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정부 과제 선발 확률 높이는 노하우
1월은 어김없이 각 부처마다 정부 지원 과제 공고가 본격화 되는 시점이다. 특히 창업 지원 과제들도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창업 지원금은 3.7천 억(2조는 저금리 대출)으로 역대 최대급이다. 이 정도면 조금만 관심 가지고 본인에게 해당하는 과제 주제를 찾아 지원하면 뜻밖의 행운을 거머쥘 수가 있다.
사실 정부 과제 정보를 조금이라도 리서치해 본 창업자라면, 이렇게나 많은 과제 중에 뭐라도 하나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5,000만 원 미만의 초기 창업 지원 사업의 경우만 해도, 경쟁률이 어마무시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선발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사실 많은 창업 후배들이 필자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떻게 정부 과제를 수주하게 되었냐고…. 당연히 정답은 없다. 그리고 필자가 그 해답을 모두 꿰고 있다면 돗자리를 펴도 되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원론적으로 얘기한다면 모든 선발의 핵심은 아이디어, 기술, 사업성이다. 아이디어가 남들보다 참신하고, 기술 경쟁력이 있고, 비즈니스가 될 만큼의 시장과 니즈가 있다면 당연히 선발이 될 것이다. 거기에다 우리의 기술을 잘 설명하고 전달해 낼 수 있는 사업 계획서 작성은 필수적이다. 앞뒤가 맞고 논리가 정연해야 한다.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겠지만….
하지만 이 세 가지(아이디어, 기술, 사업성) 요소를 모두 갖춘 초기 스타트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 역시 초기 단계에서는 3박자를 갖추기엔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정부 과제에 선발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만큼 엄청난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창업 이후 5년 동안 매년 크고 작은 과제에 선정되었으니 승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승률이 높다 해도, 야구로 치면 3할 초반대 정도의 타율이다. 매번 득점권에서 타점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리그 최고를 달리는 4할 타자도 아니다. 여전히 우리도 탈락과 실패를 하면서 배워 나가는 입장이고, 내가 경험한 것들이 100%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의 경험들 속에서, 적어도 예비 창업자들이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다. 지금부터 초기 창업자 스테이지에서 정부지원사업 선발 확률을 높이는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첫술에 배부를 욕심은 금물!
마트에만 가도, 원 플러스 원 상품에 눈길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당연히 초기 창업자라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금을 지원 받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초기부터 과한 욕심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내 몸에 맞는, 내 fit에 맞는 과제는 따로 있다. 특히 내가 하는 사업 아이템이 어느 부서와 잘 맞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과기정통부인지, 문화체육관광부인지, 산업자원부인지 등을 사전에 따져 보고 접근해야 헛수고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첫 스타트부터 금액이 큰 예산이나 사업 과제에 욕심을 내다 보면 실패의 확률도 높다. 작은 지원 정책부터 단계적으로 밟고 올라가는 게 정석이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이 받을 수 있는 과제들은 금액이 그리 크지가 않다. 내가 생각하기엔, 초기 스타트업은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1억이 넘는 예산을 확보하는 데는 솔직히 한계가 있다. 회사의 내부 역량과 연혁이 받쳐 주지 않는 경우, 어지간해서는 심사 위원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또 그들은 실체적 팩트를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점수를 후하게 줄 수는 없다.
작은 금액에서 win 케이스를 내고 또 그다음 한 단계 높은 과제에 도전하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군대 계급이나 회사에서의 승진도 최소한의 기간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올라갈 수가 없듯이 회사의 등급이나 스케일도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회사도 월별, 분기별, 회계년도별로 단계마다 주어지는 과업(목표)과 성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2) 초기 창업 지원 과제에 눈독을 들여라!
우선 결론적으로 초기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들은 중소벤처기업부나 과기정통부 쪽만 집중해서 보고 세심히 검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매년 1~2월이면 각 부처별로 정부지원 과제에 대한 설명회가 쏟아진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필자는 창업 초기에 동네방네 온갖 부처 설명회를 쫓아다녔다. (최근부터는 지역별 한 장소에서 부처별 통합설면회로 진행됨) 창업 초기 필자처럼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시간을 허비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가 따로 있고, 궁합이 맞는 음식이 따로 있듯이, 내게 맞는 사업만 집중해서 점검하면 된다. 필자는 2년 차부터는 우리와 정말 관계 없는 다른 부처의 정부 과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이제는 어느 부처 예산이 우리에게 적합한지, 어떤 과제 테마로 제안하면 승산이 있는지 완전치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가 있다.
물론 회사의 기술이 혁신적이고 확장성이 있어야 선정 확률이 높다. 내용과 콘텐츠가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예비/초기 창업자 입장에서 내게 맞는 과제를 가장 빠르게 분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 사업 단계에 따라 예비, 초기, 도약, 재도전으로 나눠서 접근하는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당연히 예비 창업가 과제, 3년 미만의 창업가라면 초기 창업가 과제만을 선별해서 살펴보면 된다.
특히 그중에서도 매년 정기적으로 창업 지원을 해 주는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 이유는 단발성 창업 지원의 경우 지속성이 없지만, 이미 역사와 전통이 있는 창업 지원사업은 후속적인 지원도 빵빵하고, 교육/마케팅/수출/유통/투자 등을 연계해서 지원해 주도록 매년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3)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단계별 플랜을 짜라!
스타트업에 자금은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피와 같다. 그리고 그 피가 수혈되어야 할 골든타임이 있다. 골든타임을 놓쳐서 적당한 시기에 피가 돌지 않으면 당연히 창업 현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자신의 사업 단계별로 지원 과제사업을 레벨업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도 초창기에는 무상 사무실 지원 제도나 창업 초기 지원 아이디어 사업을 통해 2,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조금씩 스케일업을 했고, 3년 차가 넘어가면서 2년에 8억이라는 큰 과제에 도전해 선정되기도 했었다. 단계별로 내가 어떤 과제에 지원할지 미리 플랜을 짜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초기 1년 차 단계에는 창업을 위한 사무실 지원, 초기 개발비 과제에 집중하고, 기술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단계에서는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 등의 과제에 눈길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