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필수 소품 ‘LP’
여행 갈 때 꼭 챙겨야 할 ‘필름 카메라’
편의점에서 발견하면 무조건 사놔야 할 ‘곰표 맥주’
몇 년 전부터 트렌드로 여겨졌던 레트로는 지금까지도 순항 중입니다. 한 철이라고 여겼지만 메가 트렌드로 자리했죠. 이는 비단 제품에만 적용되는 성공 코드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채널이 늘어나자 동시에 레트로의 색을 입은 콘텐츠도 꾸준히 흥행하고 있어요. 가령 2014년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90년대 가수들을 다시 TV로 복귀시키고, 2021년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문명특급>이 ‘컴눈명’(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으로 2010년대 가수들의 음원을 당당히 top 100 차트에 입성 시킨 것처럼요.
MZ세대는 왜 과거에 열광할까?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방영한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와 친숙한 Z세대가 많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요즘 Z세대는 <무한도전>, <거침없이 하이킥> 등 10년도 더 묵은 과거 콘텐츠들을 알고 있어요. 그 이유는 바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여러 미디어 플랫폼 덕분입니다. 물론 시청 행태는 바뀌었어요. 1시간이 넘는 전편보다는 10분 남짓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청하거나, 주요 장면을 컷과 함께 텍스트로 설명한 요약형 이미지를 감상해요. 과거 예능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만 재편집해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의 최대 조회수는 1,424만 회를 기록했고(2021년 9월 기준) 2009년에 방영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컷으로 요약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9천여 개가 넘는 댓글이 모여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과거 콘텐츠에 열광하는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평상시와 같은 하루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에요. 어렸을 적 콘텐츠를 직접 시청하며 피부로 느꼈던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고, 메타버스 속에 사는 Z세대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겁니다.
둘째, 과거 콘텐츠는 오히려 새로운 코드로 통해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은 증가하지만, 콘텐츠의 다양성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죠. 하나의 포맷이나 소재가 인기를 끌면 이를 답습하는 콘텐츠가 우후죽순 생겨나니까요. 또한 소재 선정이 까다로워지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요즘 콘텐츠에서 신선함을 느끼기 어려운데, 당시는 상대적으로 제약을 덜 받았기 때문에 모험적이고 도전적입니다.
브랜드가 ‘향수’를 이용하는 법
Point 1. 콘텐츠 오마주
지난 8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Z시리즈의 새로운 모델 출시와 함께 <프로덕션 Z>라는 유튜브 예능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실제 갤럭시를 오랫동안 애용한 유재석, 김희철, 미주 등을 출연진으로 섭외했죠. 뿐만 아니라 ‘갤럭시 찐팬’으로 불리는 일반인 유저들의 목소리를 담아 신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공모했습니다. <프로덕션 Z>의 출연진은 마케터로 활약하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했고요. MZ세대 찐팬들의 아이디어는 예상 외였습니다. 바로 갤럭시의 전신인 ‘애니콜’ 시절 CF를 오마주 하자는 것이었는데요. 이러한 아이디어는 갤럭시 Z플립3, Z폴더3의 광고 영상으로 활용됐습니다.
2003년 이효리와 이서진의 ‘캠코더폰’ 광고는 2021년 오마이걸 승희와 2PM 준호 버전 Z폴더3 광고로 리메이크되었으며, 2007년 전지현이 셔츠를 시시각각 바꿔 입으며 제품의 다양한 색상을 강조한 ‘컬러재킷폰’ 광고는 2021년 Z플립3의 여러 색을 강조한 러블리즈 미주의 버전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이는 놀랍게도 삼성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했어요. 2021년형 제품들은 오마주가 가능할 정도로 과거와 동일한 콘셉트를 가졌지만, 기능은 발전했기에 삼성의 기술력과 일관된 행보를 대변했거든요.
삼성전자가 리메이크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사람들을 시청하게 했다면, 사탕 브랜드 ’스키틀즈(Skittles)’는 반대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바로 틱톡을 활용해서요. 틱톡은 그 시절 광고를 패러디할 수 있는 ‘틱톡 리메이크(Re:Make) 캠페인’을 진행하며 크리에이터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판을 깔아주었습니다.
2007년, 주인공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스키틀즈로 변하는 “Skittles touch”(스키틀즈 터치) 광고가 온에어 됐습니다. 그리고 2021년, 해당 광고는 수많은 크리에이터 버전으로 ‘온-틱톡’됐죠. 유명 틱톡커 Kris HC(@kellmekris)는 자신만의 시그니처 소품인 인형 손을 활용해 터치를 재치 있게 각색했으며, 뷰티 크리에이터 charlotte Roberts(@chalottelooks)는 코스메틱 제품이 스키틀즈로 변신하는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옛 광고가 있다면, 틱톡 크리에이터와 함께 새로운 숨을 불어 넣어 주는 건 어떨까요?
Point 2. 캐릭터 IP 리뉴얼
“씽씽 다정한 내 친구 아기 자동차 씽씽이” 가사만 읊어도 멜로디를 절로 흥얼거릴 독자분들이 그려집니다. 그 시절 애니메이션 광고로 유명한 ‘씽씽이’가 올해 9월 현대자동차의 유튜브 채널로 돌아왔는데요. <돌아온 씽씽이>의 첫 에피소드의 조회수는 115만 회를 거뜬히 넘겼습니다. 현대자동차 유튜브 채널의 주(主) 구독자층은 40대 이상으로 연령대가 높았는데요. 이에 더에스엠씨그룹과 함께 잠재 고객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잠들어있던 마스코트 씽씽이를 B급 감성으로 재해석했죠.
그 결과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MZ세대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댓글에는 방영 당시 청소년이었던 기성세대부터, 종영 후에 태어난 Z세대까지 모여있죠. 당시 애니메이션을 실제로 접하지 못한 MZ세대는 <돌아온 씽씽이>에서 등장하는 소셜 미디어 밈(meme)과 세계관에 반응했습니다. 다음 화를 보기 위해 구독과 알림 설정까지 해두는 로열 오디언스도 자처하고요.
LG텔레콤(現 LG U+)의 마스코트 ‘홀맨’이 돌아왔습니다. 80byte의 문자 메시지가 아닌 인스타그램으로요. 홀맨의 컴백이 일회성으로 소모되지 않은 이유는 ‘서사’에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메신저 앱의 등장으로 존재감이 사라졌지만, 2G 감성을 잊지 말라는 스토리와 그 시절 특수문자만 남발하는 말투는 캐릭터에게 새로운 콘셉트를 부여했습니다. 2021년 9월 기준 홀맨의 인스타그램은 9만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홀짝’이라는 팬 네임이 있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Point 3. 과거 감성 활용
혹시 우리 브랜드가 리메이크할 콘텐츠가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과거의 감성을 빌려오면 되니까요. 레트로 트렌드에는 흐름이 있습니다. 8090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가 1세대라면, 레트로를 트렌드하게 재해석한 뉴트로(new+retro)가 2세대, 2000년대 초 미국 하이틴 감성을 표방하는 y2k(연도의 끝 두 자리만 인식하던 컴퓨터가 1999년에서 2000년이 되는 순간 1900년과 2000년을 혼동해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버그, 2000년을 의미)가 3세대죠. 특히 3세대인 y2k는 Z세대를 주축으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키치한 색감, 볼드한 액세서리로 패션을 표현하고 미국 하이틴 드라마에서 나올 것 같은 인테리어 소품을 구매하며,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플레이리스트를 듣죠. 이제 y2k는 Z세대 트렌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2020년 여름,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블랙핑크 제니와 콜라보하여 팝업 공간 ‘젠틀홈’을 오픈했습니다. 이곳은 제니의 어린 시절을 모티브로 삼아 하이틴 감성을 제대로 표현했죠. 방문객의 인파로 긴 시간을 대기한 후에 입장할 수 있으며, 인스타그램 내 젠틀홈 해시태그 수는 지금도 2천 여개가 넘죠. 팝업 공간의 목적은 제품 판매보다는 희소성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잠재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젠틀몬스터는 y2k 트렌드를 담은 팝업 공간을 통해 잠재 소비자에게 트렌드한 이미지를 각인했습니다.
SUMMARY 한 눈에 정리하기
이처럼 리메이크형 콘텐츠는 선례를 통해 성공이 검증된 IP나 콘셉트를 활용함으로써 브랜드의 생명력을 강화하고 연장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공감뿐만 아니라 새로운 요소를 투입해 오히려 트렌디하게 보일 수 있고요. 우리 브랜드에 먼지 쌓인 콘텐츠가 있다면, 지금 당장 꺼내주세요. MZ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치트키로 활약할 수 있으니까요.
1. MZ세대가 과거 콘텐츠에 빠졌다. 잔잔한 일상에 자극을 던져주고, 모험적인 소재 선정과 포맷으로 오히려 신선함을 느끼기 때문. 2. 브랜드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과거 광고 콘텐츠를 오마주해 익숙하지만 새롭게 선보이고, 과거 캐릭터를 리뉴얼해 브랜드 IP를 적극적으로 활용. 3. 이러한 리메이크 콘텐츠 전략은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강화할 수 있음! |
The SMC Group 공식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