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지금 글로벌 자동차 시장 화두는 ‘자율주행차‘다. 인간의 안전과 편리(便利)를 위해 차 스스로 운행하는 기술과 서비스에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 교통난과 사고 사망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손실 증가
- 운전 중 편의 욕구 증가
- 차량-IT 기술의 빠른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
미국에서는 매년 충돌을 비롯한 교통사고로 3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230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오늘날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꼽히는 무수한 운전 방해 요소와 위험을 감행하는 행위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적어도 기술은 음주운전이나 난폭운전은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전기차 전환은 비교적 쉬웠다.
자동차 산업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는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차다”
지난 9월 열린 독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이다.
디스 CEO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좋은 싫든 전기차 전환에 나서는 상황이라면, 결국 자동차 관련 업체의 진정한 경쟁력은 ‘자율주행 기술에서 나온다’는 말로 풀이된다.
아쉽게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은 시장의 기대만큼이나 괄목할만한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15년 자율주행차 기술을 2∼3년 내로 완성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잇따른 교통사고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고, 확신했던 그 시기마저 지났다. 2018년 자율주행 로보 택시 상용화를 선언한 GM도 상용화 시점을 2025년으로 늦췄다. 포드 역시 올해 목표로 삼겠다던 자율주행차 출시 계획이 슬그머니 사라진 상태다.
사실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인간의 운전이 전면 금지’돼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업체의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 여건과 교통 윤리 규범도 함께 재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등 각종 보험 체계도 바뀔 것이고 도시의 형태도 달라질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과제가 남았다. 그러나 결국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할 것은 자율주행 기술임에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주요 나라에서 범국가적 차원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관련 규제를 임시로 풀어주면서 관련 기술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왜 필요할까
자율운행차는 정밀 지도를 바탕으로 도시 교통망에서 시스템적으로 통제된다. 차량 간 간격 유지가 일정하고 졸음운전 우려도 없어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이 아닌, 준자동 안전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운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를 이미 받고 있다.
자율주행은 특히 장거리 운전이 필수인 화물 운송업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안전 운전’은 물론, 트럭 운송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디젤 연료의 가격 상승과 화물 운송의 수요 하락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된다면, 화물 운송이나 해운 같이 침체 국면의 산업은 높은 효율성과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를 기회로 산업 기업과 서비스 제공자들은 다시 한번 새롭게 변혁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데?
일반 시민들이 가장 빠르게 만나볼 수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는 ‘로보 택시’다. 로보 택시란, 로봇(Robot)과 택시(Taxi)의 합성어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운행하는 차량을 말한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시 궁극적인 미래 모빌리티로 꼽힌다.
이에 따라 현대차 그룹과 테슬라, 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 업체부터 구글, 아마존, 바이두 등 글로벌 IT업체들까지 로보 택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는 로보 택시가 실제 도로를 달리고 있다. 특히 중국은 내년 동계올림픽 때 로보 택시로 선수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율주행 트럭 개발 스타트업인 오토(OTTO)는 상용 트럭을 위한 자율주행 키트를 개발 중이다. 이 키트가 등장한다면 트럭 운전자는 장거리 운행 중에도 잠을 잘 수 있게 되며, 안전과 생산성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탑승자가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상적으로 도로를 돌아다닌다면, 더욱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현대 사회의 필수 조건이라 여겨졌던 독점적 자동차 소유권도 더 이상 중요성을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차를 공유하고 무인 택시를 타며 무인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생활이 더욱 일상적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고령자 및 노약자가 보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보이지’라는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 산호세의 은퇴자 단지 내에서 노인을 위한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적으로 제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를 공유한다면 지역사회에서 주차 공간 필요량도 줄어들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고속 주행을 가능케 하며 고속 주행 시 차간 거리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교통 혼잡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차적 혜택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현대 사회는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 구입하는 물건, 일하는 방식, 친구를 사귀는 방식 등 현대 사회의 전반적인 것들이 모조리 바뀌었다. 자율주행 기술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을 만큼 흔해졌을 때 확실한 한 가지는, 우리의 생활도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사실이다.
사람의 노동력은 각 운송 수단의 총 운영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진화하면, 트럭과 선박으로 제품을 운송하던 산업 기업들은 운전자 없이 운송이 가능하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제품 운송이 직업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들은 정말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우려에 대해 독일 철도(Deutsche Bahn)의 CEO 뤼디거 그루베(Rüdiger Grube)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래에는 철도 기관사와 열차 조종 장치가 하나로 융합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역할들이 통합되면 새로운 종류의 직업도 생겨난다. 실시간으로 특정 지역에서 자율주행 선박, 기차, 트럭, 차량을 원격으로 관리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사람들을 찾는 새로운 직업들이 창출될 것이다.”
자율운전 기술의 지원을 받는 운전자와 관리자들은 앞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즉, 원격 조종센터에서 매일매일 여러 번 교대해 가면서 화물을 운송하는 자율운전 차량, 열차, 선박들을 관리할 것이다. 이런 직업을 “자동화 물류 관리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러한 역할들이 하나로 통합되면, 트럭 운전사들의 삶의 질은 월등히 높아질 것이다.
또 자율주행 트럭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하루 24시간 잠시도 쉬지 않고 일주일 내내 트럭이 운행되기 때문에 기업의 효율성은 제고되고 비용은 절감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인 팬데믹도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동력이 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술의 진보는 물론 로봇에 익숙해지게 된 것이다. 이세돌 vs 알파고 대결로 AI 포비아가 증가했다면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2021년은 “지능을 가진 기계들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CTA는 CES2021에서 “코로나 이후 조사 대상의 1/4 이상이 기계를 활용한 배송을 좋아하게 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의 시장 확대를 억제하는 것은 생소한 인터페이스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진 만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CTA는 예상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절반 이상의 주에서, 중국에서도 시내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웨이모, 폭스바겐 등은 본격적으로 로보 택시 시동도 걸고 있다. 이처럼 기술이 발달하고 법률과 규제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 연간 판매량은 2025년 23만 대에서 2035년 1180만대로 커질 예정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ABI는 부분 자율주행차와 완전 자율주행차가 2024년 110만 대에서 2035년 4200만대로 약 38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