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블라인드 허브에서 회사에 가장 낮은 별점을 준 재직자는 회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재직자가 평가한 회사 내 행복도가 전 부문 최상위인 회사. 검찰, 포스코, 삼성이 기업문화를 벤치마킹하는 회사. 구글의 괴물 같은 기업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우리 회사에도 이식할 수 있을까? 구글코리아 피플팀의 민혜경 리더를 만났다.
혁신을 만드는 구글의 조직 문화
Q 구글이 정의하는 기업문화란 무엇인가?
일을 잘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다.
Q 자율성을 보장하는 문화로 유명하다. 직원들은 좋겠지만 회사는 실패를 감수해야 하는데.
맞다. 구글은 실패보다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이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진화하는 조직은 실수를 없애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보다 빠르게 혁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단, 구글이 무한 자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의 매니저들은 개인의 결정에 어떤 리스크가 따르는지를 지속적으로 코칭한다. 즉 구글은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똑똑한 실패’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Q 현지 국가의 문화에 맞게 문화를 재편한다고 들었다.
사실 구글의 핵심적 문화나 운영 원칙은 전 세계 어느 오피스를 가든 다르지 않다. 전 세계 직원들이 협업하기 때문에 오피스간에 일관된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는 고유의 문화가 있다. 구글은 그 국가만의 방식으로 구글의 문화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Q 한국 오피스만의 문화가 있나?
‘님’ 호칭이 그 예다. 지금은 ‘님’ 호칭을 쓰는 곳이 많지만 2006년 우리가 처음으로 도입할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 구글은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 나이나 경력이 아닌 역할 대 역할로 만날 때 개인의 역량이 최대로 발현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은 연장자에 대한 존중을 존칭이나 존댓말을 통해 표현하는 문화다. 개인 간의 위계가 빠르게 드러난다. 연장자에 대한 존중을 존칭으로 표현하면서도 역할 상의 위계로 연결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님’이라는 호칭이었다.
Q 전에 없던 문화가 갑자기 생기면 어색해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님’ 호칭을 도입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어색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처럼 회사는 서브 컬처를 선호하는 구성원들의 의견에도 공감해야 한다. 동시에 그 구성원들이 문제를 다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토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토론이 이뤄지다 보면 건강한 방식이라고 모두가 동의하는 문화로 대부분 수렴된다. 구글은 자정 능력이 있는 조직이다.
Q 여론은 어떻게 판단하나?
구성원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은 굉장히 많다. 매니저, HR팀 등등. 하지만 구성원들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회사가 먼저 구성원들의 시그널을 읽어야 한다. 구글은 구성원들이 회사의 문화를 어떻게 느끼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이 아닌 성과를 측정한다
Q 에릭슈미트 구글 회장은 워라밸을 두고 ‘일과 생활을 스스로 배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 구글에게 워라밸은 어떤 의미인가.
구글은 본인에게 잘 맞는 업무 방식을 직원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지금의 팬데믹 상황을 두고 구글에서는 ‘같은 태풍 속에 있지만 같은 배를 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모두가 같은 문제를 헤쳐나가야 하지만 각자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때 회사가 일률적으로 출퇴근을 정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워줄 수 있다.
편하게 의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이라고 해서 자신이 회사에서 ‘엄마’로 브랜딩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챙길 시간을 달라고 말해도 회사로부터 판단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만들어야 한다.
Q 그런 확신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
평가에 대한 신뢰. 구글은 일하는 시간이 아닌 구성원의 결과물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
Q 구글은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나
6개월마다 매니저는 5개의 등급(△Needs improvement △Consistently meet expectation △Exceeds expectations △Strongly exceeds expectations △Superb)으로 구성원을 절대 평가한다. 모든 평가에는 사유를 기록한다.
평가를 받았을 때 평가 결과가 놀랍지 않아야 한다. 평가가 시작되는 6개월마다 매니저와 직원은 목표와 계획을 합의한다. 이후에는 매주 1:1로 미팅을 하면서 목표에 대한 진행상황을 공유한다. 즉 평가 시즌이 아니더라도 상시적으로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구글의 직원들은 자신이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를 이미 스스로 알고 있다.
평가를 줬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같은 라인의 매니저들끼리 모여서 ‘보정 회의’라는 걸 한다. 각 팀원들에게 어떤 평가를 줬는지를 매니저끼리 리뷰하고, 매니저가 구성원에게 준 평가와 사유가 합리적인지를 검토하는 시간이다. 이견이 있으면 토론한다. 매니저의 객관성· 공정성· 일관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과정이다.
구글 피드백의 절반, ‘잘한 일에 대한 칭찬’
Q 상사/동료관계 만족도가 한국 1위다.
구글에서는 동료와 팀을 돕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다. 평가가 두려워서 서로를 돕는가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제가 보기엔 상생의 문화가 얼마나 좋은지 직원들 스스로 체험한 결과라 느낀다. 구글은 나의 성과에 다른 사람이 기여한 부분이 있으면 널리 알린다. 한번 협업의 위력을 맛보면 그걸 즐기게 된다. 일하는 방식을 넘어 살아가는 방식이 된달까. (웃음)
Q 경쟁을 장려하기보다 해소하려는 이유는?
일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웃음) 자신감을 잃은 사람이 일을 잘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경쟁만 있는 곳에서 모든 사람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Q 구글은 활발한 피드백으로도 유명하다. 강한 피드백과 서로 돕는 문화는 상충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구글에서는 “Feedback is a gift”라고 얘기한다. 시간을 들여서 피드백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피드백을 하는 유일한 목표는 그 사람이 일을 잘하게 도와주기 위함이다. 비판이 아닌, 계발을 위한 것이다. 구글이 강한 피드백 문화를 갖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구글 가면 비판을 많이 받겠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구글 피드백의 절반은 잘한 부분에 대한 인정이다. 발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 편하게 오가려면 이미 잘한 것에 대한 칭찬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오가야 한다.
Q 블라인드 허브에 재직자들이 “평생 전교 1등하던 사람들이 팀꼴찌하는 일이 부지기수” “뛰어난 동료들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라고 평을 남겼다.
구글 내부 연구에서도 직원 절반이 ‘때를 잘 만나서’ 등 자신이 외부 요인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면 증후군은 성취욕이 강한 사람들에게 더 자주 생기는 문제인 것 같다. 두려움 없이 자신의 불안감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많이 신경 쓰고 있다. 기업 문화에서는 늘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특히 이 부분은 더더욱 중요하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약점과 실패, 거기서 배운 것들을 솔직하게 공유한다. 그래야 구성원들도 실패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느낀다.
신만 뽑는 게 아니다
Q 블라인드 허브에 구글 코리아 연봉에 대한 소문이 많다. 대졸 신입 9천이 사실인가?
구글의 보상 철학은 첫째 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보상 수준을 유지할 것, 둘째 큰 임팩트를 내는 분들에게 그에 맞는 공정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즉답을 기대하셨을 것 같지 않으니 여기까지만 답하겠다. (웃음)
Q 구글은 직원 한 명을 뽑는 데 면접을 25번 진행했던 때도 있었다고 들었다.
구글이 아직 어렸을 때 최고의 인재를 뽑겠다는 열정으로 그렇게 면접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4회 정도 인터뷰를 하면 필요한 수준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고, 지금은 45분간의 1:1 인터뷰를 총 3-5회 진행한다.
구글 입사 후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 즉 팀 동료나 파트너 팀의 동료, 혹은 팀의 시니어 매니저 등이 인터뷰어로 참여한다. 구글이 채용 과정에서 측정하는 네 가지(△업무관련지식, △종합인지능력, △리더십, △구글스러움)를 인터뷰어들이 나누어서 측정한다.
Q 각각의 인터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구글의 인터뷰는 구글의 브랜딩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통해 구글이 어떻게 협업하는지 그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45분이면 많은 질문을 할 것 같지만 사실 주제가 많지는 않다. 한 가지 주제로 여러 개의 추가 질문을 드리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인터뷰에 참여하신 분들이 ‘인터뷰라기보다 토론같았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풍부한 대화가 오간다.
Q 정말 컨설팅 출신이나 유학파만 뽑나?
말 그대로 ‘카더라’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문제 해결 능력,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우는 능력, 애매모호하게 흩어진 정보를 빨리 구조화해 유의미한 정보로 바꾸는 능력을 본다. 이 능력을 가졌다면 백그라운드는 상관 없다.
Q 구글코리아에서 헤드쿼터로도 트랜스퍼할 수 있나?
트랜스퍼 과정은 외부에서 채용하는 과정과 큰 차이가 없다. 포지션 공고는 구글 내외부에서 동일하게 열린다. 지원을 해서 인터뷰를 봐야 한다. 물론 입사 시 종합인지능력 등 기본적 역량은 검증했으므로 직무 관련 지식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을지 등을 평가할 것이다.
조직문화, 기업의 선택
Q 한국 기업 중에 구글의 기업문화를 벤치마킹한 조직이 많다. 구글의 문화는 모든 기업에 통용될 수 있다고 보나?
한 기업의 문화를 다른 기업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토양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일사불란한 문화를 채택하는 기업도 있는데, 위계질서가 언제나 나쁜 건 아니지 않나. 위계의 목적은 개인이 내려야 할 결정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업에 따라 위계가 많이 필요한 기업도 있을 것이고, 적게 필요한 기업도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 수, 시간, 혹은 영향 범위에 따라 업에 맞는 ‘적합한’ 조직문화는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
Q 구글 피플팀의 과제는
역시 팬데믹이다. ‘재택근무로 희미해진 일과 삶의 경계를 어떻게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도울까?’, ‘직원들 간의 연결감과 소속감을 가상공간에서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이 현재의 과제다.
Q 민혜경 리더에게 구글코리아란?
성장. 나에게 너무나 많은 배움과 성장을 가져다 준 회사다. 또 현재 HR 리더로서 직원 개개인, 조직, 사용자들과 고객의 성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브리핑스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