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여성 창업가 인터뷰 – 빌리지베이비 이정윤 대표 1편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은 아이를 키우면서 창업까지 한 여성들의 이야기, <워킹맘 여성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빌리지베이비’의 이정윤 대표님입니다.
합계 출산율 1명 미만의 시대. 한국에서는 유독 아이를 가진 엄마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꼼짝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런 시대에 임신/출산 관련 앱이 힙하기를 바라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이 모든 편견과 상황을 깬 분을 만나 보았습니다. 임신, 출산에 관한 서비스를 시작하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회사, 최근 투자까지 유치한 베이비빌리의 이정윤 대표님입니다. 여자, 아이, 엄마를 둘러싼 다양한 편견을 없애 나가는, 열정적인 이정윤 대표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Part 1. 여자라서, 거침없이.
“되게 똑똑한 사람도 바보가 되더라고요.”
Q. 안녕하세요 이정윤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수별로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앱, ‘베이비빌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이정윤입니다.
빌리지베이비는 지난 2018년 11월에 설립된 회사예요. ‘월간임신’이라고 아기 개월에 맞춰 엄마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초기에는 입덧부터 후기에는 부종 케어까지, 주제에 맞게 담아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먼저 했었어요.
그러다 이제 ‘우리가 과연 엄마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없애주고 있는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좀 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작년 7월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든 엄마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플랫폼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베이비빌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12만 명 정도 되는 부모님들이 사랑해주고 계셔요.
*페인 포인트: 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Q. 빌리지베이비(사명)는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세요.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baby)’라는 영어 문장에서 ‘빌리지’와 ‘베이비’를 따와서 지었어요. 그리고 저희 앱 이름을 지을 때는 귀여운 캐릭터 이름을 따서 짓고 싶었거든요. 바로 ‘빌리’예요. 이름이 너무 아들 이름 혹은 딸 이름 같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중성적인 이름으로 지은 건데, ‘빌리’라고만 하니까 약간 대출 서비스 같은 거예요. 그래서 ‘베이비빌리’라고 짓게 되었고, 서비스 이름이 되었죠. 많이 헷갈리세요. ‘빌리지베이비’는 회사 이름이고요, ‘베이비빌리’는 앱, 서비스 이름입니다.
Q. 글로벌 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하시다가 창업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그때도 이런 서비스를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왜 하필이면 임신/출산과 관련된 서비스였는지, 그리고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창업하기 전에는 경영 컨설팅 회사에 다녔어요. 기업 실사(due diligence)라고 해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인수하려는 고객들한테 이 시장이 클 것 같으니까 사세요, 하는 거예요. 저희한테 올라온 거래까지 보면 보통 기업가치 1천억 이상이었는데, 그런 기업들도 시작은 항상 되게 미약했어요. 그렇게 작은 기업들이 전국적인 체인이 되는 사례들을 보니까 가슴이 뜨거워지는 거예요.
컨설팅의 장점은 짧은 시간에 여러 산업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는 있지만, 깊이 있게 나만의 브랜드를 사랑받는 것으로 키워나가고 만드는 건 못 하거든요. 그러다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관심 있었던 영역들은 펫(pet), 여성,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요. ‘당장 내가 이 시장에서 어떤 걸 바꿔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뭘 해결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주변 언니들이 임신, 출산하는 걸 보며 출산/육아 시장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어떤 부분을 특히 바꾸고 싶으셨나요?
제가 창업을 시작한 때가 28살이었어요. 주변 친구, 언니들이 임신, 출산하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되게 똑똑한 사람들도 바보가 되는 거예요. 임신, 출산 관련 앱이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거나, 아기 캐릭터가 있는 앱은 있는데 막상 쓸려고 하면 앱 내에서 광고로 운영되는 게 많다 보니 아기를 클릭하면 전면 광고가 나와서 불편하고, 해외 앱이 통째로 번역되어서 읽다 보면 부자연스럽고, 콘텐츠 자체가 한국 엄마들이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아닌 거예요. 복숭아 먹지 마라, 수박 먹지 마라, 한국만의 속설에 대응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앱도 없는 상태였고요.
‘도대체 왜 이런 앱 밖에 없을까?’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특히 UX/UI 부분에서 방치된 시장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저희는 요즘 세대(흔히 말하는 MZ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앱들 만큼 쉽고 깔끔해 보이는 UX/UI를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저희만의 약속을 하고 있기도 해요.
저희 앱은 신규 사용자들이 한 달에 1만 명 넘게 들어오고 있고, 대부분 임신 극초기에 어플에 가입해서 리텐션(retention)*이 높게 이어지는 편이에요. 딱히 앱 광고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성장한 걸 보면, 저희가 생각했듯 비어 있던 시장이었던 거죠. 그리고 아기 캐릭터 ‘빌리’에 애착을 많이 두시는 편이세요. 빌리가 말을 걸거든요. 그걸 저장하고 공유하시면서, 베이비빌리 자체를 임신 일기처럼 활용하는 게 트렌드가 되었어요. 다른 엄마들은 12주에 어땠지? 하면서 블로그 같은 것들을 구경하고, 찾아보시기도 하고, 그러다가 공유된 빌리와 베이비빌리의 콘텐츠를 보시고 ‘근데 이 앱 뭐야?’하고 다운로드하는 게 지금까지도 가장 흔한 유입 경로예요.
*리텐션: retention, 재방문율
Q. 사실 임신이라고 하면 너무 막막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빌리지베이비에는 ‘재미난’, 그리고 ‘유쾌함’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인도 굉장히 예쁘고요! 의도적으로 노력하시나요?
MZ세대를 관통하는 철학을 하나 꼽자면, 저는 ‘유쾌함’인 것 같아요. ‘FUN’. MZ세대는 재미없으면 안 움직이잖아요. 환경보호도 재미있고 힙하게 하고요. 그래서 저희도 늘 생각해요. 임신/출산이라고 해서 꼭 한없이 따뜻해야만 하나?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되게 따뜻한 서비스, 임신/출산을 케어하는 서비스잖아요. 따뜻한 회사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희는 아주 재밌고 짓궂어요.
저희는 콘텐츠 쓸 때도 적절한 짤(meme)을 쓰는 걸 좋아해요. 너무 위험만 강조하는 콘텐츠는 싫어요. 과학적으로 설명은 하되, 유쾌한 지점을 남겨두는 거죠. 임산부 부종 콘텐츠를 쓸 때, 저염식 다이어트 관련 내용을 쓰고 ‘저염!’ 짤을 넣는 식이에요. 웃으면서 넣고, 앱 개발하고 그래요. 그게 재미있어서 엄마들이 계속 써주시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우리도 재밌어하면서 만들고, 또 재밌게 봐주시면 좋잖아요. 코드는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짤을 너무 많이 쓰고 재미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조금 자제하고 있기도 해요.
Q. 사용자로부터 받았던 피드백 중에 좋았거나 뿌듯했던 것이 있을까요?
저희 회사에 지원하신 분 중에서, 임신 중에 빌리를 너무 잘 쓰셨던 분이 계셨는데, 아기와 생각보다 빨리 헤어지게 되면서 빌리를 더는 못 쓰시는 게 아쉬웠대요. 빌리를 지워야 하나, 계정 초기화를 해야 하나, 빌리에 임신 준비 단계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어서 고민하시다가 결국엔 그냥 내가 이 회사 가자 이런 생각을 하셔서 지원하셨대요. 그래서 이제 임신 준비 단계도 같이 기획해서 앱 자체를 확장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도 뿌듯했어요. 우리가 진짜 든든하다 못해 헤어지기 싫은 존재구나, 좋기도 하고,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Part. 2. 엄마라서, 거침없이.
“패닉이 적었던 이유는 ‘많이 알아서’ 예요.”
Q.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몇 년 차, 대표로서는 몇 년 차인가요?
대표는 3년 됐고, 이제 4년 차고요, 아기는 이제 6개월이에요. 엄마는 6개월 차네요. 회사가 좀 더 힘든 것 같아요. 아기는 지금 당장 어려운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Q. 대표님도 임신하시고 출산 이후에 베이비빌리를 사용하셨죠? 사용 후기가 궁금해요. 사용하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베이비빌리 덕분이라고 말해야겠죠?(웃음) 임신은 쉬웠어요. 기본적으로 건강하고, 임신/출산하고 출산 호흡 이런 것도 많이 알고 갔어요. 제가 주 양육자처럼 키우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패닉이 적어서 쉬웠던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많이 알기 때문이었고요.
많은 임신 출산 정보들이 두려움을 자극하도록 설계 되어있어요. 뭐 하면 안 될 것 같고, 뭐하면 아이가 평생 잘못될 것 같고. 이런 두려움과 불안함을 기반으로 마케팅과 세일즈(sales)를 하고 있죠. 그게 싫었고, 치사했고, ‘저렇게 모객은 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필연적으로 콘텐츠를 준비할 때 자연스럽게 많이 알게 되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임신 출산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 이것 때문에 일어난 일이네’, ‘이건 이런 것 때문이네,’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쉬웠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희가 저희를 소개할 때 ‘엄빠의 삶을 편하게 만드는 베이비빌리’라고 하거든요. 정확한 정보를 드려서 편안하게 해드리고 있다고 자부해요. 많이 아는 것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Q. 베이비빌리와 아기가 같이 크는 거잖아요, 둘에게 바라는 게 있을까요?
어렵네요. 아기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고요, (고민) 회사도 그렇네요. 둘 다 살아만 있어다오… (웃음)
저희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했어요. 성장통이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잘 헤쳐 나가고 싶다는 고민이 있어요. 회사도, 아이도, ‘키워나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의 고민이 늘 있는 것 같아요. 그냥 키우는 거 말고 잘 키울까 하는 고민이요.
Q. 아이 키우면서 일을 하는 분들의 마음에 늘 있는 건 죄책감 같아요. 죄책감 갖지 말라고 조언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잖아요. 대표님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주말에는 아기 돌보면서 일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때는 회사 일은 회사 일대로 잘 안 되고, 아기는 저기 뒤에서 콧물 흘리면서 울고 있는 걸 보면 애한테도 또 정말 미안하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남자들은 이런 생각 안 할텐데, 하면서 그 죄책감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지구 상에 어떤 남자가 일하다가 자식을 보면서 ‘내가 쟤를 위해서 회사 그만두는 게 맞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겠어요. 이미 의학적으로 아기는 3살까지 엄마가 키울 필요가 없다는 게 검증됐어요. 짧은 시간이라도 얼마나 잘 보내는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에요.
일 할 때는 죄책감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난 그냥 직장인이라고 생각해요.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요.
(2편에 이어서 연재 됩니다.)
계속 앞으로, 더 앞으로 편견을 부수고 나아가는 거침없는 에너지를 가진 이정윤 대표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대표님과 진행하는 인터뷰 내내 ‘이런 서비스와 함께라면 정말 더 편견 없고, 유쾌하고, 거침없는, 그런 마을을 만날 수 있게 될 것만 같다’는 생각에 무척 설렜습니다. 앞으로도 베이비빌리가 만들어 갈 마을을 기대해봅니다. 다음 인터뷰도 기대해주세요!
- 인터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스여일삶 김윤진, 윤성원 에디터 / 편집 : 구아정, 김지영
영상 촬영 및 편집 : 김수빈
해당 콘텐츠는 스여일삶과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