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머릿속, 당신이 살아야 할 곳
“우리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이런 문구가 들어간 광고를 접한 적이 많을 것이다. 자고로 브랜드라면 자기 자신보다 고객을 우위에 둬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저 말을 외치는 이들 중 과연 몇이나 고객의 입장을 알고 있을까? 아마 80%는 그 입장을 전혀 모르거나 부분적으로만 알 것이다.
고객의 방식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고객의 삶을 그려봐야 한다. 나이는 몇이고, 취미와 관심사는 무엇이며, 매일 아침 무엇을 하고, 어떤 회사나 학교를 다니며, 성격은 어떨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그려봐야 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고객 페르소나’라고 한다. 이 작업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범위를 좀 줄여보자. 당신 브랜드의 제품군을 사용하는 고객의 한 시간은 어떠할 것인가. 만약 당신이 모자를 판다고 했을 때, 고객은 한 시간 동안 그 모자를 쓰고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 어떤 만족감 혹은 불만을 가지게 될 것인가, 를 생각해보자. 이 작업은 비교적 쉬울 것이다.
그러면 당신의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특화돼야 하고, 어떻게 그것을 강조할 수 있을지를 깨달을 수 있다. 페도라를 구매한 고객을 예로 들어보자. 그가 페도라를 사면서 기대했던 것은 신사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자기표현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페도라를 쓰고 다니면서 걱정한 것은 잘 구겨지지는 않을지, 혹은 지나치게 튀어 보이거나 나이 들어 보이지는 않을지일 것이다. 고객의 입장은 여기에 있다. 여기서부터 출발해서 고객의 삶을 그려볼 때 정말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고객의 입장을 알았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고객이 느끼고 있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당신의 브랜드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하고, 왜 그 가치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섬세하게 설명하라. 그 외에 당신이 택할 수 있는 시스템적이고 세부적인 전술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가치 쌓기 : 보너스 혜택을 많이 주는 것이 당신의 제안을 쉬운 결정으로 탈바꿈시킨다.
- 상향 판매 : 마진이 높은 상품을 마진이 낮은 상품에 끼워 팔아야 한다.
- 결제 방식 : 고액 상품을 팔수록 결제 방식이 중요하다. 12개월 할부 등의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월리를 찾아라’에서 벗어나기
1장에서 얘기했듯이 비슷비슷한 제품들 사이에서 당신의 제품을 찾는 것은 ‘월리를 찾아라’를 푸는 것과 같다. 고객의 입장을 알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까지 했는데 만약 고객이 당신의 제품을 사지 않는다면, 세 가지의 포인트로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첫째, 디테일과 틈새시장에 집중하기.
앞서 얘기했던 페도라를 예로 들어보자. 모자를 파는 업체는 수도 없이 많고, 그들은 아마 다 페도라도 팔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 구겨지지 않는, 젊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페도라를 파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매끄러운 모자 라인을 강조하고 신사 다움을 내세울 때 당신은 고객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디테일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당신이 선택해야 하는 ‘틈새시장’이다. 페도라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당신에게 사는 사람은 10명도 안될 가능성이 높다. 페도라를 파는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구겨지지 않고 젊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페도라”라면, 설령 30명이 사고자 한다고 하더라도 그중 15명이 넘는 사람이 당신의 브랜드를 선택할 것이다.
둘째, 문제를 아십니까? 우리는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머릿속에 들어가면, 그도 잊고 있던 문제를 속속들이 파헤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 제작을 원하는 고객이라고 해보자. 그에게 이렇게 제시하는 것이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기업의 웹사이트들이 구식인지 아십니까? 제가 하는 일은 매번 웹 디자이너를 고용할 필요 없이 손쉽게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저는 최근에 한 고객에게 소프트웨어를 설치해드렸고, 그 후 그분은 웹사이트 개발비로 매년 250만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1] |
그럼 고객은 구식인 웹사이트들이 문제라고 그제야 인식하게 된다. 실은 머릿속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고객의 문제의식을 끄집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로 인해 고객은 당신에게 신뢰를 갖게 되고 당신의 제품을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셋째, 감정을 자극하기.
흔히 이성적인 판단 하에 꼼꼼하게 따져보고 제품을 선택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고객은 감정에 이끌려서 구매하고 이성으로 자신의 구매를 합리화한다. “저는 아이폰의 여러 가지 기능과 앱 스토어와, 애플 제품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성 등등 때문에 아이폰을 샀는데요”. 좋다, 그러나 사실 당신이 아이폰을 산 것은 첫눈에 그 스마트폰에 반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99%다. 이처럼 제품을 판매할 때 중요한 것은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다.
중소기업 마케팅, 어떻게 성공하지?
이러한 전략들은 대형 브랜드에도 적합하지만, 중소기업에도 훌륭하게 적용될 수 있다. 오히려 중소기업일수록 이것들을 활용하기가 더 쉽다. 고객에게 닥쳐올 문제를 알려주고, 이를 해결하는 틈새시장에 집중하고, 감정을 건드리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특정 상품군만을 취급하는 중소 브랜드에 더 잘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전략 및 전술을 알려주겠다. 성공한 중소기업들 중 이 방법들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다.
첫째, 데이터화.
어디서 고객들이 이끌렸는지 추적하고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모든 마케팅 전술을 데이터화 해야 한다. 숫자로 남지 않으면 정확하게 알 수가 없고, 그러면 향후 전략을 지속적으로 세우기가 어려워진다.
둘째, 매력적인 제안과 헤드라인으로 다가서기.
앞서 말했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은 헤드라인 및 광고 문구에도 드러나야 한다. 넓은 시장을 두루뭉술하게 타겟팅하는 문구가 아닌, 좁은 표적 시장의 관심을 확실하게 이끌 수 있는 문구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반응 요구와 성실한 후속 조치.
고객이 당신의 브랜드를 이용했거나 이용하려 한다면, 특정 행동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요즘 흔히 유행하는 “000 성격 테스트” 등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관심사가 맞는 고객이라면 반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 후에는 정기적으로 그들에게 제안하고 소식을 전하면서 소위 ‘단골’을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일회성 고객 열 명보다 다회성 고객 한두 명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제품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마케팅의 차별화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어렵게 생각한다. 특히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고객의 머릿속에 들어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수 있다면, 마케팅 차별화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전략적 요소들을 모두 결합한 형태의 마케팅 기법인 ‘그로스 해킹’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1] 앨런 딥, 김광래 감역, 1 페이지 마케팅 플랜 (봄봄스토리, 2016), 73. 변용.
이재인(앰비션플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