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 : 성장을 해킹한다고?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이제는 마케팅 뿐 아니라 스타트업 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꽤 널리 쓰이고 있는 용어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로스 해킹이 무엇인지 막연하게만 이해할 뿐,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적어 보인다. 그로스 해킹의 특징으로 데이터 분석을 꼽기도 하지만 그것이 그로스 해킹의 본질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해킹한다’는 그로스 해킹은 대체 무엇일까?
『그로스 해킹』 (2021, 양승화, 위키북스)을 중심으로 『1 페이지 마케팅 플랜』(2016, 앨런 딥, 봄봄스토리)과 함께 알아보자. (두 책 모두 강력 추천 도서다)
그로스 해킹은 드롭박스와 이벤트브라이트 등의 초기 성장을 이끈 마케터 션 앨리스(Sean Ellis)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해킹하는 것’.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해킹보다도 ‘성장’이다. 션 앨리스가 ‘성공’이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춘 이유를 알기 위해선 먼저 변화한 시장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플랫폼이 변하면서, 이제 더 이상 ‘기획 – 생산 – 판매’의 개발 프로세스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 제품을 열심히 개발, 생산한다고 해서 반드시 판매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사라진 것이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더욱 세분화되었고, 유행이나 트렌드가 순식간에 바뀌기도 하며, 세계 반대편에서 경쟁자가 나타나기도 하는 시대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제 제품 출시는 끝이 아닌 시작이 되었다.
IT 기술 환경이 생산 시스템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그로스 해킹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기업들은 전통적인 개발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아이디어 – 개발 – 측정 – 개선’의 피드백 순환을 반복하며 출시 이후에도 성장하는 서비스를 만든다.
결국 그로스 해킹이란 ‘어떻게 하면 성장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다. [1] 측정 단계 즉 데이터 분석은 그로스 해킹 과정의 일부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로스 해킹의 본질과는 다르다. 본질은 성장을 위한 빠르고 반복적인 실험과 지속적인 개선에 있다.
그로스 해킹은 기존의 프로세스와 어떻게 다른가?
그로스 해킹을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뭐가 다를까?
정답: 모든 것이 다르다.
일단 그로스 해킹에 최적화된 조직은, 조직 구성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기존의 기업은 기능 기반으로 이루어진 각 조직별로 담당 업무를 우선 정의한 후 협업한다. 그로스 해킹을 위해서는 기존의 조직과 다른, 크로스펑셔널 팀(Cross-Functional Team)으로 직군을 구성해야 한다. 크로스펑셔널한 팀이란 개발자,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등 다양한 직군의 멤버들이 모여 팀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기능 기반의 경직된 협업이 아닌 목적을 기반으로 구성원들이 협업할 때 효율적인 성장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지표 관리도 달라진다. 각 조직마다 발생하는 수치들을 지표화해서 관리하는 것이 기존의 지표 관리 방식이었다. 마케팅팀, 운영팀, 개발팀, 사업팀 등등 각자의 팀이 맡은 과업에 대한 지표를 모니터링한다. 이러한 방식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지표가 무엇이 판단하기 어려워, 빠른 실험과 측정, 개선을 추구하는 그로스 해킹 방식에는 맞지 않다. 그로스 해킹은 핵심 지표를 찾고, 그 지표를 성장시키는 방법을 찾는 활동이다.
때문에 그로스 해킹에서는 프레임 워크 기반(Framework-based)의 지표 관리를 추구한다. 핵심 지표를 발굴하고, 이를 측정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다. 조직도에 따른 관리가 아닌,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흐름에 따라 단계별 주요 지표를 서비스 전체 관점에서 파악하고 정의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개발 방식에 있다. 위에 언급한 대로, 그로스 해킹에서 제품 개발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최선을 다해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때문에 무작정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서비스를 추구하는 것이다. 빠른 출시와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높인다.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피드백을 참고해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 그로스 해킹을 왜 해야 하는데?
정리하자면 그로스 해킹을 실천하는 기업은, 크로스펑셔널한 팀을 만들고, 핵심 지표를 중심으로, 실험을 통해 배움을 얻고, 이를 빠르게 반복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성장시킨다.[2] 언뜻 전통적인 방식보다 복잡해 보이는 그로스 해킹, 왜 해야 한다는 걸까? 간단히 말하자면 그래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알아서 고객들이 구매해주는 시대는 끝났다. 더 이상 앞집, 옆집만 경쟁사가 아니다. 트렌드도 순식간에 바뀌어서, 개발을 시작할 때는 획기적인 제품도 완벽하게 만들고 출시하려고 보면 이미 구식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대충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소한으로 만들고 점차 개선해나가자. 끊임없는 핵심 지표 분석과 개선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해킹하는 것, 그것이 그로스 해킹이다.
[1] 양승화 『그로스 해킹』 (2021,위키북스), 4.
[2] 양승화 『그로스 해킹』 (2021,위키북스), 10.
이재인(앰비션플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