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부터 쓰세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그건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나를 찾아와서 묻는다.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바꾸는 것은 나의 일부분일 뿐이고, 바꿔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없다. 막연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성장과 계발 등이 난무할 뿐이다. 그렇게 막막함 속에 유일하게 스스로를 붙잡아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일이 바로 ‘글쓰기’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핑계를 들어 글 쓰는 걸 주저하거나 망설이고, 또한 미룬다. 마치 운동하겠다고 결심하고 헬스장 등록을 한 뒤 오래도록 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코치님,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나는 코치다. 직장인을 만나면 커리어 코치, 대표를 만나면 비즈니스 코치다. 코치는 코칭을 받는 이가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도록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옆에서 함께 뛰어주는 일을 한다. 가장 가까운 동반자이자 파트너로서 각자가 바라는 무언가의 성공적인 모습을 이루는 데 여러 방법으로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
나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성장 및 발전시키는 데‘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거나 계획된 이직을 꿈꾼다. 하지만, 관심의 크기만큼 실천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관심의 영역이 너무나 넓고 방대하여 자신의 기대만큼 하지 못해 불만을 갖고 있거나, 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 기왕 하는 건데 당장의 효과를 보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얻고 싶어 본질로부터 벗어난 이들 등 다양하다.
그들 모두 의지는 출중하다. 하지만, 무엇이 가장 기본이 되는지를 잊고 있다. 그리고 그 기본을 꾸준히 갈고닦아야 하는데, 그러길 원하지 않는다. 대부분 몸값을 높이기 위한 가장 말초적이고 단기적 조치만을 기대한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가장 쉽지만 어려운 일이 ‘무엇이든지 꾸준히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일’이다.
그런 일 중에 가장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글쓰기’다. 어떤 글이든 상관없다. 지금 내가 쓰는 글처럼 자신의 생각을 덤덤히 담는 것도 좋고, 직무상 전문 분야의 여러 지식과 경험을 짜임새 있게 정리한 글도 좋다. 심지어 일기 또는 수필과 같은 것도 도움이 된다. 글쓰기가 곧 ‘나 자신과의 대화이자 내 생각을 바깥으로 꺼내어 객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오래도록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습관’을 갖게 되면, 더 나아가 분야에 관계없이 더욱 다양한 글을 쓰도록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감과 자존감은 어느 누구에게 견주지 못할 정도로 올라가 있다. 이건 나 스스로를 통해, 그동안 코칭한 많은 이들이 보여준 모습과 반응으로부터 알 수 있었다.
코치님,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떤 글을 써야 할까요?
사실 가장 바보 같은 질문이다. ‘어떤 글’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장르, 소재 또는 주제 등을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질문의 의도는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에둘러 묻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과연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가르는 기준이 있을까.
– 좋은 글은 술술 읽히는 글이다.
– 반대로 나쁜 글은 읽기 어려운 글이다.
단순하게 보면 위와 같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그 상대는 상대(相對)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상대적(相對的)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글을 읽는 주체가 누구이고, 그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떤 형식과 내용, 표현 등으로 전달하려고 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좋은 글과 나쁜 글은 결국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글을 주로 읽어야 하거나, 읽었으면 하는 독자가 판단해주는 것이다. 당연히 그들 각자의 판단은 상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모두를 이해 및 설득(납득)’하기 위해 썼다고 해도, 그들의 모든 입장을 글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법은 하나 뿐이다. ‘많이 그리고 자주 쓰는 것’이다. 그리고 쓰는 것뿐 아니라 그 글을 전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글의 내용, 형식 등을 다양하게 만들려고 하고, 심지어 직접 그 글을 퍼 나르는 것이다. 결국 여러 갈래와 방향으로 다양한 시도가 뒷받침되는 수밖에 없다. 그럼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생기고, 그들의 노력(?)에 의해 나는 계속해서 여러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적어도 그들의 눈치를 봐서라도 말이다. 결국, 얼마나 쉬지 않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코치님, 어떤 종류의 글을 쓰는 것이 좋을까요?
글을 쓰기로 결심은 했지만, 역시나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쓰게 될 글에 내가 얻고자 하는 이미지, 되고자 하는 모습 등을 담아내어야 한다.
– 내가 전문가인척(?) 보이고 싶으면 일하는 분야에 대해,
– 삶에 대한 기록과 관조적 입장을 보이고 싶으면 올바른 삶에 대해,
– “난 이렇게 살며 행복을 얻습니다”라고 하면 내 삶의 행복에 대해 덤덤하게 일상적인 내용을 말하면 그만이다. 그 모든 게 글쓰기 좋은 소재이고, 절대 같거나 비슷한 글이 나올 수 없다. 그냥 각자의 글이 나올 뿐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글의 테마는 다음과 같다.
– (1) 커리어(비즈니스, 직무 전문성 포함)에 대하여
– (2) 내 삶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하여
– (3) 내가 즐기는 것과 행복에 대하여
– (4) 정치, 경제, 사회 등에 대하여
(1) 커리어는 주로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여주고 싶거나,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몸값(가치)을 높이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접근이다. 전 분야에 걸쳐 자신이 얼마 동안 일을 해봤든 간에 관계없다. 꼭 해본 일에 대해서만 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경험 및 공부한 모든 것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 대신에, 내 글의 논리적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 외에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오히려 무신경하게 감정 없이 쓸 수 있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감추기도 좋다.
(2) 내 삶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것은 삶을 보다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무엇이 내가 지향하는 삶인지에 대한 자신의 반성이 묻어있다. 일종의 ‘성인용 일기’라고 보면 된다. 흠모하거나 닮고 싶은 사람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망하여 글을 쓰거나, 그걸 내 삶에 견주어봐도 좋다. 어쨌든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보다 구체화하기 좋은 접근이다. 대신에 단순히 반성 또는 자책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반성과 자책이 ‘나 스스로를 객관화한다는 명분’으로 대부분 자기 폄하 등으로 발전되어 자존감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내가 즐기는 것과 행복은 ‘순수하게 내 삶의 요즘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종의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후기 같은 것을 말한다. 물론, 간혹 영혼 없이 쓰인 글들도 많이 본다. 하지만, 그것도 엄연한 글이다. 그 안에서 그 사람이 경험한 것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한다.
(4) 정치, 경제, 사회 등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공부한 바를 바탕으로 앞으로 펼쳐질 여러 상황 등을 예측하거나, 이것이 문제라고 보면 어떻게 대응 및 대처할지도 생각하여 글로 정리해보는 것이다. 단 어떤 이슈를 좇거나, 그 이슈에 맞춰 특정한 누군가의 입맛(?)에 맞도록 쓰지 않도록 한다. 그랬다가 자칫 흑화할 수 있다. 어쨌든 남의 생각을 흉내 내는 글이라고 해도, 그런 성격과 내용의 글을 쓰게 되면 남의 생각이 자칫 내 생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기술적인 부분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걸 알고 싶지도 않다. 현재는 맞춤법이 틀리지는 않는지, 문장이 너무나 길어 앞에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든지 등의 크고 작은 실수 등에 대해 조심하면 된다. 그걸 의식하여 글을 못쓰겠다고 하는 것은 마치 “헬스장 가서 운동해야 하는데, 헬스장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운동을 못하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곧 새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빠르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과 동시에 글쓰기 습관을 갖는 것’이 될 것이다. 그걸로 수시로 나와의 대화를 나누며,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넓혀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가장 효과적이고, 디지털 시대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자기 계발의 방법이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