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문제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그 특성상 사장과 일부 능력이 뛰어난 직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사장이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 또는 핵심 직원이 이직을 할 경우 회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업 초창기 사장은 회사의 모든 분야에 관여합니다. 하지만 사장도 사람인 이상 언제까지 모든 분야를 관장할 수 없기에 각 분야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그에 반해 현실은 늘 급한 일에 쫓기고 대처하느라 바쁩니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은 단 기간에 성과를 내며 회사에 기여하나, 그 역할이 커질수록 사장이 감당하기 점점 어려워집니다. 본인도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기에 개인적인 요구 사항이 커지거나, 외부의 스카우트 유혹에 고민하게 됩니다. 사장으로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죠.
회사의 모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특정 직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규정과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고 업무를 표준화해서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은 알지만 사장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 ‘누가 회사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 시스템은 회사의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향후 발전 단계를 고려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만드는 것이 정답입니다. 회사 업무 특성과 프로세스 전반을 이해하고 특정인(팀)과 이해관계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알더라도 전문가를 구하기는 쉽지 않죠. 그럼 누가 회사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까요?
첫 번째 대상은 사장이나 내부 직원입니다. 회사 내에서는 위의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 바로 ‘사장‘이긴 합니다. 하지만 사장도 영업이나 기술 분야에 대해서만 전문이거나 관련 경험이 많을 뿐입니다. 시스템 구축이나 운용 경험이 없죠. 내부 직원들도 개발이나 영업 파트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다 보니 이 분야 경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째로 중견 기업이나 대기업 인력을 영입해서 만드는 경우입니다. 이때 대체로 임원급으로 영입을 하게 되죠. 문제는 그곳에서 근무한 사람들은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운용, 이용한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운용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에 비해 처한 상황이나 현실이 많이 다릅니다. 새로 온 임원이 전 직장에서 경험했던 시스템을 무작정 이식하려 하면 엄청난 내부 반발과 업무 프로세스 상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패하면 임원 영입에 대한 대가도 치러야 하죠.
마지막으로 외부 컨설팅을 받는 방법입니다. 전문가인 경영컨설턴트들은 회사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줄 수 있을까요? 다양한 중소기업을 컨설팅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고 맞춤형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컨설턴트가 계속 회사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부담입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내부에서 실행할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컨설팅은 정해진 기간 내에 기업을 진단하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해법에 대한 최종 결정과 실행 및 후속 조치는 모두 회사의 몫인 것이죠.
누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중소기업은 자체 인력의 경험 부족과 외부 인력 영입, 컨설팅에 대한 부담감이 현실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시스템 구축 시 다음과 같이 시행하는 몇 가지 방안을 추천합니다.
첫째,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장이 주관하여 관리팀장과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사장 본인의 신념에 근거하여 회사 운영의 목표와 원칙을 개략적으로 만듭니다. 그 후 작업 절차는 관리팀장이나 인사담당자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관리나 인사 파트에 맡기는 이유는 회사의 규정이나 제도 대부분이 상법, 근로기준법 등의 법, 그리고 인사와 급여에 많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시스템 구축 경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입니다. 한두 곳이 아닌 여러 회사를 경험했고, 단계별 개선 경험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이런 사람은 규정, 제도 구축뿐 아니라 인사 및 영업 체계, 업무 프로세스, 정보 시스템 등 다양한 회사 운영 제도 구축 경험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채용하여 구축 업무를 맡기더라도 구축 후에는 전체적인 조율만 하고 운용 권한은 기능별로 분산해야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합니다.
세 번째는 컨설턴트를 통해 기업 진단을 받은 후, 회사의 특성이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임원(또는 직원)과 공동으로 구축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 경우 전적으로 컨설턴트에게 의지해서는 곤란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컨설턴트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 이후 실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부에서 역량을 키워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축 기간 동안 최대한 배워야 하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사장의 의지 그리고 직원들의 공감
어떤 방법을 취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 구축에 대한 사장의 실행 의지와 이해입니다. 실제로 실행 의지도 부족하고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한 사장들이 많습니다. 그냥 지시만 해서 만들어 놓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착각하는 것이죠. 이런 생각은 시스템 구축이 형식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고 정착되기도 어렵습니다. 일이 끝나면 잘 꾸며진 보고서만 받아 보거나 제 값 못하는 비싼 프로그램만 보유할 뿐입니다.
시스템을 만들어 적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직원들에게 교육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사장이나 경영진이 직접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강력한 실행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직원들이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설명은 한 번으로 그치지 말고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익숙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