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투명한 소통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직 내 투명한 소통을 위해 기업에서는 CEO가 주 단위나 월 단위, 혹은 분기 단위로 타운홀 미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종종 타운홀 미팅을 시행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님들이나 HR(or 조직문화) 담당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좋은 취지로 타운홀 미팅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직원들은 아무런 반응도 없고, 그냥 대표님만 떠들고 나오기 일쑤예요, 이거 계속해야 하는 걸까요?”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보다 먼저 자유로운 질문을 만들 수 있는 환경과 채널, 경로를 구축하고 그 질문을 진솔하고 자유롭게 다루면서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해주는 경험이 필요하다.
타운홀에서 CEO만 1시간이 넘게 이야기하고 직원들은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직원들이 수동적이라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Voice Up 할 수 있는 채널을 제대로 구축하였는지, 그리고 이전에 타운홀에서 필요한 사항을 빠르게 의사결정을 한 경험이 직원에게 전달되었는지 따져보자.
조직 안에서 투명한 소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프라인 자리에서 직원들이 침묵하고 있다면 먼저 온라인 익명으로 질문을 받아보고, 그 질문에 최대한 진솔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 보자. 그리고 그중에 바로 해결이 가능한 사항은 즉시 리더가 의사결정하여 빠르게 조직에 적용해보자. 자신들의 의견을 CEO가 경청하고 그것이 타운홀에서 적시에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한 직원들은 이다음에 조금 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의 의견이 먹혀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 직원들은 시간이 흐르며, 이윽고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물론 이 과정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성숙한 대화의 방식으로 향하는 여정에서는 어김없이 불편한 대화를 다루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운홀에서 다루기 다소 불편하거나 예민한 질문(이를테면 연봉, 성과급과 같은 보상 문제들), 그리고 ‘대표가 이런 거까지 다루어줘야 해?!’라고 의구심이 드는 소위 짜치는(?)질문들이 올라오게 된다. (예를 들면, 직원들의 경비 처리 문제) 이때-! 질문들이 사소하거나 다루기 어렵고, 자칫 잘못하여 예민한 부분을 건드릴 수 있다고 하여 제외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굉장히 교과서적인 이야기처럼 에둘러서 답변해서도 곤란하다. 만일 성숙한 대화의 분위기로 향해가는 여정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단 한 번이라도 발생한다면 하루아침에 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해지고, 힘들게 끌고 온 조직 안에서의 소통 수준도 다시 이전으로 원상 복귀될 것이다. 자유롭고 투명한 소통 문화를 향한 길은 올라갈 때는 좀처럼 정상이 보이지 않고 이미 지나온 길을 몇 번이고 다시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인고의 길이지만, 내려올 때는 자칫 발만 헛디뎌도 굴러 떨어질 수 있는 급경사의 길이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조직에서도 분기별로 타운홀 미팅이 진행되고, 이와 별도로 ASK CEO(실은 ASK 다음에 CEO가 아니라 그의 이름이 들어간다)라는 세션이 별도로 진행된다. 얼마 전 ASK 세션에서의 주제는 ‘공정성’이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CEO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내 플랫폼에 ‘외근직과 내근직 중 누가 더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냐,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많은 사내 복지제도가 내근직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냐?‘와 같은 질문이 올라왔고, 이 질문은 50개 이상의 ‘좋아요’를 획득하며 다른 직원들의 공감을 받아, 결국 타운홀의 세션 주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과연 우리의 리더가 이 질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이 세션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방식과 결론은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사장님(이하 C 리더)은 현재 우리 회사에서 제공되고 있는 복지 제도가 한눈에 보이는 슬라이드를 준비하셨다. 그 슬라이드에는 제도별로 외근직과 내근직 중 누구에게 조금 더 유리한지 체크가 되어 있었다. C 리더는 하나하나 제도를 살펴보고 각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며, 어떤 제도에 대해서는 ‘이 제도는 미안하지만 내근직을 먼저 생각해서 만든 게 맞다‘라고 생각보다 쿨(?)하게 제도별로 좀 더 유리한 집단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구성원들에게 전달하였다.
영업을 담당하는 외근직이 가져가는 인센티브가 높고, 제도별로 유리한 집단이 다르다는 것은 실은 대부분의 구성원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리더는 이미 구성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한번 더 확인해 주었을 뿐이다. 그럼,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해 직원들이 모두 동의하고 수용하였을까? 예상컨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각기 다른 경험과 가치관으로 살아온 구성원들이 모여있는 조직에서 공정성에 대해 통일된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실로 불가능하다.
그럼 직원들에게 전달된 것은 무엇일까? 결국 직원들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리더의 ‘태도‘다.
예민한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닥뜨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직원들에게 설명하고자 하는 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것이 왜 본인은 합당하다고 생각하는지 과감하게 이야기하는 솔직한 태도,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작은 것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 해결해보고자 하는 진실된 태도.
이 태도가 직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다음 타운홀을 기대하게 만들며, 거침없는 질문을 이어지게 만들고, 투명하고 솔직한 소통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로 리더의 ‘약속‘이다.
타운홀 마지막에 리더가 할 수 있는 약속을 하나 하고, 그 약속을 바로 지키는 경험을 직원들에게 제공하자.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을 1시간 미루겠습니다’, ‘모든 직원들에게 특별 휴가 3일을 부여하겠습니다’와 같은 대대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좋다. 하다못해 ‘모든 화장실에 손소독제 비치’라든가, ‘생일날 특별 휴가 제공’과 같은 것도 좋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리더가 자신들의 이야기에 늘 귀 기울이고 있고, 그것을 허투루 여기지 않으며, 타운홀에서 논의된 이야기가 곧바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작은 약속을 하나 걸고, 그것을 즉각적으로 실행해보자. 그리고 그 약속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면서 120% 지켜보자.
리더의 태도와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소통문화를 바꾼다.
브랜딩인가HR인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