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준비해 오셨을 텐데요. 간단하게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삼성전자 DS부문 영업마케팅 직무에 지원한 마크입니다. 저는…”

 

면접장에서 가장 먼저 하는 질문 1순위, 그리고 면접관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1순위, 다름 아닌 자기소개다. 언제부터였을까. 자기소개는 오래전부터 면접관들에게 사랑 받는 질문이다. <취업 바이블> 매거진을 발행하고 취업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역시 자기소개에 대한 조언이었다.

사실 지원자들이 목 말라하는 자기소개 콘텐츠는 검색해보면 넘쳐 난다. 실제로 좋은 콘텐츠도 많다. 이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대신 내가 지원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한마디 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면접관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면접 질문은 각각 질문을 통해 면접관이 얻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자기소개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이 자기소개를 해보란 이유는 있다. 그리고 이를 정확히 알면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제대로 된 답변을 준비할 수 있다.

 

 

 

 

하나. 지원자의 색깔을 알기 위해 물어본다

 

자기소개는 짧다. 짧게는 1분 길어야 3분 정도다. 당연히 짧은 자기소개 안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을 수 없다. 면접관 입장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를 통해 본인이 지원자에게 듣고자 하는 답변을 모두 들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브랜드 매니저 포지션을 채용하는 면접이라면, 면접관은 무엇보다 지원자가 현재 회사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상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답변은 면접 중반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질문할 것이다. 따라서 면접관은 자기소개에서는 그런 답변 대신 해당 지원자가 다른 지원자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색깔을 보고 싶어 한다.

색깔에는 잘나고 못나고가 없다. 자기소개 역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줘서 자신이 다른 지원자와 경력 측면에서, 인성 측면에서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부각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달리 표현하면 자기소개는 탁월함보다 차별점을 부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계를 과거로 돌려서 내가 외국계 기업에서 전략 매니저로 7년 일했을 때로 가보자. 만약 더 성장할 수 있는 비슷한 포지션에 지원했다면 다음과 같이 자기소개를 했을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외국계 회사에서 7년 간 전사 전략과 신사업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전략 전문가 마크입니다. 저는 전략하는 사람은 책상에만 앉아서 현업과 거리가 먼 뜬구름 잡는 전략을 세운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영업, 마케팅, 채널, 물류, 학술 등 다양한 부서의 담당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현업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본사 전략의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현지화된 전략을 수립하였고 전략의 일원화와 현업의 만족도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글로벌과 아시아 지역본사, 그리고 한국의 C레벨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며, 글로벌 신사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리딩하는 등 리더십 역량을 쌓은 준비된 리더이기도 합니다. 

제가 지원한 전략 매니저 포지션 역시 글로벌 본사 전략의 현지화를 통해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 역량을 발휘해 다가가는 전략 전문가로서 활약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위와 같이 자기소개를 하면 면접관들은 나에게서 어떤 차별점을 찾을 수 있을까. 다른 지원자들도 전략 관련한 경력이 충분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강조한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일방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현업의 의견까지 반영한 전략을 수립해왔다는 것이다. 다음은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리더십과 소통한 경력이다. 마지막으로 전략뿐만 아니라 신사업 프로젝트까지 성공적으로 리딩해본 경력이다. 이 세 가지 경력이 아주 독특한 것은 아니지만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지원자는 흔치 않다. 따라서 이 정도 자기소개면 지원자로서 자기 색깔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면접관들은 그 색깔을 기억하고 그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서 하게 되고 면접의 주도권이 서서히 지원자 쪽으로 오게 된다.

 

“외국계 전략 담당으로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현업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통을 했나요?”

“현지화 전략 수립 시 글로벌 본사와는 어떻게 조율을 했나요?”

“리더십을 발휘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이야기해주세요.”

 

 

초반 질문에 답변을 잘 할 수록 면접관은 더 높은 기대치를 갖고 다음 질문을 던진다

 

 

둘. 첫 질문을 통해 면접 방향을 정하기 위해 물어본다

 

자기소개에 대한 질문이 다른 질문과 확실히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면접의 첫 질문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자기소개는 첫 질문으로서 역할이 있다.

해외 MBA를 준비할 때 GMAT이라는 시험을 치러야 했다. GMAT은 크게 언어 영역(독해, 문장 고치기, 논리)과 수리 영역으로 나뉜다. 이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선 절대불변의 전략이 하나 있다. 바로 초반 문항의 정답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면 컴퓨터로 치르는 이 시험에서는 초반에 문제를 맞혀야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어려운 문제가 이어진다. 반대로 초반에 오답이 많아지면 그 이후에는 쉬운 문제가 이어져서 아무리 후반부의 정답률이 높아도 고득점이 불가능하다.

면접 질문도 ‘기대치’ 측면에서 GMAT 시험과 비슷하다. 초반 질문에 답변을 잘할수록 면접관은 더 높은 기대치를 갖고 다음 질문을 던진다. 면접관의 마음속에 생긴 확신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지원자에게는 던지지 않은 질문을 한다. 반대로 초반 질문에 대해 자신감 없이 본인을 어필하지 못하면 면접관의 마음속엔 느낌표가 아니라 물음표가 생긴다. ‘괜찮은 지원자일까?’ 의심하며 이후 이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소모적인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엔 아무리 답변을 잘해도 초반부터 답변을 잘했던 지원자를 따라잡기 힘들다.

때문에 자기소개 답변에 따라 면접의 당락이 좌우되기도 하며 적어도 면접 방향이 정해진다. 다음 두 답변을 비교해보자.

 

지원자 A: 안녕하십니까, 저는 글로벌마케팅센터 데이터 마케팅 포지션에 지원한 마크입니다. 저는 현재 회사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성격은 꼼꼼한 편입니다. 꼼꼼하다 보니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정확하게 업무 처리를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플랫폼 관련해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지원한 글로벌마케팅센터 데이터 마케팅 포지션은 저의 분석 경험과 정확한 업무 처리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이라 생각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원자 B: 안녕하십니까, 저는 글로벌마케팅센터 데이터 마케팅 포지션에 지원한 마크입니다. 저는 3년간 외국계 데이터 분석 컨설팅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매니저로 일하면서 크게 3가지를 경험했습니다. 우선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입니다. S사, L사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로 고객 미팅부터 데이터 수집, 분석 그리고 최종 결과 보고까지 책임졌습니다. 다음으로 국내 회사 통합 멤버십 프로젝트 경험입니다. 소비재 대기업인 O사의 전 계열사 멤버십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조직 간의 데이터를 통합할 때 발생하는 이슈를 해결한 흔치 않은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경험입니다. 어린 연차지만 올해부터 PM 역할을 맡으면서 프로젝트 팀원을 이끄는 리더십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글로벌 프로젝트와 통합 멤버십 프로젝트, 그리고 PM 경험을 데이터 마케팅 포지션에서 최대한 발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은 지원자 A의 답변을 듣고는 ‘이 지원자가 과연 이 포지션에 적합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갖춰야 하는 것들을 갖추고 있는지를 묻기 시작할 것이다. 반대로 지원자 B의 답변을 듣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흔치 않은 경력이라고 소개한 O사의 통합 멤버십 프로젝트 경험을 물어볼 것이다.

 

 

자기소개의 비중은 최소 30%, 절대적이진 않지만 그 어떤 질문보다 높다

 

 

셋. 지원자가 준비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물어본다

 

너무 어이없는 이유지만 사실이 그렇다. 면접관들도 잘 안다. 지원자들이 짧은 자기소개를 준비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아깝지 않게 하려고 자기소개를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부 면접의 경우 면접관들이 정말로 묻고 싶은 질문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라면 자기소개는 듣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힘들게 준비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때는 부담 없이 대답해도 될까? 면접관이 대충 물어봤다고 해서 지원자도 대충 대답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면접은 절대평가이면서 동시에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면접은 해당 포지션에서 원하는 일정 수준의 인성과 직무 능력을 갖췄는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절대평가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원자들 가운데 회사에 꼭 필요한 인원만을 채용하기 때문에 상대평가다. 따라서 면접관이 ‘준비해왔을 테니 자기소개 해 보세요’라고 질문했더라도 지원자는 마음을 놓아선 안 되고 본인이 준비한 것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면접관으로 들어갔을 때를 돌이켜 보면 긴장한 표정의 지원자가 좀 더 편하게 답변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그래서 자기소개 답변 내용이 조금 부족해도 편한 마음으로 답변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하지만 모든 면접관들이 나와 같진 않다. 

면접에서 자기소개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전체 질문이 10개라고 가정하면 내가 생각하는 자기소개의 비중은 최소 30%다. 절대적이진 않지만 그 어떤 질문보다 높은 비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취업 바이블> 매거진을 발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채용 시장의 정보 불균형 때문이다. 아무래도 대도시에 있거나 주변에 사회에 진출한 지인들이 많은 경우 정보와 조언을 얻기 수월하다. 반대의 경우에는 혼자 힘으로 맨땅에 헤딩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제한된 정보를 수집한다. <취업 바이블> 매거진이 모든 구직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지만 특히 정보와 조언을 얻기 힘든 이들에게 필독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길게 생각하면 이런 노력이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Mark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