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사장들 중에는 장사꾼인지 사업가인지 헷갈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분명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인데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장사꾼처럼 생각하고는 하죠. 회사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사장도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어떻게 저런 장사꾼 같은 마인드로 사업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에만 연연한다’고 생각해서 ‘장사꾼 같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장사꾼과 사업가?
그럼 장사꾼과 사업가는 무엇이 다를까요? 우리는 흔히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면 장사꾼이고 규모가 큰 회사를 운영하면 사업가라고 생각합니다. 동네나 시장에서 하면 장사꾼, 높은 빌딩에서 직원을 거느리고 결재하면 사업가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다르게는 개인사업자를 내고 하는지 법인을 설립했는지 차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장사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파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업은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라 정의합니다. 둘 다 돈을 벌기 위한 일이란 건 동일하죠.
사업의 정의를 잘 살펴보면 장사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라는 것은 사장의 경영 철학이나 사업에 대한 미션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또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란 것은 바로 ‘회사의 체계 즉 시스템’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업과 장사의 두 가지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사장의 마인드입니다. 사업은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 즉 미래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사업의 확장성도 염두에 둬야 하며 어떤 생각으로 회사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장이 매일, 매월의 매출에만 집착하면 회사 규모가 아무리 커도 장사꾼입니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직원들을 닦달하는 경우가 그러합니다. 사업 시작 후 단기간에 매출을 발생시켜 시세차익만 남기고 팔려고 하는 경우도 장사꾼에 불과합니다. 요컨대 돈만이 목적이면 장사꾼입니다. 지구를 구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름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 목표와 운영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사업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둘째는 시스템의 유무입니다.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직원들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어 있고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면 사장은 보고만 받고 관리를 잘하면 됩니다. 세세한 업무에 대해서는 자신보다 일을 잘할 직원을 뽑아서 키우고 잘 활용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장이 한두 달간 자리를 비워도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업입니다.
사장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하거나 직원들보다 잘하면 그건 장사입니다. 사장이 없으면 업무가 돌아가지 않으면 그것도 장사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개업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도 장사에 가깝습니다. 반면 다른 의사들을 고용하여 역할 분담을 시키고 자신은 경영을 한다면 사업가라고 할 수 있겠죠.
시스템을 갖춘 후에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직원들을 믿지 못하는 사장들을 볼 때가 많습니다. 직원들을 믿지 못하면 결국 사장이 다 해야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내보내고 다시 사람을 뽑더라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입니다. 신뢰를 가지고 직원들이 역량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사장의 생각 차이
사업은 장사와 달리 확장성이나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조직 관리, 직원들의 심리 이해, 공정한 배분 등 신경 쓸 것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리스크가 커 실패하면 피해가 상당합니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사장의 배포와 그릇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는 규모나 자본이 아니라 사장의 생각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사업가 마인드는 좋고, 장사꾼 마인드는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사업이든 장사든 사장의 성격, 여건, 일하는 스타일 등이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사업을 하더라도 장사꾼 마인드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일부 스타트업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나 기술이 최고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업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제 발로 찾아올 것이라 착각합니다. 장사꾼 마인드가 부족한 사장도 있습니다. 회사 영업 조직이 있다고 자신은 관리만 하려고 합니다. 실적에 대해서만 궁금하고 나무랄 뿐 본인은 직접 영업을 하려 하지 않는 것이죠.
영업에 관한 한 사장부터 장사꾼이 되어야 합니다. 장사꾼의 ‘꾼’이라는 말은 부정적 의미도 있으나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장사꾼은 팔리지 않는 물건은 팔지 않습니다. 이익이 없는 곳에도 관심이 없죠. 직원들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고객을 대할 때만큼은 장사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를 운영할 때는 사업가 마인드, 영업을 할 때는 장사꾼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