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깐부잖아”
수많은 유행어를 남긴 ‘오징어 게임’은 한국 TV 프로그램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83개국 1위를 달성하고, 최단기간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한 그야말로 ‘메가 히트 드라마(Mega Hit Drama)’로서, 큰 인기에 힘입어 시즌 2의 제작까지 확정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방영 2년 전인 2019년 8월 상표출원을 하여 미리 상표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것일까요?
1.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상표를 획득한 이유
오징어 게임의 최종 상금 456억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넷플릭스는 TV 프로그램 제작에 약 250억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넷플릭스의 입장에서는 TV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진 창작물들을 보호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히트를 예상하였다면 TV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에서 창작한 음악, 세트 구성, 참가자들이 입은 옷, 브랜드 가치 등의 모든 지식재산(IP)을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는 넷플릭스라고 하더라도, 한 해에도 수많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고 오징어 게임의 모든 요소들을 보호하기에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합니다.
오일남의 “우린.. 깐부잖아”나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는 우리 다 죽어”와 같이 유행어의 탄생까지 예상하여 지식재산권을 획득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특허청 DB를 통해 확인되는 넷플릭스의 상표출원은 “인간수업”, “범인은 바로 너!”, “먹보와 털보” 등과 같이 일부 프로그램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넷플릭스는 히트가 예상되는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상표권을 획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히트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어도,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예상한 히트 프로그램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편승하는 사람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9월 17일 이후부터 넷플릭스 이외의 상표 출원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상표 획득 토너먼트를 하는 것처럼 상표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상표권을 획득한 우승자는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여 오징어 게임의 상금인 456억보다 큰 수익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넷플릭스가 자신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상표권을 미리 획득해둔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표법은 상품별로 권리를 인정하고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넷플릭스가 획득한 상표권은 제41류의 드라마 TV시리즈 형태의 연예오락업과 멀티미디어 디지털컨텐츠의 온라인 제공업에 관한 것에 한정되므로, 제28류의 가면이나 제9류의 전자게임 프로그램 등의 다른 상품들에 대해서는 넷플릭스 이외의 출원인이 권리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3. 넷플릭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에 국내외에서 상품군을 확대하며 상표출원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오징어 게임’의 국문 명칭에 대해 기존에 등록받은 상품 이외의 상품으로 상표출원을 하였고, ‘SQUID GAME’의 영문명칭에 대해서도 상표출원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넷플릭스와 무관한 사람들은 유명 프로그램을 모방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상표법상 거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상표법 제34조제1항제12호, 제13호 등), 넷플릭스의 출원은 방어 목적도 있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획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많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관리자 가면과 참가자들의 트레이닝복은 인기 코스튬으로 할로윈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였고, 오징어 게임 관련 굿즈나 콘텐츠 사업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이렇게 TV 프로그램이나 자사의 제품이 인기를 얻어 브랜드 가치가 커질수록 상표권의 영역을 다양한 상품군으로 넓혀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넷플릭스가 출원한 상표로 다음 히트작을 예상해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일 것입니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