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전투
아직 창린이(창업 어린이)이지만, 창업의 과정이 쉽지 않은 이유는 작은 습관부터 큰 과제까지 끊임없이 나를 이겨내서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아무도 나한테 일하라고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창업자도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무한한 자유가 주어지면 나태해지고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나도 혼자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혀 일과 관련 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경우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나 자신을 어떻게 견제하고 개선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주니어 시절 매일 업무 일지를 작성했던 것처럼 스스로를 돌아보는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8월 중순부터 가능한 한 매일 나를 돌이켜보고, 어떻게 개선할지 써 내려가 보자는 취지로 notes for growth(이하, 성장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퇴근하기 전에 쓰는 경우도 있고, 차 안에서 클로바 노트로 녹음하는 경우도 있다. 요샌 클로바 노트를 더 자주 활용하는데, 자동으로 텍스트 변환이 되니 시간 내고 고민하면서 글을 쓸 필요가 없어 참 편하다.
그런데 한 30개 정도의 성장 노트를 써 내려가다 보니 일정 패턴이 보였다. 매일 내가 하는 고민들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어떻게 하면 나를 이길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를 위해 나는 나에 대해 이해하거나, 내 주변 환경에 대해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서 당장 사업에 별 도움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경우에는 나를 꾸짖었고, 반대로 사소하지만 스스로를 잘 통제해서 내가 목표로 하는 일들을 잘 수행했을 때에는 뿌듯하고, 감정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성장, 개선의 의미는 무엇일지 다시 한번 질문하게 되었다. 당연히 이전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고, 더 무언갈 잘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돈을 많이 버는 것일 수도 있고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좋은 습관을 오래 유지하고, 안 좋은 습관을 멀리하는 것을 항상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 어제 내가 실패한 것을 극복하고 성공해내는 것이 성장이자 개선이다. 대부분의 성공과 실패는 작은 습관을 통제하는 것에 달려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글을 쓰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항상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너무 사소하고 쉬워 보이지만, 오래 노력해왔음에도 항상 힘들고 자주 실패한다. 그래서 성장이란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 하지 않으려는 것들을 좀 더 쉽게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날에 목표한 일을 이루고, 내가 사업적으로 생각한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내가 나를 통제하는 일에 실패하면 일부 단기적인 성취나 목표 달성은 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오래 성장하긴 어렵다.
그래서 요샌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할 수가 없다. “오늘은 휴일이니까 좀 늦잠 자야지”, “오늘 너무 스트레스 받았으니까 유튜브 좀 보다 자야지”, “주말에 사무실 나왔는데 쉬엄쉬엄 해야지” 이런 생각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들지만, 사실 여러 가지 핑계가 붙은 안 좋은 습관들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조금 보려던 유튜브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습관처럼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서 쉬지도 못하고 일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유튜브를 보기로 한 것도, 쉬엄쉬엄 일하겠다고 한 것도 아주 사소한 선택이지만, 그날 하루의 결과를 결정짓는다. 사소하다고 무시하는 작은 의사 결정들은 다음 결정이나 환경에 영향을 주며 조금씩 안 좋은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늦게까지 유튜브를 보지만 죄책감은 쌓여서 일찍 일어나겠다고 알람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피곤하게 하루를 시작하는데, 졸려서 일에 집중을 못해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면 또 늦게까지 일하지만 퍼포먼스는 떨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은 깎여나간다.
그래서 요새는 매일 아침부터 나에게 좋은 결정(루틴)을 빠짐없이 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습관이 하루를 마감할 때 내가 느끼는 만족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루티너리라는 서비스의 도움을 받고 하루를 시작한다. 일어나자마자 메일이나 소셜미디어를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10년 뒤, 20년 뒤의 목표를 떠올리고, 그걸 성취한 나를 상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할 때도 내가 그날 해야 될 일을 다시 한번 보고 올해 목표를 상기하고 밀린 성장 노트를 쓰거나 나중에 쓸 글의 주제나 개요를 간단히 써본다.
이 과정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스로를 이기는 것은 항상 너무 어렵지만, 이기고 나면 큰 용기를 얻는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나 싸움은 항상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기지만 나와의 싸움은 항상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나와의 싸움을 더 의식적으로, 자주 하려고 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아직은 내가 스스로를 이기는 경우보다 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성장 노트도 쓰고, 루티너리도 쓰면서 이겨보겠다고 발악(?)을 한다.
현재의 목표는 내가 나를 이기는 경우가 지는 경우보다 더 많아지는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많은 스포츠 선수와 기업인,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본인들에게 좋은 의사결정들을 해나가고 있다. 루틴, 습관 등 다양하게 불리지만 스스로를 오랜 기간 이겨낸 결과물이다. 나도 더 성장한다면, 나만의 루틴과 좋은 습관을 가진 모습이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그런 모습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장한솔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