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머나먼 그곳, far far away…
다국적 기업의 교육 부서 안에서 ‘조직개발’ 업무를 담당하며 우리 팀의 일을 이렇게 정의했더랬다.
조직 내 Work Optimization을 위해 Business Partner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는 일 최적화를 위해 일한다. 그런데 ‘일 최적화’란 무엇일까?
‘최적화’는 어떤 조건이나 환경 아래에서 시스템의 목적 효과를 최대로 하는 일이다. 즉, 시스템이 본래의 목적을 최대로 이루어낼 수 있도록 정비하는 활동이다. 시스템이 본래의 목적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다양한 장면의 왜곡이 생기며 불필요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조직의 왜곡과 손실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파악한 후에 시스템을 본래의 목적에 맞는 작동 방식으로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보살피는 작업이 바로 조직 안에서의 ‘최적화’ 활동이다.
일 최적화는 대부분 ‘연결’ 활동과 관련이 깊다. 연결은 끊어진 곳을 다시 잇는 것, 잘못 연결된 곳을 다른 곳으로 잇는 것, 기존에 연결점이 없었던 곳을 찾아 새롭게 찾아 잇는 것. 이렇게 3가지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연결 활동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1. 끊어진 곳 다시 잇기
과거에 진행했다가 어느 순간 잊혀진 활동들, 비즈니스나 시장이 변해서, 최고 임원이나 리더십 팀 구성이 바뀌어서 혹은 여러 가지 사유로 우선순위에 밀려 잊혀진 일들. 혹은 조직개편이나 조직 내 혁신활동으로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이 변함에 따라 그레이존(Gray Zone)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것들. 이 활동은 과거를 그대로 복기하여 그 운영방식을 그대로 좇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목적’을 다시 떠올리고 그 목적이 현재 어떻게, 얼마큼 이루어졌는지를 상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시에 ‘의도적으로 폐기’ 되었다면 그 이유와 배경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나아 가고자 하는 방향(To-Be)에 비추어 필요성을 검토하고 재구성해 본다.
2. 잘못 연결된 곳 다시 잇기
조직 내 가설 설정이 옳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거나 인과 관계 설정이 잘못된 일들. 예를 들어 ‘다양한 복리후생은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 것이다’ 라거나 ‘빈번한 타운홀 미팅이나 1:1 미팅은 서로 간의 소통에 있어서 투명성을 높일 것이다’처럼, 누군가에게 상식(?)으로 읽히는 것들을 다시 재정의하는 활동. [A를 하면(A가 있으면) B가 이루어질 것이다]에서 A와 B 사이의 ‘매개변수’를 발견하게 한다거나 혹은 B와 A의 순서를 바꾸어 ‘역의 관계’로 고민해 보게 만드는 활동.
3. 새롭게 연결점을 찾아 잇기
조직에서 원하는 미래의 상,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에 맞는 징검다리를 만들어가는 활동. 이때에는 출발점과 범위의 설정이 중요하다. 첫 번째 주춧돌 (출발점)을 어디에, 어떻게 놓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조직의 수용성과 사공(?)의 수, 이후 일의 결과에 따른 심리적 안전감의 수준 등에 따라 담당자 입장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난이도가 높으며,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갈 수 있는 활동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롭게 연결점을 찾는 활동이 성공적으로 평가받게 된다면, 이후에 담당자에게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유가 허락되거나, 일복이 터지거나)
유토피아란 없다
끊어진 곳을 다시 잇고, 잘못 연결된 곳을 찾아내 다시 연결하며, 새로운 연결점을 찾아내는 최적화 활동을 잘하게 되면 드디어 우리가 원하던 조직의 모습에 이를 수 있을 거라고, 마침내 조직에 평화가 찾아와 Happily ever after..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말자.
이 세 가지 활동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연결해야 할 점들은 갈수록 점점 쉬지 않고 늘어날 테니 말이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비즈니스는 변하며, 그에 따라 조직은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개발은 프로덕트가 아니라 프로세스다. 그저, 지금 현재에 집중하며 미래를 미리 꿈꿔보고 그것을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내며, 꿈꿔온 미래가 현실에 가까워지는 순간, 아득한 미래로 다시 시선을 돌리는…이것은 멈추지 않는 열차이자 닿을 수 없는 우주다.
브랜딩인가HR인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