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는 늘 어렵다. 본인 자소서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경우는 조금 낫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직장인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직하려는 마음에 오랜만에 자소서 파일을 열면 뭔가 내용이 트렌드에 뒤떨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예 다시 쓰려고 해도 어떤 내용부터 적어야 하는지 막막하다. 자소서의 핵심은 ‘솔직함’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번에는 자소서에서 절대 쓰지 말아야 하는 다섯 가지 표현에 대해 알아본다. 결정적인 한방은 없어도, 치명적인 한방을 피하면 승산이 있다.
하나, 다른 직원의 잘못을 언급하는 건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자소서에서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을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다.
“경력이 오래된 선배들은 정비 시 문제가 발생해도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 대응했습니다. 그것이 속도 측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작은 문제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철저하게 원인을 분석해서 재발 방지에 힘썼습니다.”
이런 경우 자소서를 읽는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은 그가 원칙주의자이고 QA(품질보증) 관련 업무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지원자가 속한 조직이 기본적인 사항 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망가진 조직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망가진 조직에서 혼자 정직하게 행동한 지원자가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역시 망가진 조직에 속한 직원 중에 하나로 치부되기 쉽다.
남들이 ‘Yes’를 외칠 때 ‘No’를 외칠 줄 아는 용기는 멋진 것이다. 보수적인 조직에서 손을 높이 들고 ‘No’라고 외친 경험이 있다면 당연히 가치가 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에 있어서 회사와 직원들이 옳지 않은 쪽에 서 있었다고 언급하는 순간, 자신도 역시 그런 회사에 속한 직원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언급할 때는 회사 내 다른 직원들과 비교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자신의 장점과 그에 따른 성과로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제 장점은 철저한 품질보증 검사를 거쳐 개선사항까지 도출하는 능력입니다. 특히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위 직원들과 팀을 이뤄 원인 분석부터 개선사항 도출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합니다. 그중에 일부는 매뉴얼로 만들어서 추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로 정착시켰습니다. 그 결과 작년에는 품질보증 분야에서 올해의 직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자소서에서는 누군가와 대결하기보다는 일반적인 기준과 자신을 비교해서 자신이 검증된(qualified) 인재라는 인식을 전달해야 한다.
둘, 경쟁사 언급은 최대한 신중하게 해야 한다
“A사가 경쟁사인 B사와의 플랫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측면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정말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귀를 기울어야 합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목소리도 중요하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하지만 경쟁사로 B사를 언급했을 때는 몇 가지 위험 요소가 따른다. 우선 밖에서는 두 회사를 경쟁사로 볼 수는 있어도 A사가 정말로 B사를 경쟁사로 여기고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A사 내부에서는 ‘우리의 경쟁사는 B사가 아니라 미국에 있는 글로벌 회사인 C사’라고 여길 수도 있다. 또는 실제로는 경쟁사로 여기더라도 자존심 문제로 내부에서는 절대로 경쟁사로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복잡함과 위험 요소를 피하는 길은 경쟁사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경쟁사를 언급하지 않아도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굳이 경쟁사를 꼭 집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나아가 시장을 리딩 하기 위한 전략이나 방법에 대해서 언급하면 어떨까?
“최근 A사가 출시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서비스가 좋은 예입니다. 그 안에 내재된 기술력도 물론 대단하지만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수년 전부터 출시되기를 열망했던 그런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시장을 리딩 하는 기업의 공통점은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기술력을 갖춰 적시에 최적의 솔루션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점이 A사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셋, 교과서적인 표현은 올드 스쿨 인증서와 같다
자소서, 이력서, 포트폴리오 모두 개인의 것이다. 무슨 뜻이냐면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브런치’라는 회사에서 두 명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3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자신의 자소서에 녹이는 3년 간의 이야기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서로 전혀 다른 내용을 전개될 것이다. 하물며 다른 회사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자소서를 만들어야 한다.
본인의 색을 드러내는 것을 방해하는 0순위는 다름 아닌 교과서적인 표현이다.
“제조업의 꽃은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영업 사원이 되겠습니다.”
이 지원자는 영업 부서와 고객 만족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표현만 적어 놓는다면 그 사람의 진심이 가려지기 쉽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언어와 표현을 더해서 드러내는 것이 좋다.
“마케팅팀에서 영업팀으로 옮기고 나서 비로소 선배들이 왜 영업을 제조업의 꽃이라고 불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의 산물인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최전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꽃인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고객에게 우리의 제품을 전달하는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꽃인 것입니다. 고객이 만족해 하는 꽃이 될 수 있도록 단점은 보강하고, 장점은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영업 사원이 되겠습니다.”
교과서적인 표현도 자신의 경험과 자신만의 표현과 어우러지면 감칠맛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이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서류 전형은 글쓰기 대회 심사가 아니다. 본인의 경험에 대한 솔직하고 담백한 글은 글솜씨와 관계없이 서류 심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넷, 소극적인 단어는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인턴 경력만 있는 주니어 직원들의 자소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현재 브런치 플랫폼 팀에서 PM 인턴으로 6개월째 근무 중입니다. 경쟁 서비스 리서치, 콘텐츠 준비 서포트, 내부 교육 자료 준비 등을 맡아서 하고 있고,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업무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콘텐츠 업무를 통해서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이해와 함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서비스 모델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인턴 또는 짧은 계약직 경력을 갖고 있는 경우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 언급할 때 자신감이 떨어지는 표현을 많이 한다. 꼭 그렇게 쓰려고 한 것이 아닌데도 단독 업무보다는 다른 팀원들의 업무를 돕는 업무가 많다 보니 ‘서포트’, ‘준비’, ‘공부’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 누구 업무를 도왔고,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게 준비했고, 그러면서 회사 생활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는 식이다.
하지 않은 일을 억지로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본인의 가치의 100%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간단하게 한 가지만 추가하면 된다. 바로 ‘성과’이다. 자신이 어떤 업무를 했고, 일처리를 어떤 방식으로 해서, 어떤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식으로만 풀어내도 전혀 다른 자소서가 된다. 물론 혼자 이뤄낸 성과가 아니란 것을 안다. 하지만 본인도 분명히 그 성과에 한몫을 담당했다.
“현재 브런치 플랫폼 팀에서 PM 인턴으로 6개월째 근무 중입니다. 크게는 경쟁 서비스 조사, 콘텐츠 개발 및 플랫폼 활용, 그리고 내부 교육 자료 개발, 세 가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콘텐츠 개발 업무과 이와 관련한 플랫폼 리서치가 메인 업무였습니다. 마침 인턴 시작부터 콘텐츠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초기 구상부터 마지막 서비스 론칭까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준비했던 플랫폼 리서치 결과가 반영되어 초기 사용자 대상 서베이 결과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의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다섯, 긴 문장은 앞의 내용을 헷갈리게 만든다
한 문장이 두 줄을 넘어서 세 줄로 넘어가면 안 된다. 꼭 세 줄까지 길게 늘여서 표현해야 하는 문장은 없다. 긴 문장의 가장 큰 문제는 해당 문장 이전의 내용을 잊게 만든다는 것이다. 좋은 내용으로 흐름을 잘 끌고 왔는데 갑자기 긴 문장이 나오면 그 문장을 이해하는 데 힘을 쓰게 만들어 앞의 좋은 내용의 효과가 떨어진다. 문장이 길다 싶으면 무조건 둘로 쪼개자. 다음은 내가 업데이트하고 있는 자소서 내용 중 일부이다.
“회사가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든, 개척하고자 하는 시장이든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 돈의 흐름, 이해관계, 최신 트렌드를 분석하여 시장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전략과 중장기 전사 전략을 수립해왔습니다. 시장분석하는 것이 단지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작은 부분이라도 기존의 전략이나 조직 운영에 있어 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두 줄을 훨씬 넘기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둬도 괜찮을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이 바꿔 보면 어떨까?
“회사가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든, 개척하고자 하는 시장이든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 돈의 흐름, 이해관계, 최신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시장의 큰 그림을 그리고 사업 전략과 중장기 전사 전략을 수립해왔습니다. 시장분석하는 것이 단지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작은 부분이라도 기존의 전략이나 조직 운영에 있어 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신 접종이 서서히 이뤄지면서 채용 시장, 이직 시장에도 봄날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여러 기업들은 그때를 대비해서 인재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한방도 준비하고, 치명적인 한방도 피해서 봄날을 마음껏 누려보자.
Mark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