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애그리게이터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글로벌 이커머스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간 주목받아 온 사업이 바로 애그리게이터입니다. 애그리게이터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브랜드 여럿을 인수해 몸집을 불려가는 투자 방식을 선택한 기업을 가리키는데요,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라고도 하고 아마존에 입점한 브랜드를 공략하는 경우가 많아 ‘아마존 애그리게이터’라는 호칭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외 다수의 이커머스 전문가들이 2022년 주목해야 할 트렌드의 하나로 애그리게이터 산업을 손꼽았는데요. 애그리게이터의 투자 방식과 성공 사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M&A와 달리 ‘브랜드’만 사들이는 애그리게이터
애그리게이터가 몸집을 불리는 방식은 통상적인 인수합병(M&A)과는 조금 다릅니다. M&A는 기업의 인력과 시설 등 전체를 모두 사들이는 방식인데요. 애그리게이터는 브랜드, 즉 제품에 대한 상표만을 사는 방식입니다. 드물지만 경우에 따라 기업 전체를 흡수하기도 합니다.
애그리게이터가 인수하고자 하는 대상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상품성과 시장성이 충분히 있으나 기업의 여건 상 성장하지 못하는 중소형 브랜드’입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아마존이 독점 플랫폼에 가까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마존 안에서 이러한 대상을 찾기 쉽다고 하는데요. 경험이나 자금, 인프라 등이 부족해 상품 가치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겪고 있는 브랜드를 수집하는 것이죠. 이런 브랜드를 여럿 모아 전문 인력, 비용, 인프라를 투입해 운영 비용은 최소화하고 매출을 향상시키는 것이 성공의 핵심입니다. 인수한 브랜드 간의 시너지가 있다면 더욱 좋겠죠. 브랜드를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자사가 가지고 있는 인사이트를 활용해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고, 브랜드를 판매한 기업은 투자금을 회수해 새로운 브랜드 또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거래로 평가됩니다.
■ 불과 2년 만에 유니콘으로 급부상한 애그리게이터 1세대 ‘스라시오(Thrasio)’
애그리게이터 산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성공 신화가 바로 ‘스라시오’의 이야기입니다. 2018년 설립된 북미 스타트업 스라시오는 아마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브랜드를 인수해 불과 2년 만에 유니콘(기업평가액 1조 원 이상의 연혁 10년 이하의 비상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스라시오의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은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고, 여기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갔을 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 지점에 스라시오가 있다”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또 스라시오에 브랜드를 매각한 기업 관계자 중 한 사람은 “현재 스라시오가 우리 브랜드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광고, 디자인 등에서 이전의 우리가 해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가치를 향상시켰다”고 견해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 애그리게이터가 물색하는 브랜드의 조건
스라시오와 같은 애그리게이터 기업은 업종을 불문하고 가치가 있는 브랜드를 인수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최근까지의 현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순이익이 15%가량 되는 브랜드 ▲연 매출 100만 달러 이상인 브랜드 ▲아이디어 상품으로 시작해 해당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브랜드 ▲소비자가 작성한 대부분의 리뷰가 만점에 가까운 제품 ▲유행을 타지 않고 장기적으로 판매가 될법한 제품
한편 아래와 같은 브랜드는 가급적 물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렌드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크기, 색상 등의 옵션이 너무 많은 제품(휴대전화 케이스 등) ▲ 인플루언서가 창업해 그 영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브랜드 ▲ 유통 조건이 까다로운 식품군
■ 애그리게이터, 아마존뿐 아니라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큰 손 역할 할 것
이커머스의 성장세에 따라 애그리게이터 산업 역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플레이스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40여 개 애그리게이터 기업이 80억 달러, 즉 한화 9조 4,0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스라시오, 퍼치(Perch), 파운드리(Foundry)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애그리게이터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요,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아마존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의 시장은 다소 분산되어 있고 규모 또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나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수의 애그리게이터가 브랜드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브랜드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이 평가되거나 불합리한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대체로 영업이익의 2~3배 수준에서 거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애그리게이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몸값을 높여 이익을 내는 브랜드도 있다고 합니다. 애그리게이터는 알맞은 금액으로 옥석을 골라내는 안목을 앞세우고, 브랜드사는 제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는 기업과 손잡는 것이 만족할 만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은 물론 이커머스 생태계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1994년 아마존이 인터넷 서점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했을 때, 오늘날의 애그리게이터와 같은 수익모델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글로벌 이커머스의 트렌드를 잘 살펴보시고 가까운 혹은 먼 미래를 예측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으시길 바랍니다.
해당 콘텐츠는 오버노드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