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년 이상을 여러 벤처 및 중소기업에 다녔습니다. 이상하게도 가는 회사마다 시스템이 없거나, 있더라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번 시스템 구축 업무를 하였고, 자연스레 이에 대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칙적인 설명보다는 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기업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회사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시스템이 중요
제가 중소 규모 회사의 시스템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재 그 회사 실정에 맞는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그 회사에 맞지 않으면 적용도 어렵고 적응은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은 한 번 만들면 최소 몇 년은 지속되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잘못된 제도를 운용하게 되면 회사, 특히 중소 규모 회사에는 치명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제가 회사 시스템을 구축, 개선을 위해 적용한 5가지 방법 또는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회사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 둘째, 회사 현실에 적합한 제도의 범위나 종류를 알아본다.
- 셋째, 평등보다는 공정하게 접근한다.
- 넷째, 규칙(규정, 제도)을 우선하고 장치는 추후 고려한다.
- 다섯째,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춰 시스템을 진화시킨다.
회사의 맞춤형 시스템 구축 단계
우선, 회사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사전 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인원, 인력 구성 및 조직 구조, 회사의 히스토리, 사장님의 경영 철학과 성향, 주력 제품(서비스)의 성격, 사업 계획 수립의 유무, 회사 양식(서식), 자료 및 데이터(특히 Raw 데이터)의 관리 상태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합니다. 보통 1~2달 정도면 파악이 가능 합니다. 여기에 더해 각 부서 핵심 인력과의 면담을 병행합니다. 중요한 점은 실태 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처방을 위한 진단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회사 현실에 적합한 제도의 범위나 종류를 알아봅니다. 상태를 파악하고 진단을 하였으면 이제 처방을 해야죠.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현 상황과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일단 취업 규칙, 사내 규정 중 도입이 시급한 규정들을 검토합니다. 보통 취업 규칙부터 손을 보게 되는데 사실상 이 취업 규칙은 회사 실정에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취업 규칙보다 근로기준법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사장과 마찰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잘 모르는 사장 입장에서는 그 내용들이 회사의 현실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설득이 힘들기는 합니다. 근로기준법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강화되어 중소기업들이 법을 준수하면서 기업을 운영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도입이 필요한 사내 규정을 검토합니다. 사내 규정은 법에 위배되지 않은 한, 회사 실정에 맞게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일단 회사의 인력 구성을 감안해 인사와 관계된 급여 규정, 인사 평가 규정, 교육 훈련 규정, 승진 규정 등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 다음 회사 운영과 관련한 출장 여비 규정, 조직 및 업무 분장 규정, 위임 전결 규정 등을 순차적으로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조직 및 업무 분장 규정이나 위임 전결 규정은 부서 간 이해관계와 사장님의 권한 축소 우려 등으로 인해 규정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셋째, 평등보다는 공정하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원칙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평등하다고 해서 공정한 것은 아닙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주고 성과에 따라서는 차등을 하는 것이 공정한 것입니다.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공정하지 않은 것에 분노합니다. 누군가가 부모님 찬스 등 특혜를 받아 기회를 가지거나 다른 이들보다 우위에 서는 것에 대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능력보다는 사내 정치를 하는 사람이 승진하거나, 시스템이 있더라도 일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남용하거나 유명무실화 시킨다면 거기에 실망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스템을 만들 때 회사 입장에만 치우쳐 만드는 것은 공정을 훼손하게 됩니다. 직원들이 공정하다고 판단하고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은 보통 회사에서 보수를 받고 일하는 컨설턴트이거나 회사의 명령을 받는 실무자일 것입니다. 어려운 입장이지만 시스템을 만들 때는 회사와 직원들 간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 규칙(규정, 제도)을 우선하고 장치는 추후 고려합니다. 보통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의 경우 규정이나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규모는 어느 정도 있으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회사도 제도 개선이 절실하죠. 그래서 규정이나 제도로 어느 정도 시스템의 골격을 갖춘 후 장치나 정보 시스템 도입을 검토합니다. 회사에 맞는 기준이 제대로 서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장치를 도입하더라도 유명무실해집니다. 특히 일부 사장은 정보 시스템 도입이 만능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도입을 추진하는 실무자의 부담이 너무 커지고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시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춰 시스템을 진화시켜야 합니다. 사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사업 초기에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열정으로 인해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강하니까요. 하지만 인력이나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회사의 체계, 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야 합니다. 통제라기보다는 회사 운영의 기본 규칙과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고 또 자동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성장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회사가 성장하게 되면 소위 성장통이라는 것을 겪게 됩니다. 이 성장통의 시기에는 개선이 아닌 개혁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요즘같이 변화가 급속한 시기에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 시대에는 온라인 소통, 영상 회의, 재택 근무 등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대나 상황, 기술의 변화에 따라 회사 시스템의 구축,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실제 기업 시스템 구축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많습니다. 관련 서적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과 원칙, 연구 결과, 사례 등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합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실무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부족합니다. 물론 제가 설명한 내용도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닙니다.
시스템이라는 것이 회사마다 사정이나 현실이 달라 개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현업에서의 오랜 실무 경험을 통해 회사 시스템 구축 시 ‘이런 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저 나름대로의 의견입니다. 현재 회사 시스템 구축이나 개선이 절실한 사장들이나 실무자들은 ‘아~이런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하는 구나’하고 이해하시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