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리스(Logoless, 로고가 없는)
브랜드 로고(Logo)는 조직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하는데 효과적입니다. 가령 한입 베어 문 사과를 보면 애플이 생각나고, 한쪽으로 길게 뺀 곡선 모양을 보면 나이키가 바로 떠오르는 것처럼요. 그런데 일부 브랜드가 로고를 버리는 ‘로고리스’(Logoless)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간 쌓아왔던 이미지를 리셋하고, 새로운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요.
홍보를 위해 개설된 브랜드 소셜 미디어 채널이 로고리스로 운영된다니? 우려와 달리, 새로운 베네핏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나 제품 노출에 집중하는 대신 브랜드 철학과 본질에 집중한 콘텐츠가 탄생했거든요. 이 진정성 있는 접근 방식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인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요. 숨길수록 더 빛나는 로고리스 콘텐츠의 작동 방식,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Point 1.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다
수많은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든 음악 스트리밍 채널 <essential;>. 이름만 봐서는 전혀 알 길이 없지만, 해당 채널의 주인은 음원 플랫폼 벅스(Bugs)입니다. 실제로 댓글 창에는 이 사실을 구독 후에야 알게 된 이용자의 반응이 빼곡합니다. 벅스는 왜 자사 유튜브 채널의 이름을 ‘Bugs_official’이 아닌 ‘essential;’로 결정한 걸까요?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에서 벅스의 위상은 높지 않습니다. 채널이 개설된 2019년 기준 벅스의 점유율은 3%에 불과했고(출처: 코리안클릭), 현재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벅스의 차별화 전략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유율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사와 대비되는 신선함을 돌파구로 삼은 거죠. 2000년대의 올드한 이미지가 아닌, MZ세대형 힙(Hip)스러움으로 말이에요. 2021년 8월 기준 해당 채널은 구독자 64.5만 명, 최대 조회수 813만 회를 확보했습니다.
essential;의 성공 요인은 음원 플랫폼 이용자의 원츠를 공략했다는 겁니다. 이들은 한번 설정된 플레이리스트를 바꾸기 귀찮고, 자신의 음악 취향을 알고 싶으며 상황과 기분에 따른 노래를 듣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기존 음원 플랫폼을 해지하고,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는 유튜브로 넘어갔죠. 벅스는 이들의 심리를 파악, 재빠르게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구축해 많은 로열 오디언스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벅스에서 방대하게 축적된 이용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MZ세대형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플레이리스트란 단순히 음악을 큐레이션하는 것이 아닙니다. 취향을 기반으로 한 음악, 감각적인 섬네일, 후킹한 영상 제목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하죠. essential;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고, 힙한 리스너라면 구독해야 하는 채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Point 2. 새로운 타깃의 취향을 반영하다
숏폼 플랫폼인 틱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 중 하나는 푸드(Food)입니다. ‘#틱톡푸드’의 조회수는 40억 뷰를 넘죠. 2021년 5월, NS홈쇼핑은 더에스엠씨그룹과 함께 홈쇼핑 업계 최초로 틱톡 내 푸드 채널 <인생한끼>를 오픈했습니다. 인생한끼는 NS홈쇼핑의 주력인 식품을 활용해 한끼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형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죠.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 상품명을 직접적으로 노출하기보다는, 해당 제품으로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고요. 이는 주(主)고객층이 될 MZ세대와 유대감을 높이려는 NS홈쇼핑의 노력으로 보입니다.
인생한끼는 틱톡 이용자가 선호하는 짧은 호흡과 청각적 효과가 극대화된 장치를 이용, 평균 10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반적인 레시피 형식에 벗어나 콘텐츠적 매력을 극대화했는데요. 먼저, 소셜 미디어에서 핫하거나 시즈널한 소재를 이용해 대세감을 확보합니다. 또한, MZ세대가 선호하는 포맷인 ASMR이나 썰, 밸런스 게임 등을 레시피와 접목해 정보와 흥미를 결합한 콘텐츠를 선보이고요. 틱톡 내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팔로워와 소통을 유도합니다.
홈플러스 온라인몰의 인스타그램 계정 <온라인 소비패턴 3.0>은 콘텐츠에서 홈플러스의 색을 뺐습니다. 이미지와 바닥글 어디에서도 홈플러스 로고와 “홈플러스에서 구매하세요”라는 문구를 볼 수 없죠. 해당 계정은 홈플러스의 창고형 온라인몰 ‘홈플러스 더클럽’(현 홈플러스 온라인몰)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대용량 마트라는 본질을 부각하기 위해 상품을 마치 패턴처럼 빼곡하게 진열했죠. 그리고 한마디 덧붙입니다. “디지털로 보는 소비패턴의 움직임”
이들이 MZ세대 팔로워를 끌어들인 또 다른 이유는 의외성에 있습니다. 이미지를 보고 상품의 장점을 강조한 텍스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이곳에는 상품 이미지 혹은 상품명과 연관된 B급 감성 콘셉트의 스토리텔링이 이어지거든요. 브랜드 공식 계정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소셜 미디어 밈과 웹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말투는 친숙함을 더합니다.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런칭하며 MZ세대를 타깃으로 잡고, 그들의 웃음 포인트와 트렌드를 반영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채널 생성 4개월 만에 2만여 명이 훌쩍 넘는 팔로워를 확보하며,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높였어요.
Point 3. 진입 장벽을 낮추다
유명브랜드 로고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콘텐츠는 오히려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기승전광고’라는 선입견에 클릭을 주저하지 않아도 되고, 크리에이터와 부담 없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죠. E-book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리디북스’는 이러한 점을 파악, MZ세대가 선호하는 북 큐레이션 채널 <책 끝을 접다>를 서비스하던 ‘디노먼트’를 2018년에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핫한 북 큐레이션 채널로 순항 중이고요.
2015년에 출간된 <앨리스 죽이기>가 3년 후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고, 미스터리 소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책 끝을 접다’(이하 책끝)가 존재합니다. 해당 채널은 카드뉴스나 영상 등의 형식으로 리디북스가 서비스하는 전자책을 포함해 다양한 책을 소개하는데요. 이는 전자책 구매만을 유도하는 광고성 콘텐츠라기보다, 높은 퀄리티로 몰입도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흥미성 콘텐츠입니다.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적인 매력이 있어 책을 읽기까지 동기가 필요한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었죠.
이들의 성공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개하는 책의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일러스트를 제작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후킹한 멘트와 섬네일로 팔로워를 유입하죠. 책끝은 팔로워를 ‘팔랑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데요. 콘텐츠를 보고 ‘귀가 팔랑이며’ 책 구매를 결심하는 팔로워의 모습을 재밌게 표현한 겁니다. 팔랑이들은 이곳의 팬슈머(Fan+consumer)로서 채널 활성화에 기여합니다. 댓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궁금했던 신작을 소개해 달라며 소재를 던져주는 거죠.
SUMMARY, 한 눈에 정리하기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1.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리뉴얼하고, 새로운 소비자를 타깃팅하고 있다면? ‘로고리스 콘텐츠’에 집중하자. 2. 이는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브랜드 노출을 최소화하되,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덴티티에 집중한 콘텐츠 전략을 뜻함. 3.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타깃의 취향을 반영하며 브랜드 채널의 진입장벽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채널 운영에 효과적! |
김용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