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인스타그램 릴스·유튜브 쇼츠로 하는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
소셜 미디어 콘텐츠는 순환합니다. 매분 매초 새로운 콘텐츠가 무대에 오르고 일부는 막을 내립니다. 가끔은 생명력이 다한 줄 알았던 옛 것이 조명 받고 대세라고 여겼던 것이 외면받지만, 필연적인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합니다.
숏폼이 그렇습니다. 모바일 환경과 미디어 사용자 세대 교체로 숏폼 플랫폼의 부상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수단을 안다고 모두가 돈을 벌지는 못합니다. 숏폼으로 하는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 핵심은 플랫폼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공략하는 전략에 있습니다.
틱톡 |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커머스
‘엔터테인먼트’로 구분되던 틱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2021년 10월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과 손잡고 라이브 커머스 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티몬이 커머스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면, 틱톡이 전문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협약을 체결한 겁니다. 라이브 커머스 제작 스타트업 쇼플과의 협약도 같은 맥락입니다. 라이브 커머스 ‘비슷한 것’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작정하고 시장에 뛰어든 거죠.
‘챌린지로 잘 나가던 틱톡이 왜 굳이?’라는 의문이 든다면,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抖音)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됩니다. 더우인은 일찍이 인플루언서를 내세운 라이브 커머스를 서비스해 엄청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합니다. 2021년 5월 더우인 뷰티 제품 판매량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한 국내 브랜드 설화수가 1억 3000만 위안의(한화 약 241억원) 매출액을 거뒀을 정도입니다.
더우인은 라이브 커머스뿐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브랜드존을 구축하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제품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인 더우인페이를 정식으로 추가하기까지 이릅니다. 우리로 치면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대신 틱톡페이가 생긴 셈입니다. 플랫폼 내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기까지 거치는 인지, 탐색, 구매 등의 모든 과정이 한 번에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건데요. 이쯤 되면 엔터테인먼트에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을 붙여도 될 법 합니다.
앞서 언급한 더우인의 선례만 봐도 틱톡의 시도는 브랜드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혔고, 구매 전환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니까요. 물론, 플랫폼 사용자의 대부분의 목적이 여전히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은 차별점이자 한계점일 수 있습니다. 오브젝티브형 커머스(Objective commerce, 목적형 구매)가 이루어지는 퍼블릭 커머스 플랫폼이 라이브 커머스르 도입했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는 지켜봐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쇼핑 라이브가 빠르게 성장 중이며,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을 인수한 카카오는 중소상공인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해갈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릴스 | 브랜드 마케팅 플랫폼
인스타그램 릴스는 2021년 2월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여기서 ‘화려하게’는 인스타그램의 말을 빌린 건데, 릴스에 대한 애정과 포부를 짐작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은 플랫폼 내 별도로 릴스 탭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검색 또는 피드 화면 중 일부를 릴스 콘텐츠에 할애해 사용자 노출을 최대한으로 높였습니다.
초창기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에 가까웠던 릴스는 틱톡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틱톡커라 불리는 인플루언서가 이전한 ‘틱톡커블’ 콘텐츠가 비슷하게 유행하는 듯 보였죠. 최근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변화는 릴스가 ‘인스타그래머블’한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어났습니다.
인스타그램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용자 중 90%가 브랜드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으며, 3명 중 2명은 인스타그램을 브랜드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은 게시물만이 아니라 릴스에서도 일어납니다. W컨셉과 오늘의집 같은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의 활용 방식을 보겠습니다.
W컨셉의 릴스는 플랫폼 자체보다는 입점된 브랜드를 내세웁니다. 시즌이나 이벤트에 맞춰 특정 브랜드 또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보여주고, 입어보는 형태입니다. 영상의 톤앤매너는 감성, 영감에 초점을 맞춘 인스타그램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며, 인플루언서 선정 기준도 틱톡과는 상이합니다. 스타성이 뛰어난 메가 인플루언서보다는 2030 여성이 따라 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인스타 셀렙’이 대부분입니다. ‘사라’라고 이야기하는 대신 ‘사고 싶다’는 생각을 일으킬 만큼 간접적인 방식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인스타그램 샵(Shop) 기능 연동이 강화된 덕에 사용자는 릴스를 시청하며 ‘제품 보기’ 버튼을 통해 정보를 즉각 확인하고, 단번에 구매 가능한 랜딩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제품은 인스타그램 내 위시리스트에 저장해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집은 자사의 강점인 커뮤니티를 인스타그램에 도입했습니다. 주 타깃인 MZ세대를 주제로 한 오늘의집 자취방(@todayhouse_room)과 브랜드 페르소나를 담은 캐릭터 오늘의집 집냥이(@zip.nyang.2)라는 서브 채널을 별도로 개설했습니다. 이들의 릴스는 좋아요, 댓글과 같은 사용자 인터랙션을 일으킬 만한 소통형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유튜브 쇼츠 |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긴 호흡의 영상 중간에 광고를 삽입해 수익을 분배하는 게 가능하던 기존에 비해 수익 모델이 확실하지 않은 쇼츠. 유튜브가 쇼츠의 활성화를 위해 손을 내민 곳은 크리에이터입니다. 쇼츠 크레이이터에게 2022년 말까지 크리에이터에게 1억 달러(한화 약 1180억원)을 풀겠다고 합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전용 채널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구축해 쇼츠 촬영법이나 쇼츠 보너스 지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의 힘을 믿고 지지하는 것은 그들 개인이 가진 콘텐츠 제작 능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1인 미디어가 작동될 만큼 탄탄한 구독자, 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명이라는 애칭으로 묶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들만이 이해하는 밈(meme)이 통용될 정도로 끈끈합니다.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 한 명의 확보는 수만으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쇼츠에 옮겨올 힘입니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터는 쇼츠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쇼츠는 채널의 매우 훌륭한 트래픽 소스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원본을 모바일 포맷에 맞춰 짧게 편집한 쇼츠의 조회 수가 본편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기간에 채널 성장을 꾀하거나, 틱톡이나 릴스에서 기반을 넓히고자 하는 크리에이터에게 쇼츠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기반을 잘 닦은 쇼츠가 장악력을 높이면, 다양한 수익 모델의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크리에이터를 콘텐츠 IP로 활용해 굿즈를 제작하거나, 커머스 기능을 도입해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실제로 유튜브는 메가 유튜버 <입짧은햇님>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플랫폼 내에서 리미티드 굿즈를 바로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 쇼핑 기능을 시범적으로 오픈한 바 있습니다. 이 기능이 상용화된다면 쇼츠에 어떤 바람이 불지 귀추를 주목해 봐도 좋겠습니다.
The SMC Group 공식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