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문제인 것은 사장이 문제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거나 조직, 사람 문제로 골치가 아프면 외부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컨설턴트들은 회사의 자료를 검토하고 여러 직원들과 면담을 하면서 회사에 대한 진단을 합니다. 당연히 사장과의 면담은 필수겠지요.
사장은 “우리 직원들이 좀 바뀌어야 회사가 변화할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바뀌어야 하는지 문제점을 좀 파악해 주세요.”라고 합니다. 중소기업은 대략 3개월 정도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진행 후 1개월쯤 지나 회사에 대해 대충 파악하면 회사 담당자에게 말을 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우선 사장님이 좀 바뀌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이렇게 대답하죠. “예, 10%만 바뀌셔도 이번 컨설팅은 성공입니다. 사장님께 직언 좀 해주세요.”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의 큰 원인이 사장 본인일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회사라고 생각하니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볼 수가 없는 거죠. 우리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잘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문제의 원인이 사장 자체라기보다는 사장이 내린 결정으로 인한 결과들이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들이 지금의 현상으로 나타나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겁니다. 결정이라는 것이 그 당시의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이어서 오판이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결정에 대한 히스토리를 들어보면 왜 당시에 그런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갈 때가 많습니다. 과연 어떤 사장이 회사에 손해가 되고 문제가 될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과거의 경험과 방식을 잊어라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거를 잊고 빨리 개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그걸 인정하기 싫은 것이죠. 현재의 현상만을 보고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몸으로 익힌 경험과 노하우가 일종의 편견과 아집으로 발전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겁니다. 사업 경험이 많은 분일수록 본인의 고집이 심하죠. 회사 개선에 대한 제안을 하면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그건 안돼.”라고 거부합니다. 사장은 사업을 해오는 과정에서 서툴지만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그만큼 많은 경험을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실패 경험이 노하우로 회사에 축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장에게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모든 사안은 회사의 규모와 상황에 맞게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땐 틀렸지만 지금은 맞을 수도 있고, 그땐 맞았지만 지금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과 방식은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참고만 해야지 그것을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현재 회사에 가장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직원 탓으로 돌리지 마라
아직까지도 많은 사장들이 ‘내가 월급을 주니 직원은 회사에 충성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직원들을 대할 때는 안 그런 척 하나 전형적인 갑을 관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이 직원들 능력 탓, 인성 탓이라고 여깁니다. 앞에서 컨설턴트는 사장에게 어떻게 말했을까요? 컨설턴트도 사장에게 직언을 못합니다. 결국 ‘갑’과 ‘을’의 관계이니까요. 최종 결과 발표 시 회사 내 다른 문제점들에 대해서만 부각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결국 사장은 자신의 문제점은 모른 채 ‘역시 직원들이 문제야. 직원들이 변해야 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직원들이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직원들은 사장의 지시나 회사의 제도 틀 내에서 행동합니다. 사장의 잘못된 지시, 편견, 선입관이 잘못된 신호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잘못 만든 방식이나 제도의 희생양이 된 것 일 수도 있죠.
어떤 방식이나 제도를 도입한 후 단기간에 효과가 나지 않으면 폐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도 직원들의 적응력과 안주하려는 태도를 탓합니다. 효과가 없는 것을 계속 끌고 가는 것도 문제지만, 곧바로 폐기 처분하고 또 다른 것을 도입하는 것은 더 문제입니다. 도대체 그것들이 왜 진짜 실패했는지를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일관성이 없으면 직원들에게 믿음을 주기 어렵습니다. 계속해서 바뀌는데 누가 새로운 방식과 제도에 적응하려 들겠습니까? 최소 몇 년간 결과를 확인해 본 후 개선을 하든지 새로운 것을 도입하든지 해야 합니다.
우선순위에 집중해야 한다
사장이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거나 눈앞의 이익만 보게 되면 직원들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연구개발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개발팀에서 1년에 5가지 과제를 수행한다고 가정해 보죠. 개발팀 내에서는 A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합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어떤 업체로부터 B 시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 받습니다. 어느 날은 영업팀에서 C 제품 개선을 해 달라고 합니다.
모두들 자신의 업무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장은 다 해주라고 합니다. 나중에는 개발팀은 어떤 과제가 중요한지 헷갈립니다. 눈 앞에 떨어진 일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일반 중소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모습이죠. 사장은 회사의 일을 중요도나 긴급도에 따라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면 아무것도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일을 중요한 일처럼 대해버리면 정말 긴급하고 중요한 사항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안됩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의 위기의식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니 중요한 사안에는 사장이 총력을 기울이고 해당 팀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회사의 문제는 사장 자신이거나 회사의 잘못된 시스템일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 변화를 꾀하려면 ‘직원들이 변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전, 본인을 다시 돌아보고 회사의 운영 방식과 제도 등을 재검토해봐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사장이 큰 역할을 하고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장이 먼저 변하면 직원들도 변하고 결국 회사가 달라지게 됩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