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창업한 기술 스타트업 폴라리언트는 이 기술을 고민하는 팀이었다. 누구나 상상 가능한 실외 자율 주행에서 나아가 사각지대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왔다. 폴라리언트는 2019년 쏘카에 인수됐다. 카셰어링 서비스로 출발해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쏘카와의 시너지가 기대된 덕분이다.
인수 이후 폴라리언트의 멤버들은 쏘카에 합류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폴라리언트의 장혁 전 대표 또한 현재 쏘카에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기술 하나로 시작한 창업, 그리고 피보팅
20대 초반, 굉장히 젊은 나이에 창업하셨다. 폴라리언트를 창업하셨던 계기가 궁금하다.
공동창업자였던 전현기(당시 기술총괄이사) 이사와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함께 연구한 주제가 계기가 됐다. 사막개미는 지형 변화가 심한 사막에서도 쉽게 집을 찾아가는데, 사막개미의 ‘겹눈’이 일종의 편광 필름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됐다.
형광등에 편광 필름을 붙이고, RC카에 편광 센서를 붙여 실험을 해봤다. 실제로 편광 현상을 이용해서 위치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대학원에 가거나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 아이디어를 학술적으로 풀어가는 진로도 있었겠지만, 우리 기술로 직접 임팩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멋도 모르고 어려운 창업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래서 고생도 많이 했다.(웃음)
첫 사회생활로 창업이라는 선택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2014년 말에 실리콘밸리에 3개월 간 체류하면서 결심이 구체화됐다. 창업진흥원에서 ‘글로벌 청년 창업 활성화 사업’을 주최했는데, 부상으로 실리콘밸리에 보내준다고 했다. 다들 실리콘밸리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지 않나. 무작정 도전했는데 덜컥 뽑혔다.
덕분에 현지 액셀러레이터인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비슷한 또래의 공대생들이 큰 꿈을 가지고 회사를 세우는 것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창업을) 해야겠다’ 싶었던 것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기술은 잘 아니 이것을 팔면 되겠다’고 시작했었다. 하지만 막상 창업해보니 기술 스타트업은 단순히 ‘기술’을 파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을 ‘제품’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사람들이 계속 돈을 내면서 쓰고 싶은 제품이 무엇일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라리언트의 기술이 자율 주행에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적용할 시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VR(가상현실)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당시 페이스북이 VR 전문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대중의 관심도가 높기도 했다. VR 전용기기를 사용할 때 멀미가 심했는데, 우리의 편광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VR 대중화도 앞당길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시장이 금세 하향세에 접어들었고, 모빌리티 실내 측위 기술로 피보팅을 해야 했다.
기술과 제품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들고 있는 기술이 시장에 필요 없다면 이것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계기였다.
우리의 기술이 빛을 볼 시장을 찾기 위해
피보팅이 매각의 기회가 됐다. 왜 쏘카였나.
폴라리언트는 요소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제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산업 전체에 임팩트를 끼치려면, 큰 그림 안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피보팅 과정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가진 회사가 시장에서의 지위가 높다는 사실을 절감하기도 했다.
쏘카가 모빌리티 시장에서 갖고 있는 지위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고, 우리 기술을 더 잘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또 나를 포함한 폴라리언트 멤버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했다.
10대에 냈던 아이디어로 20대에 창업했는데, ‘매각하지 않고 더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
투자금을 유치한 직후에 매각 제안을 받았다. 당장의 자금 압박이 심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매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곱씹어볼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혼자 간다면, 시장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놓인 ‘시간의 축’을 생각했다. 단위 시간당 회사도, 사람도 고속 성장할 방법은 매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실제로 인수합병 이후 쏘카에서 기대했던 목표들에 가까워지고 있나.
폴라리언트의 기술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블루투스가 있어서, 폴라리언트 멤버들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블루투스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한편 쏘카는 카셰어링 서비스의 시작인 ‘문을 여닫게 하는 제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예약 건수가 많다 보니 문 제어 속도가 느려, 고객 만족도는 떨어지고 통신 비용도 많이 들었다. 폴라리언트에서 하드웨어 개발을 담당했던 팀과 쏘카 프로덕트 개발팀 전체가 힘을 합쳐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술과 인력이 쏘카라는 비즈니스를 만나 성과를 낸 의미 있는 사례였다.
매각을 통해 쏘카에 합류한 폴라리언트의 팀원들이 여전히 쏘카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흔히 인수합병의 성패는 PMI(Post Merger Integration), 즉 인수 후 통합에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 걱정의 핵심에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자부하고, 감사한 부분 중 하나가 대부분의 폴라리언트 멤버들이 아직도 쏘카에서 멋진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는 점이다. 나 또한 본업이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돌아가 프로덕트 개발을 했고, 1년 전부터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이 필요한 많은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
창업가는 문제를 푸는 사람, 그 여정은 끝나지 않았기에
큰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는 경험은 창업과는 또 다를 것 같다.
300여 명이 일하는 조직에서 일하는 경험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쏘카에서 일하는 경험은 MBA 진학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폴라리언트에서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어떻게 기초를 일궈나가야 하는지를 배웠다면, 쏘카에서는 큰 조직에서의 협업은 무엇인지, 성장 단계를 넘어 유니콘으로, 유니콘을 넘어 상장사로 향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 그때 무엇이 필요한지도 고민해볼 수 있게 됐다.
매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신 것 같다.
매각은 기업에든, 개인에게든 성장의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회사의 멈춤이 아니라 ‘지속가능함’ 이라는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도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합병으로 성장해왔고, 카카오도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그런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매각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는데도, 이후의 행보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공유하려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사실 인수합병 자체가 흔한 경험은 아니다. 그 드문 경험과 후일담이 소수에게만 남는다는 것이 아쉬웠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매각의 의미가 지속가능함, 그리고 성장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각 이후의 이야기가 매각 자체보다 더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각뿐만 아니라 어떤 기업의 성장과 실패 경험이 생태계를 더 성숙하게 만들고, 긍정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발간된 <크래프톤 웨이> 같은 책처럼, 더 많은 선후배, 동료 창업가분들이 경험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매각 당시에 ‘창업가로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끝날 수도 없다’는 소회를 남겼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나는 ‘창업가’를 ‘문제를 계속 풀어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더 큰 회사로 도약 중인 쏘카가 ‘나의 회사’라는 마음으로 집중하고 있다. 이곳에서 풀어야 할, 풀고 싶은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았다. 이렇게 재미있고, 풀고 싶은 문제가 많이 남았는데 이 여정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그다음은, 아직 모르겠다. (웃음)
해당 콘텐츠는 온라인 브랜드 인수 운영 플랫폼 넥스트챕터와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되는 제휴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