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이란 직무상 고객 가치 제공 및 비즈니스 성장의 빚(責)을 말한다
우리는 직장 속 업무상 대부분을 겉으로 드러난 ‘역할’로 인식한다. 그러다 보니, 그 ‘역할에 준하는 어떤 행동’을 위주로 머리 보단 몸이 기억하는 방식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실무상 극대화된 효율을 만들어낼 수 있고, 단순 요령을 노하우로 믿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은 직책자(책임자)가 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심지어 그렇게 맡게 된 조직은 성장이 저해되거나 멈추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일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역할보다는 ‘잘 보이지 않는 책임’부터 말이다. |
사수로부터 일을 받아서 하다 보니 우리는 (미운) 오리 새끼로 출발한다
일은 명확하게 받아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입은 함부로, 자기 멋대로 일을 해서는 안된다. 아주 단순한 일도 회사만의 규율과 규칙에 의해 결정된 내용이 이미 있다. 그러다 보니, 신입에게는 이런 주문이 자주 간다. “모르겠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즉시 나(사수)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말이다.
일단 오리 새끼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가까이에 있는 이가 ‘사수’가 되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곤 한다. 오전 일과도 같이 보내고, 점심도 같이 먹고, 중간중간에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수(또는 팀 리더)가 퇴근 시간이 지나도 퇴근할 기미가 나타나지 않으면 쉽사리 퇴근 준비를 하기도 어렵다. 신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새로운 조직에 합류한 모든 이들이 비슷하다.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모두가 겪는 내적 갈등의 순간들이다. (물론, 경험 많은 베테랑들은 오히려 다른 이들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아 불협화음을 만들어, 분란과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회사들이 업무 지시를 글보다는 말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그걸 배우고 익히는 입장에서는 처음 알려준 사람을 ‘모사’할 수밖에 없다. (회사는 원래 레퍼런스를 만들고, 그 레퍼런스를 복붙하며 크고 내실 있게 만들어가는 곳이다.) 대기업, 외국계,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할 것 없이 도제식으로 업무 이관과 전이가 일어나다 보니, 새로 입사한 신입도 경력자도 모두가 당황한다.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눈에 잘 띄는 역할에 눈이 더 갈 수밖에 없다.
역할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역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할 때 사용하는 채용 공고에도, 채용 과정 중에 검정 기준도, 입사 이후 업무 이관 및 전이도 대부분 역할 및 행위 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업무를 제대로 익히는 것(자발적으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를 통한 개인 및 팀 단위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여러모로 어려워진다.
현상유지 또는 운영만을 하는 직무라면 크게 관련이 없다. 하지만, 조직에 그러한 자리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기업에 소속되어, 목표한 고객과의 (지속 가능한) 거래 또는 그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한 업무상 여러 활동을 직무 책임 범위에 맞게 적절히(?) 실행할 것을 주문받기 때문이다. 그 실행 과정의 대부분이 행동으로 나타나다 보니 겉으로 드러난 역할과 태도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요구하고,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책임은 눈에 보이지 않고, 조직 내 누구도 책임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익숙한 역할 중심으로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을 주문‘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각 직무상 책임과 연결된 ‘왜(why – 우리가 이 업무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 단계’는 생략하거나, 간소화한다. 일단 터진 일부터,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한가롭게 신선놀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책임자가 아닌 실무자들에서 책임 있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권한을 준 적도 없고, 그런 예외적 상황을 여러 이유로 만들지 않고, 오로지 ‘역할 중심의 지시와 명령‘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몇몇의 소심한 오리 새끼는 가까운 사수와 리더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커다란 공장 속 빠른 속도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로봇팔과 같은 모습 같다. 책임은 일단 그 상황 속에서는 그들과 동떨어진 개념이다. 주어진 시간에 있어야 하는 자리만 잘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린 이들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그렇게 지시만 받아 열심히 수행한 이들은 성장의 기회(자발적으로 업무를 만들고, 이를 통해 발전시킬 수 있는)를 가질 수 없다. 그리고 후에 등 떠밀리듯이 책임자가 되어, 이전 책임자가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할 뿐이다. 보고 배운 게 그것뿐이라서 그렇다.
역할 중심 조직 운영이 문화와 시스템이 되고 그 결과, 개인과 조직의 성장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조직이 얼마 되지 않았다면, 크기도 겉과 속의 모습도 한 두 사람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역할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인원수가 두 자릿수를 훌쩍 넘어서고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맡는 상황으로부터 점차 벗어나고 있다면, 이전의 역할 중심의 운영 시스템으로부터 책임 중심으로 넘어가는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대전환의 시기를 여러 핑계를 대며 대부분 놓친다. 결국 조직 전체로 퍼져 문화화 되고,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직이 비효율을 제거(예를 들어, 빠른 속도를 의식한 업무상 절차의 간소화 문화)하기 위해 만든 초기 빠른 성장을 위한 업무상 전략적 활동이 추후에 비효율의 요소가 되고 조직의 발목을 잡게 된다. 그렇게 역할 중심의 업무 추진 활동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문화와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개인과 조직은 모두 몸살을 앓게 된다. 되돌리기에는 매우 어렵고, 굳이 되돌릴 필요가 점차 없게 된다. 당장 비즈니스가 망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조직의 일하는 환경은 점차 최악을 향해 내딛게 된다.
- 조직 내부 개인의 성장은 더디게 진행되고, 각 분야별 난세의 영웅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 팀 또는 본부 단위의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이가 조직 밖으로부터 오게 되니, 조직 문화(일하는 방식)는 중심을 잡지 못한다.
- 이러한 분위기 속에 새롭게 합류한 이들도, 기존 인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해, 오롯이 자신이 해야 하는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에 몰입하게 된다.
- 조직 전체가 ‘각자가 각자의 일’에 몰입하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부분 최적화를 위한 협력과 협업 체계가 조직 전체로 뻗어 나가지를 못한다.
- 협력과 협업의 과정 속에서 공통의 책임 속에 중복되는 역할이 나오면 나올수록, 더욱 결정하지 못해 혼란만 가중되고 갈등만 촉발된다.
- 이를 어떤 기준 하에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리더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 아비규환이 된 조직 속 개인과 팀, 조직 전체의 성장세는 하락하며, 내리막 길로 접어들게 된다.
- 새롭게 합류한 이들도 ‘체계가 없는 회사’를 보고 크게 실망하고, 각자도생의 길로 빠지게 된다.
위 이야기는 특정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들어온 조직이 보이는 공통의 모습을 이미지화하여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 팀, 조직 모두가 좋을 것이 없다. 분명 성장 및 성숙하기 위하여 그 결과로 돈을 더 많이 벌고,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한 선택이고 결정이었는데 그 과정에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던 것이 발목을 잡다 못해, 늪에 빠뜨리는 것이다.
그러니 역할보다는 책임 중심으로 직무 설계와 운영이 필요하다. 직책과 직무를 모두 고려하여 각자 그리고 함께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 대하여 함께 일하는 이들끼리 충분한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단순히 ‘직무 단위에서 고민할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재해석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책임은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가치 지향을 직무 단위로 쪼개서 꾸준히 갚아나가야 하는 빚(責)이기 때문이다. 그 빚은 끝이 없고 그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내가 하는 일도, 그 일을 하는 나도 모두 성장할 수 있으니 그때는 빚이 아니라, ‘빛’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을 하며 책임으로부터 역할이 파생 및 분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지향하는 업무 활동은 적정의 책임 구간 및 영역상의 주요 활동이 ‘업무상 실제 구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역할(행위)로서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이는 한 사람 또는 함께 하는 동료(팀) 전체가 온전히 도맡아야 하는 책임과 역할로 이루어진 중요 업무(Main Task)가 되기도 하고, 조직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Part) 중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업무라도 특정 개인의 역할과 책임 수행을 위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사람 중심], 그 자리를 맡은 실무자, 책임자가 마땅히 해야 하며 그보다는 더 큰 일(비즈니스의 성장)이 ‘되기‘ 위해 하는 최소 및 최대의 조치라고 볼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책임 중심]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역할 중심의 도제식 문화(사수–부사수)가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기 전, 이를 대체하거나 덮을 수 있는 상위 개념의 문화를 만들어,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작은 부분에 대한 최적화가 아니다. 조직 전체를 바라보고, 조직이 목표한 시장을 향하여 꾸준히 어떤 가치를 지속적으로 적정 가치와 원가에 의해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조직이 기대하는 (재무적/비재무적) 성장을 하기 위함이다.
오리 새끼부터 엄마 오리까지 우리 각자의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성장을 해야만 지속 가능할 수 있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을 향한 성장과 성숙의 메커니즘(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최적의 일하는 문화가 구성원 모두에게서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은 각 포지션의 존재감을 나타내며, 동시에 존재의 이유 또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매우 형이상학적이다.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쉽게 알아보도록 만든 것이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역할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그게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손 발을 맞추는 과정에서 ‘자발적, 주도적, 의도적’으로 책임 범위 내에서 각자가 각자 또는 함께 일을 벌일 수 있는 권한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확한 책임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그것도 비즈니스상 어떤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한 지속적으로 어떤 업무적 활동을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책임을 나눠갖거나 연결된 이들과의 사전 사후에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그 정의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업력이 짧거나 역할 중심으로 조직을 이끌어와서 경험 많은 개인의 감에 의존하는 방식이 조직 깊숙이 박혀 있다면 말이다. 만약 우리 조직도 비슷한 상황이고 입장이라고 하면, 최소한 평소에 함께 일하는 이들과 ‘(현 수준에 걸맞은) 명확한 책임 정의를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1)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분류(Routine vs Project)와 그에 대한 가치 정의를 하며, 우리 공동의 책임 영역과 구간에 대한 우리만의 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일은 쉬워지고 빨라진다. (2)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 (3) 당장 또는 나중에,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4) 상시 및 수시, 정기적 업무 등으로 정리 정돈이 될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개인 및 공통의 업무에서 (5) 최소한 어떤 역할(행위)을 해야 하는지, (6) 상시 및 수시로 해야 하는 Routine이 무엇이고, 이를 통해 (7)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영역과 얻고자 하는 성과가 무엇인지를 꾸준히 관찰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시로 위의 과정을 통해 점검하면서, 우리만의 피드백 루프가 잘 작동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조직의 출발할 때 모습으로부터 고객이 늘고, 조직원이 늘면서 그에 발맞춰 산발적으로 직무가 파생되며 기준 없이 필요에 따라 여러 자리가 늘어났을 것이다. 당연히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시장과 고객의 반응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발을 맞추고, 필요에 따라서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가기 위한 선행적 노력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조직을 돌보지 못하고, 시스템과 문화가 물색없이 발전된다고 하면, 그 조직의 ‘근본‘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 최악을 대비하기 위해 현재와 같은 시기(올해의 성과와 실적을 정리하고, 내년도 사업 계획과 최소 및 최대의 목표를 정리 정돈하는 때)에 책임과 역할(Role & Responsibility / Accountability)에 대해 생각해보고, 정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과 자신에 대한 합리적 결산을 통해 성장된 모습 대비 부족하거나 과한 부분을 찾고, 이를 개선 및 변화하기 위한 내년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재미있게도 어떤 일이든 위와 같이 할 수 있다. 감각적이지 않게, 논리와 합리를 바탕으로 말이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