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않는 마케팅 #01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문장을 약간 바꿔 보자.
“안 되는 사업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안 되지만 잘 되는 사업은 저마다의 이유로 잘 된다.”
안 되는 사업의 공통점을 한 가지 꼽으라면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 ‘돈이 없어서’ 망한다. 약간 풀어서 말하자면 ‘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서’ 망한다. 이유는 대개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서‘이고,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서‘이다. 원인은 대개 ‘마케팅의 실패’다. 그렇다면 마케팅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케팅이 실패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불행의 이유가 제각각이듯이.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다. 마케팅의 실패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마케팅이란 잘 알리는 일, 그것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그러므로 마케팅이 실패하는 이유도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최대한 단순화하여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또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다. 사업의 본질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마케팅의 본질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시작하여, 사업의 핵심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마케팅의 실패를 최대한 단순화하면, 그것은 곧 가치 제안의 실패이다. 가치 제안이 실패하는 다양한 사례와 성공하는 다양한 사례를 둘러볼 때, 우리는 실패하지 않는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성공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는 마케팅’이다. 실패를 피하는 것. 여기에 성장의 실마리가 있다. 실패를 피하고, 더 나아가 성장을 도모하는 것. 성장의 반복과 지속은 성공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번 콘텐츠 시리즈에서 다음 세 가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첫 번째, 고객 중심의 가치 제안.
두 번째,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메시지 고안.
세 번째, 지속할 수 있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선순환.
이 세 가지는 이 세 단계에 활용된다. 모객, 접객, 사후 관리. 이것은 마케팅의 여러 단계를 최대한 단순하게 쪼갠 것이다. 우리는 이 시대의 변화한 산업의 형태와 마케팅 상황을 파악하고, 이러한 배경에서 성장하는 마케팅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 마케팅과 현대적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구분하되, 마케팅이라는 행위 자체가 가지는 본질적 가치에 대해서는 수 차례 되짚고 상기할 것이다.
마케팅은 고객, 제품(서비스), 메시지, 채널의 4개 요소를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이다. 즉 제품과 서비스 기획, 개발도 마케팅의 일부다. 이 점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품과 서비스의 기획과 개발의 방식, 그리고 채널이 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론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인터넷 마케팅이 등장한 초기에는 단순히 새로운 마케팅 매체가 추가된 것으로 보는 관점이 존재했고, BTL(Below The Line) 매체 중 하나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신규 매체의 영향력이 급증함에 따라 디지털 매체를 TV, 신문, 라디오, 잡지와 더불어 ATL(Above The Line) 매체로 분류하는 관점이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는 기존의 ATL/BTL로 분류되는 전통적 마케팅 매체와 굉장히 다른 특성을 지닌다. 앞서 언급했듯 고객에게 메시지를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이 완전히 바뀌었다. 또한, 성과를 측정하고 분석하고 개선하여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용이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시지의 생산자 역할과 주도권이 기업과 브랜드에서 고객으로 영원히 바뀌었다. 이것은 인터넷의 보편화 이후 시간이 더 흘러 발생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편화, 모바일 앱 생태계의 태동과 성장, 소셜 미디어의 확산과 연관이 있다. 우리는 기존 생산자와 소비자의 주도권이 완전히 뒤바뀐, 가히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이 변화에 쐐기를 박은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코로나 팬데믹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고객 중심의 마케팅 기법을 극대화한 맞춤형 마케팅인, 개인화 마케팅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개인화 마케팅의 시대가 도래했다. 앞으로는 이것이 보편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디지털 매체에서 개인화 마케팅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더 자세히 논하도록 하겠다.
이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고객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 전술적으로가 아닌, 전략적으로. 사업의 성패는 고객이, 시장이 결정한다. 마케팅의 성패 또한 고객이, 시장이 결정한다. 아무리 많은 마케팅 예산이 있더라도 이 점을 무시하면 마케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마케팅도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대중은 우리의 마케팅 대상이 아니다. 고객 개개인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안해내지 못하면 마케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마케팅이라는 행위에 대해 재정의하자.
고객에게 공감하고 고객을 섬기는 새로운 방법,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고객에게 전하고 영향을 미치는 법,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법, 이 모든 문제의 나침반이 향하는 방향은 ‘고객’이다. 마케팅은 더 이상 크게 소리치거나 속이거나 강요하는 일이 아니며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고객을 섬기기 위한 기회이자, 이를 통해 더 나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
세스 고딘의 <마케팅이다>(쌤앤파커스, 2019)를 읽어 보라. 나는 이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의 글을 일부 옮긴다.
“지금까지 기업이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사용했던 가장 효과적이면서 간단한 방법은 바로 광고를 하는 것이었다. 광고는 효과가 있었다. 돈값을 했다. 게다가 만드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광고는 당신(또는 당신의 브랜드)을 조금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돈만 있으면 한 번에 많은 광고를 살 수 있었고, 돈을 쓴 만큼 매출이 올랐다. 광고는 분명 믿을 만했다. 그러니 마케터들이 광고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만도 했다. 내가 살아온 기간 동안 마케팅은 곧 광고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세스 고딘은 또한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을 봐야 하고, 긴장을 창출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동류 집단과 발맞추며, 확산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부지런히 노력해서 시장을 따르고, 시장과 협력해야 한다고.
우리는 진정한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실패하지 않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 실패를 최소화하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갖춰야 할 관점과 이러한 관점을 갖춰야만 할 시대적 흐름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 마케팅의 새로운 길에 들어선 걸 환영한다.
이재인(앰비션플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