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관통하는 콘텐츠 트렌드 활용법

 

2022년 소셜 미디어 키워드 5 (사회·가치관)에서 이어집니다

 

 

 

 

1. 관계 

 

커넥트(On-Connect)

관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왔다. 새로운 관계뿐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의 관계를 온라인에 전시하는 움직임이 커진 것. 나의 인맥은 오프라인에서만 유효하지 않으며, 온라인에서 과시하는 형태로 강화된다. 이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디지털 태그를 통해 Always-on.

 

집단을 묶는 새로운 방식

 

과거 공동체를 묶던 기준은 출생지, 거주지와 같은 공간적인 배경이었습니다. 나노사회에서 공동체의 개념이 흐릿해지자, 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집단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그 특성이 가장 잘 발현되는 곳이 온라인입니다. PC 시대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소셜 집단은 숏폼 플랫폼과 만나 어떻게 진화했을까요.

 

 

#합작 검색 결과 / Tiktok

 

 

최근 틱톡에서 핫한 해시태그 중 하나는 ‘#합작’입니다. 어떠한 것을 만들기 위하여 힘을 합한다는 사전적 의미처럼 하나의 작업물을 함께 완성해가는 건데요. 주로 그림이나 소설처럼 역할 분담이나 릴레이 연재가 가능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성행합니다. 챌린지 크루가 댄스나 노래를 좋아하는 외향적인 MBTI E의 모임이면, 합작은 얼굴 노출을 꺼리는 I의 참여율이 높다고 합니다.

취미를 공유하는 집단이 있다면, 가장 깊숙한 내면의 비밀을 나누는 집단도 있습니다. 온라인의 익명성에 기대 익명성과 가능한 온라인에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관계인데요. 오프라인에서 불가능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고립된 느낌을 해소하고 공감과 응원을 받고자 하는 겁니다. 이는 ‘#썰’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연애의 설렘을 자극하거나 공감성 수치를 자아낼 정도로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주요 소재입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톡썰’과 같이 카카오톡 형태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경우가 늘어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는 힘들어졌지만, 콘텐츠로의 재미는 눈여겨볼 만 합니다.

 

우리로 나를 브랜딩한다

 

온라인이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의 관계가 있습니다. 가족, 친구와 같이 얼굴을 마주 보고 같은 일상을 보내는 인생의 동반자들이죠. 재밌게도 오프라인의 관계 또한 온라인 덕에 강화되고 있습니다. 관계의 끈끈함을 증명받고, 집단의 문화를 인정받기 위해 가족과 친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사용자가 늘어났습니다.

Z세대의 부모는 X세대라 불리는 70년대생입니다. X라는 파격적인 수식어에는 기성세대의 관습을 부정하는 신세대라는 의미가 깃들여 있는데요. 이들은 그 가치관 그대로 자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자녀를 태그해 소식을 공유합니다. 자연스레 Z세대는 부모와 콘텐츠를 찍고 게재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됐습니다. 오히려 편안하고 화목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밀레니얼이 페이스북에서 부모의 계정을 차단하는데 급급했다면, Z세대는 틱톡에서 부모와 챌린지를 수행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가족틱톡’ 해시태그는 최근 ‘#자매체크’, ‘#남매콘텐츠’ 등으로 확장되고 있고요.

친구와의 관계는 어떻게 전시될까요? Z세대일수록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행동합니다. ‘친구끼리 쓰는 자기소개서’는 ‘#친구소개’, ‘#OO와같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공유되는 콘텐츠로, 절친의 키, 나이, 성격, 특징을 나의 관점으로 소개합니다. 내가 자랑하고 싶은 친구의 면모를 나열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멋진 집단이며 돈독한지를 동시에 뽐내는 거죠. 넓게 보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브랜딩의 일환입니다.

 

 

2. 콘텐츠 

 

이터널 콘텐츠(Eternal Content)

콘텐츠에는 소비 기한이 없다. 더 이상 미디어에 존속되지 않으며 국경과 시간을 넘어 무한히 순환한다. 필연적인 흐름이었지만, 숏폼이 이를 가속화했다. 일련의 현상을 ‘영원한’과 ‘끊임없는’의 뜻을 지닌 형용사 이터널(Eternal)을 빌려 표현한다.

 

보더리스(Borderless), 콘텐츠의 새로운 공식

 

2.5%.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의 마지막 회 평균 시청률(닐슨코리아 제공)입니다. 결코 높지 않은 수치지만, 프로그램은 방영 10주 동안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유지했습니다. 본 방송 시청자보다 ‘티빙’으로 다시보기를 하고, 유튜브에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정주행하는 사용자들이 월등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스우파> 리더 계급 미션곡이었던 ‘헤이마마’(Hey Mama)가 소셜 미디어 챌린지로 확산되며, 출연진의 개인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의 규모도 몇 십 배 이상 커졌습니다.

 

 

헤이마마 쇼츠 검색 결과 / Youtube

 

 

이제 콘텐츠의 가치는 송출 채널 하나의 수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거기엔 우선 미디어의 변혁이 일조했습니다. 뉴미디어가 레거시 미디어의 파급력을 넘어서고, OTT 플랫폼과 IPTV라는 새로운 창구가 생기면서 콘텐츠를 동시에 여러 곳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됐거든요. 제작사의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전략도 일조했습니다. TV 드라마가 유튜브 채널에서 비하인드, 하이라이트 방식으로 편집되고, 유튜브에서 탄생한 예능은 OTT 플랫폼의 자본을 만나 대규모로 확장됩니다.

그러다 보니 시공간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MBC <무한도전>과 같은 종영 프로그램은 인스타그램에서 밈(meme)으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달고나 뽑기’ 게임은 전 세계인이 모인 틱톡에서 5,500만 조회 수(2021년 기준)를 달성했습니다. 메가 콘텐츠가 소셜 미디어에 유입되며, 니치하거나 마이너했던 키워드의 대중성도 높아졌습니다. 특히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숏폼에서 다양한 UGC(User Generated Content)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숏폼 문법으로 회자되다

 

<오징어게임> 2차 콘텐츠 / Tiktok ‘Netflix’

 

첫 번째는 콘텐츠 IP를 차용한 패러디 및 커버형입니다. 소위 명대사나 명장면으로 불리는 부분을 똑같이 연기하거나 재해석하는 방식인데요. 초창기에는 밈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필터나 BGM 등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활용해 완성도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두 번째로는 챌린지형이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행위를 설정해서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거죠. 최근에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챌린지를 기획하고 전략적으로 노출하는 브랜드가 늘어나 파급력이 상당해졌습니다. 세 번째 후기형은 개인 또는 대중의 반응과 견해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제한된 시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격정적인 리액션을 노출해 우회적으로나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이는 ‘이어찍기’나 ‘겹쳐찍기’ 등 기능으로 N차 가공되며, #xyzbca(전 세계 틱톡 사용자 사이에서 은어처럼 통하는 키워드)와 같은 추천 해시태그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확산됩니다. 사용자 또한 모국어 대신 영어 자막을 추가해 국가적 제한 없이 누구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3. 소비 

 

미러링 컨슈머(Mirroring Consumer)

MZ세대 소비자는 ‘미러링’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나 해당 이미지가 투영된 인물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고 ▲과거의 소비 경험을 현재에 가져와 떠올리거나 비슷한 경험을 현재에 맞게 각색하기 때문. 빠르며 직관적인 숏폼은 미러링 소비의 새로운 트리거다.

 

 

이미지로 소비하는 세대

 

가치 소비, 플렉스, 소확행. MZ세대의 소비의 기저에는 공통된 인지가 깔려있습니다. 제품을 브랜드가 생산하는 재화 자체로 보지 않고, 브랜드가 상징하는 이미지로 구매하는 거죠. 명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0대의 온라인 명품 구매 결제 금액은 전년대비 80% 증가했습니다. 고관여 제품이 아니더라도 액세서리, 화장품과 같은 비교적 작은 제품으로 명품의 아이덴티티를 향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MZ세대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브랜드뿐 아니라 인물에도 투영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동경하는 인플루언서가 사용하거나 추천하는 제품을 따라 구매해서 그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자 하는 움직임. 이는 숏폼 해시태그 중 하나인 ‘#손민수’를 통해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손민수는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여주인공 홍설의 외모를 흉내내는 대학 동기의 이름인데요. 캐릭터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던 탓에 MZ세대 사이에서 ‘누군가를 따라 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손민수템’의 후기를 전하거나 인플루언서와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는 포맷이 인기입니다.

 

 

Instagram ‘wusinsa’

 

 

MZ세대의 손민수 심리를 자극하고 싶다면?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의 인스타그램 릴스 활용법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이들의 릴스는 플랫폼 특유의 인스타그래머블을 활용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거든요. 29CM는 HR, 디자이너, 에디터 등의 임직원이 사용하는 제품을 ‘왓츠 인 마이 백'(What’s in my bag)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사내 전문 직군이 선택한 제품이라는 신뢰감과 함께 패션 플랫폼이 주는 트렌디한 이미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거죠. W컨셉 인스타그램은 패션 유튜버 등과 같은 인플루언서를 내세워 특정 브랜드 제품을 집중적으로 노출합니다. 틱톡과 구분되는 감성적이고 차분한 무드가 돋보이며, 일반 게시물보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로 경험을 자극하고 대체한다

 

오프라인의 경험이 제한됐습니다. 이제 제품 구매 전 맛을 보고, 냄새를 맡고, 직접 만져보는 일이 적어졌죠. 온라인의 자극은 보고 듣는 것. 전략은 두 가지로 충족할 수 없는 경험을 과거를 토대로 새로이 상상하게 하는 것. 단 몇 초 만에 보는 이를 사로잡아야 하는 숏폼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틱톡 사용자는 제품에도 서사를 부여합니다. 향수를 예로 들어 볼게요. 제품의 가격, 용기, 향기 등의 정보는 오브젝티브 컨슈머(Objective Consumer·구매 목적을 갖고 제품을 탐색하는 소비자)에겐 유용하지만, 다른 사용자에게는 큰 영향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거 뿌리고 간 날 어떤 남자가 뒤돌아봄’이라는 스토리와 잔잔한 BGM이 입혀진 영상은 다릅니다. 향수가 필요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솔깃할 만한 소구점이 있으니까요.

모두가 공감하는 소재를 접목하면 도달 범위는 더욱 넓어집니다. 여름엔 휴가를 가고, 겨울은 크리스마스를 즐긴다는 시즌감. 연애, 아르바이트, 쇼핑과 같은 일상. 연인, 가족, 친구와의 관계. 이것들을 조합하면 다수를 관통할 만한 상황이 완성됩니다. 같은 추천형 콘텐츠라도 ‘여름 코디’보다는 ‘바다에서 단체 사진 찍을 때 좋은 룩’에 눈이 가지 않나요? MBTI의 상징성을 이미지화하는 콘텐츠도 많습니다. ‘시원하고 매력 있는 ENFP’나 ‘고독을 즐기는 INFP’에 맞는 제품을 매칭하는 거죠.

 

 

Tiktok ‘hamsin0130’

 

 

여기까지가 소비자를 제품에 닿게 하는 스토리텔링이라면, 반대로 제품을 소비자에게 오게 하는 스토리텔링도 있습니다. ‘만약 OO가 남사친이라면’이라는 주제의 콘텐츠는 브랜드를 의인화하는 콘텐츠입니다. 삼성은 엘리트 직장인, 애플은 감각적인 대학생처럼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크리에이터가 묘사하는 거죠. 브랜드 관점에서는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는 콘텐츠입니다.

 

The SMC Group 공식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