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인스스’에 올렸어?”
기성세대에겐 사뭇 낯선 이 줄임말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의미합니다. 인스타그램이 지난 2016년 론칭한 기능으로, 15초 이내의 영상과 이미지를 타래처럼 묶어 게재하는 방식인데요. 게재 후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될 뿐 아니라 누가 게시물을 조회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상대의 게시물을 누르면 바로 1대1 다이렉트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요.
스토리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페이스북, 유튜브는 물론이고 국내 메신저 플랫폼 라인이나 해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도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리 기능을 접목해왔습니다. 스토리의 모태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냅챗(Snapchat)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런데 왜 지금의 MZ세대는 하필 ‘인스스’에 열광할까요? 인스타그램이 보유한 인프라를 무시할 수 없지만, 여기엔 아주 간단한 원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스타그램 스토리 하세요. 숏폼 마케팅에 발을 딛고자 하는 브랜드에게 가장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연습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WHY INSTAGRAM STORIES
세로로 짧다 그리고 개인적이다
여러분이 한 콘텐츠에 집중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한 번에 8초에서 12초가량의 집중력을 보인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짧은 것 같지만, 스마트폰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우린 업무를 하거나, 이동하거나 혹은 집에서 영화나 TV를 시청하면서 틈날 때마다 콘텐츠를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는 모바일 미디어에 적합한 양식입니다. 게다가 화면을 돌릴 필요 없는 9:16의 세로형 콘텐츠는 소구력이 높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다음 질문 범위를 인스타그램으로 좁혀볼게요. 여러분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셜 미디어는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정의에 기반합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모든 사용자를 연결하는 환경이죠. 그럼 전 세계인을 친구로 사귀고 싶으세요? 아마 아닐 겁니다. 국내 사용자는 개인의 취향이나 프라이버시를 표현하는 도구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특정 친구들에겐 공유하고 싶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 전에 게시물을 숨기거나 지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스토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부담이 훨씬 줄겠죠.
여기까지 보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사용자가 공개된 공간에 구축한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때문에 솔직한 자기 표현과 친밀한 관계 형성이 가능하죠. 이는 브랜드와 소비자라는 상업적 관계에도 적용됩니다. 잘나가는 브랜드 인스타그램에는 언제나 스토리 업로드를 알리는 핑크빛 띠가 둘러져 있잖아요.
HOW INSTAGRAM STORIES
이건 구두가 아니라 마놀로 블라닉이야
– 영감을 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 캐리는 자신의 구두를 절대 ‘용도’로 가리키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냥 구두가 아니라) 마놀로 블라닉”이라고 말해요. 제품의 본질보다 그것이 향유하는 가치와 감수성, ‘아이덴티티’에 집중하는 소비자인 거죠. 패션뿐 아니라 인테리어나 뷰티 등 트렌드에 민감한 업계일수록 이러한 소비 경향은 뚜렷합니다. 디지털라이제이션 시대,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샤넬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공식 서체인 ‘ABChanel COUTURE’를 사용합니다. 로고 알파벳을 기본으로 한 이 서체는 샤넬이 자신의 역사와 색깔을 드러내는 방식인데요. 수백 년간 오프라인 매장에서 공유한 문화를 온라인에 옮겨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래 주력 소비층이 될 MZ세대에게 샤넬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한 셈이죠.
국내에서는 W컨셉, 오늘의집과 같은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활용하는 방식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이들의 스토리는 디지털 카탈로그 같습니다. 해당 업종에 관심 있거나 특정 브랜드의 팬인 사용자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시청하게끔 유도하는 거죠. 이는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을 알고 싶으면 OO에 들어가 면 된다’는 회로로 연결됩니다.
단단한 돌에 구멍을 내는 것은 조금씩 꾸준히 떨어지는 빗방울입니다. 사용자의 인식을 바꾸는 건 매일 몇 초간 꾸준히 시청하는 단건의 스토리 게시물일 수 있습니다.
백 번 듣는 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 직관적이고 분명한 메시지 전달
러쉬는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일회용 대신 업사이클링 포장재를 사용합니다. 환경에 대한 뚝심과 마이너리티를 포용하는 철학. MZ세대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인스타 갬성’에 특화된 브랜드죠. 이는 이들이 스토리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빛을 발합니다.
러쉬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프로필 상단에는 하이라이트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신제품, 이벤트, 캠페인, 온라인 굿즈 등 주제별로 각각의 특성이 담긴 스토리 게시물이 담겨 있습니다. 공통점은 하나. 직관적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이탈을 막고 완주율을 높이고 있다는 거죠.
가령 ‘BATH’를 주제로 한 하이라이트에는 입욕제 제품이 형형색색으로 물에 녹아내리는 모습이 재생됩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10여 초의 영상을 완주합니다. 그리고 원재료의 특성이나 제품에 대한 설명 없이도 러쉬 코리아의 메시지를 단박에 이해하죠. 하단의 더보기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랜딩 페이지로 연결되거든요.
백문이 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 눈르가즘으로 무장한 숏폼 콘텐츠의 제한 시간은 다름 아닌 골든타임입니다.
남는 피드와 사라지는 스토리는 다르다
– 심리적 장벽이 낮아서 가능한 참여와 공유
2021년 인스타그램을 뒤흔들었던 스토리 이벤트가 있습니다. 가구 브랜드 라인하프(@linehalf_)가 처음 시작한 이벤트로, 원 스토리 게시물을 캡처해 공유하고 해당 브랜드를 태그하는 형식입니다. 24시간만 노출됐음에도 14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계정 팔로워는 1500명대에서 3만 8000여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라인하프의 성공으로 인테리어,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달 여간 비슷한 스토리 이벤트가 양산됐고요.
콘텐츠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게시물을 올려야 하는 이벤트보다는 스토리를 공유하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비단 이벤트만이 아니라 구매 인증, 제품 후기 등의 UGC 생산과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 피드에 광고성 게시글을 남기긴 싫지만, 스토리는 어차피 사라지니까
- 지금 이 제품이 괜찮거나 재밌다고 느끼면 바로 찍고 공유할 수 있어서
- 스토리에는 요즘 핫한 제품에 대한 의견 표현이 자유롭기 때문에
보시다시피 스토리는 콘텐츠 공유가 매우 간단하고 부담이 없기 때문에 잠재 소비자의 진입이 쉽습니다. 그럼, 기존 소비자는? 브랜드에 다이렉트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견을 전할 수 있으니 로열티가 높아지겠죠. 사용자와 브랜드가 서로를 태그하고 각자의 게시물을 리포스트하는 방식으로 유대감을 쌓을 수 있고요. 조직이 아니라 하나의 페르소나로 기능하기에 거리는 한층 가까워집니다.
어쨌거나 이는 자발적인 참여를 낳고, 곧 한계 없는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브랜드의 인지도를 제고하고 대세감을 형성하는 것.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SUMMARY 한 번에 알아가기
The SMC Group 공식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