
이렇게 획득한 지표들을 분석해서 개선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는 것이 그로스 해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그 과정에서 특히 오가닉 Organic 유저, 즉 ‘유입된 채널을 식별할 수 없는 사용자’의 비율을 줄이고 가능한 많은 트래픽을 식별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이제 표적 시장을 선정하고 유입 경로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봤으니 판매 단계로 넘어가면 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시장을 선정하고 제품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 제품이라면 어떻게 될까? 애초에 수요가 없는 제품이라면 그로스 해킹 방법론을 동원하더라도 제품을 성공 시킬 수는 없다.
다음 글에서 이 제품이 이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이 맞는지 알아볼 수 있는 ‘제품-시장 적합성’을 소개할 것이다.
[1] 앨런 딥, 『1 페이지 마케팅 플랜』, (봄봄스토리, 2016) 46-47 페이지를 참조, 각색하였음.
[2] 양승화, 『그로스 해킹』, (위키북스,2021), 49.
이재인(앰비션플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