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우주처럼 그 신비함의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의 두뇌
‘애플 TV+’라 불리는 애플(Apple)의 OTT 서비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디즈니플러스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진입해 김지운 감독, 이선균 주연의 <닥터 브레인>이라는 6부작 콘텐츠를 제일 처음 선보였다.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누군가를 쫓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평범한 수사극처럼 보이지만 뇌의 기억을 쫓는 일종의 두뇌 SF 스릴러물이었다. ‘죽은 사람이지만 뇌에 전기 충격을 주면 순간적으로 에너지가 생기면서 뇌 속의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다‘라는 것이 이론적이긴 해도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 카이스트 뇌공학과 정재승 박사의 조언을 일부 반영했다고도 했다.
<닥터 브레인>과 같이 두뇌와 기억을 소재로 다룬 또 다른 작품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이 흐른 2084년의 미래, 두뇌에 기억을 심어 인간의 욕구를 충족해준다면 어떨까?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우주 저 너머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가짜 기억을 진짜처럼 심어줄 수 있다는 판타지 소재가 <토탈리콜>이라는 SF 영화로 만들어졌다. 1990년 폴 버호벤 감독으로 첫 작품이 탄생했고 2012년 렌 와이즈먼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콜린 패럴이 각각 연기한 주인공 퀘이드는 진짜 현실과 머릿속에 심어진 기억의 경계선 상에서 혼란스러워한다. 폴 버호벤의 원작은 꽤 오랫동안 회자되기도 했고 1990년 당시 새턴 어워즈에서 최고의 SF영화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현실에서 다시금 회상하고 추억할 수 있다는 SF 판타지 소재로 <레미니센스, Reminiscence>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Reminiscence’라는 단어는 추억을 회상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오래된 기억이 더욱 명확하고 뚜렷하게 떠오른다는 걸 담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 닉(휴 잭맨) 역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찾고 이를 추억하고 회상한다. 역시 두뇌와 이어지는 기계장치가 이를 수행한다. 휴 잭맨과 더불어 ‘미션 임파서블’의 히로인으로 거듭난 레베카 퍼거슨이 주연을 맡았다. 소재나 설정 자체가 신박하거나 흥미로울 순 있으나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이긴 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영화들은 모두 사람의 두뇌를 사이에 두고 기억을 심거나 추억을 회상하거나 놓쳤던 기억의 일부를 쫒는다. 인간의 두뇌는 마치 작은 우주와도 같다고 말한다. 인간의 두뇌를 자극시키거나 위 내용처럼 무엇인가 ‘심는다’라는 개념은 정말 가능할까? 더구나 인간의 두뇌가 어딘가에 새롭게 연결되는 ‘링크’의 개념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지금 우리의 세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인간의 두뇌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연산을 하며 기억을 저장하거나 온몸의 신경을 지배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후 인간은 인간의 지능을 닮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AI 테크놀로지는 더욱 크게 발전했고 로봇이나 사물 인터넷, 자율주행 등에 탑재되면서 일상생활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인공지능 테크놀로지를 뛰어넘기 위해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하면서 인간의 두뇌와 컴퓨팅을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의 자산이 수천만 달러 이상 들어가기도 했고, 최근에는 2억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인간의 두뇌를 무엇인가와 연결하는 것은 정말 가능한 일일까? 더구나 머릿속의 생각만으로도 다양한 디바이스를 다룰 수 있다는 뇌 이식용 칩은 그야말로 획기적이지만 마치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어쨌든 연구는 지속 중이다. 인간이 단순한 생각만으로도 각종 전자 디바이스를 제어할 수 있도록 뇌에 이식하는 칩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초에는 원숭이에게 뇌 이식용 칩을 심고 실제로 비디오 게임을 콘트롤 하는 장면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수많은 외신들이 이를 기사화했다. 원숭이는 게임을 즐겼을 뿐이고 그 보상으로 과일 스무디를 먹을 수 있었다. 만일 이 기술이 보다 고도화되고 생체 공학에 제대로 접목이 된다면 신체가 마비된 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이론이다.
인간과 인공지능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조합은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원숭이가 조이 스틱을 만지지 않고도 두뇌의 신경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행위는 일부에 불과하다.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 역시 이 기술의 일부라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의 머릿속에는 개념적 텔레파시(Conceptual Telepathy)라는 기술의 실현이 담겨있다. 쉽게 말하면 글로 써서 표현하거나 입 밖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온전히 ‘생각’만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하며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기술로서 BCI 테크놀로지(Brain-Computer Interface)라 부르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자리하면서 우리는 식당과 카페 등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만큼 대화는 줄어들었고 기술만 온전히 자리했다. 그리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다.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지금 이 시대에 손글씨로 써 내려간 편지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꿈꾸고 있는 개념적 텔레파시는 단순히 대화의 단절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마비된 사람들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인간 증강의 개념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더불어 이와 유사한 기술을 가진 미국의 스타트업 싱크론(Synchron)도 임상 실험을 승인받고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단다.
일론 머스크의 포부와 야망은 남다르다. 테슬라는 물론이고 솔라시티와 하이퍼루프, 스페이스 X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있다. 뉴럴링크 역시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긍정적 기대 아래 거대한 플랜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그림 이면에는 충분히 가능할 법한 리스크들이 분명히 자리하곤 한다. 물론 이를 해결하고 뛰어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뉴럴링크가 개발하려고 하는 이식 칩은 수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극히 일부라도 두뇌를 열어 수술하는 행위 자체는 이식을 하는 의료진은 물론 이식을 받는 실험자 모두에게 매우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무엇인가 연결되는 과정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해킹이나 원치 않는 부작용 역시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니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긴다는 건 오히려 작은 부분일 수 있겠다.
“그럼 이식하지 않고도 뇌파만 사용하면 된다”라고 하지만 이 역시 부정확한 신호로 인해 링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양쪽 모두 극단적인 단점이라 여겨질 수도 있고 과하게 해석한 부분도 조금은 없지 않겠으나 누군가의 두뇌와 이어지는 문제이니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일론 머스크 역시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미션들이 다방면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기를.
사실 암호화폐로 인해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가 조금 구겨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론 머스크가 이루고자 하는 뉴럴링크의 기술이 온전히 인류에게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테크놀로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