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충성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국지를 좋아합니다. 삼국지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유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죠. 유비는 조조가 유일하게 인정한 영웅이기도 합니다. 유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것,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고 품는 그릇이 크다는 것, 삼고초려를 할 만큼 인재 발탁에 대한 의지가 큰 것, 측근들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갖는 것,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한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면은 단점으로 꼽힙니다. 더군다나 하는 전투마다 패해 20년 동안 근거지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녔습니다. 그 기간 동안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개고생 시켰죠. 게다가 자신을 받아 주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민폐를 끼쳐 불운의 아이콘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뜬금없이 유비를 불러낸 것은 그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혹시 일부 사장들이 ‘유비의 모습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적용하려 하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사장 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도원결의를 원하나? 삼국지 드라마를 찍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관우와 장비처럼 무조건적인 충성과 믿음을 원합니다. 비전에 대해서도 변함없이 지지해 주길 바라죠. 반면에 본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측근들에게 잘해주지 못합니다. 고생과 희생을 요구하죠. 사업 초기에는 충분한 대가를 줄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유비가 가진 리더로서의 장점도 별로 없습니다. 이는 모르고 무조건 자신을 믿어 주길 바랍니다.
아무리 측근이라도 옛날 삼국시대처럼 무조건적인 충성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사장이 일정 기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측근들은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유비는 20년간 아무런 성과가 없는데도 측근들이 믿고 따랐지만 요즘은 그런 것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옛날처럼 잠자리와 밥만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측근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보상이 있으니 사장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 보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믿음을 계속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사장과 직원이 생각하는 보상의 크기가 다르다
여기서 사장이 착각하는 또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보상의 크기가 그 ‘측근이 만족할 만큼 충분할 것‘이라는 겁니다. 사장과 직원은 생각이 다릅니다. 당연히 보상의 크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다르지요.
대체로 창업할 때 사장과 측근은 보상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나중에 회사가 잘되면 이만큼 줘야지(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서로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수익 분배, 지분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원수가 되어 헤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동업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예전 IMF 직후 벤처 열풍의 끝물을 타고 창업한 사장이 있었습니다. 1억이란 거금을 투자한 것이죠. 능력 있고 믿을 만한 예전 부하 직원과 함께 의기투합하였습니다. 사무실에서 먹고 자면서 고 생도 엄청나게 했지만 대박의 꿈을 꾸며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습니다. 그 당시 IT 관련 사업 아이템이면 100배, 200 배수 투자받던 시기였으니까요.
어느 날 저녁 사무실에서 저녁 겸 소주 한 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직원이 사장에게 물었습니다. ‘나 중에 저에게 지분은 얼마나 주실 건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장은 고심하다가 ‘응, 1% 줄게.’라고 하였습니다. 직원은 생각했죠. ‘자본금 1억의 1% 면? …. 음…엥! 백만 원?’ 그때부터 언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고생한 나에게 고작 1%를 준다고 하느냐?’ 사장은 ‘야! 200 배수 투자받으면 2억이 되는 거야.’ 직원은 자본금 1억의 1%를 생각하고 사장은 투자받은 후 200억의 1%를 생각했던 겁니다. 그날 부로 그 둘은 헤어졌습니다.
이렇듯 사장과 직원이 생각하는 보상 크기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친한 사람과 함께 사업을 하더라도 지분이나 보상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협의해야 합니다. 어색하고 껄끄럽더라도 대화를 하고 문서로 남겨 놓는 것이 좋습니다.
측근을 사업 파트너, 참모로 대하라
아무리 친한 측근이라도 함부로 대하거나 방치하면 안 됩니다. 친하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반말을 하거나 야단을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목격하면 직원들도 그 측근을 무시하게 되고 본인은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되죠.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방치하는 경우도 문제입니다. 회사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외부 인재가 들어오게 됩니다. 사장은 측근보다 새로운 사람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그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새로운 사람이 능력을 인정받으면 권한도 많이 줍니다.
유비가 제갈공명에게 권한을 많이 주어 관우와 장비가 불만을 토로했듯이 그 측근도 불만이 팽배해집니다. 이것 곧 사내 권력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장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측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충분한 이익을 제공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장에게 반기를 들거나 불만으로 인해 사장을 배신할지도 모릅니다.
사장은 측근일수록 지속적으로 능력을 배양시켜야 합니다. 능력도 없는 사람이 측근이라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 한 사람으로 인해 회사에 끼치는 악영향이 너무 큽니다. 측근이 능력이 없으면 직원들도 그 사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측근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기르지 않으면 높은 지위에 갈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측근이 이직이나 사업을 해서 회사를 나갈 때에도 ‘배신’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거나 능력 있는 사람이 떠나면 사장이나 회사가 받는 충격은 엄청납니다. 사장은 이를 대비해서 한 두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조직 구조를 만들어 놓아 합니다. 측근이 떠날 때는 배신이라 여기지 말고 훌륭한 사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사장을 위해 충성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측근에 대해 ‘심복‘, ‘복심‘ 같은 말은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뭔가 능력은 별로 없는데 우직하고 충성스러워 사장의 궂은일을 하는 해결사 같은 단어 아닌가요? 평생 사장을 위해 충성해야 할 것 같고 부정적 느낌도 들죠. 사장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자신의 심중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겠지만요. 사장의 생각과 달리 이 말은 그 측근이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다 해야 한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참모‘라는 말이 낫다고 보입니다.
측근들이 자신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장들이 있습니다. 별다른 보상 없이도 언제까지나 자신에게 충성할 것이라 믿는 것이죠. 사장은 이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영원히 충성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도원결의는 없습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